# 시베리아 벌판에서 1
초원의 제국의 심장, 우란바토를 뒤로 하고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로 향했다.
아, 시베리아!
아, 한 때 동서의 이데 오르기가 광기에 휩싸여 있었던, 근세의 한 세기 동안, 이 ‘시베리아’는 단어는 우리에게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도록 시린 말이었는가? 그러나 그야말로, 요즘은 지구촌 곳곳이 마치 이웃마을처럼 변해서인지 그리 어렵지 않게 비행기 또는 기차를 타고 그 시베리아벌판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 시쳇말로 세상 참 좋아지긴 했다이다.
시베리아는 우리에게 연결고리가 참 많다. 우선 까마득한 그 옛날에는 우리 민족의 원 조상들이 겨울에도 얼지 않는 호수를 찾아 초원길을 따라 파미르고원의 이식쿨호수에서 바이칼호수를 거처 대흥안령 산맥을 넘어 만주벌판으로 들어왔던 곳으로 비정되고 있는 곳이다. 또한 고대에는 부여, 고구려, 발해를 일으켜 세운, 잃어버린 역사의 땅이고, 가까이 일제치하에는 독립운동가들이 “일송정의 푸른 솔과 한줄기 해란강은…”을 부르며 붉은 피를 흘린 곳이었고 또한 그들의 후손들이 스탈린에 의해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끌려간 서러운 벌판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당시만 해도 시베리아는 만주벌판과 이어져 있던, 영광의 기억이던, 좋지 않던 상흔을 가졌던, 하여간 한반도와 그리 먼 곳이 아니었다. 그곳이 멀어지게 된 것은 순전히 남북 간의 단절 때문이라는 결론은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다.
▼ 시베리아 벌판을 달리는 횡단열차가 정차하는 고풍스런 역사들
▼ 끝없이 이어지는 우아한 자작나무 숲
몽골의 수도 우란바토르에서 기차를 타고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러시아로 들어가면 제일 처음 만나는 도시가 우란우데이다. 바로 부리야트 공화국의 수도이다. 그러나 바이칼을 만나기 위해서는 거기서 다시 이르쿠츠크란 도시로 가야한다.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고도 불린다. 그 만큼 아름답고 개성적인 뜻일 게다. 19~20세기 시베리아에 유배된 러시아의 급진적인 지식인과 혁명가들이 잠자던 동토의 땅에 유럽문화의 씨를 뿌린 결과이다. 이르쿠츠크를 상징하는 엠불럼은 검은 호랑이가 붉은 담비를 물어 구제하는 도상이다. 검은 호랑이는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서식한 길상 동물이며, 담비는 부근 숲 속에 사는 야생동물이고 담비는 예나 지금이나 고급 모피로 애용되는 동물이나 지금은 남획으로 희귀 동물이 되었다고 한다. 어찌보면 친환경적인 엠불럼이다.
▼ 이루크츠크의 전경
이곳은 서울과는 같고 블라디보스토크와는 3시간, 모스크바와는 5시간 시차가 있어서, 기차시간이 비행기 시간같은 공공적인 시간은 모스코바 시간을 쓰지만, 기타는 로컬타임을 쓰기에 처음에는 좀 혼란스럽기는 하다
▼이르쿠츠크를 상징하는, 검은 호랑이가 담비를 구제하는 앰불럼
현재 인구 80만명을 살고 있는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로 가는 필수경유지로 유명한 관광도시이지만, 사실 시베리아 동부의 요충지로 중국이나 몽골과의 교역이 활발하다. 350여년의 긴 역사를 가진 도시로 1615년 러시아의 시베리아 정복에 앞장섰던 카자크 기병들이 앙가라 강변에 만들어 놓은 주둔군촌으로부터 시작되어 그 후 러시아의 시베리아 거점으로 확장되어 지금은 동부 시베리아의 정치·경제 중심지로 부상되었다.
그러다가 제정 러시아의 폭정이 극에 달한 19세기에 들어서는 유형지로 변한다. ‘데카브리스트’로 불리는 당시 귀족출신의 지식분자들은 1825년 12월 러시아 최초로 근대적 혁명을 일으켰는데, 이들이 유배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그 덕분에 황량한 기지촌이 ‘시베리아의 파리’로 파격적인 변신을 하게 된다. 지금은 그런 현장이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아직도 곳곳에 그 흔적들이 남아 있다. ‘데카브리스트’의 한 사람인 발콘스키 백작 주택을 개조한 박물관이 바로 그런 곳이다. 그 안에는 그들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유물과 사진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12월 혁명 그 자체의 의미보다도 그 부인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오히려 감동적으로 다가 온다.
그들은 대개 귀족출신의 장교, 혁명가, 정치가, 시인들이었기에, 그들의 부인들 역시 귀족계급이었다. 혁명이 실패하자, 주모자 일부는 처형되고 일부는 시베리아로 유배되었다. 황실은 그 때 그들의 부인들에게 반역자인 남편을 버리고 귀족 신분으로 재가를 하든지, 아니면 모든 특전을 버리고 남편들을 따라 유배를 가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강요하였다.
그러나 부인들은 결국 유형길을 택하여 1년 이상 걸어서 남편들이 있던, 시베리아에 도착했다고 한다. 결국 유배형을 마친 데카리스트들과 부인들은 유배지 이르쿠츠크에 정착하여 그토록 꿈꾸던 자유와 이상의 땅으로 변모시켜 오늘 날의 ‘시베리아 파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 이르쿠츠크는 이처럼 개성 넘치는 목조 건물로 형성되었으나, 큰 화재로 대부분 건물이 전소되고 그 뒤로는 석조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하지만, 그러나 그 명성만은 이어가려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그 ‘파리풍’만은 여전하여 전통건물들은 대개 크기나 외양이 같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양함을 자랑한다. 그 이유는 서로 달라야 행운의 신이 쉽게 찾아온다는 이곳 사람들의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대건물도 전통을 따라 탈러시아적인 서구식으로 짓고 꾸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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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정교회의 우아한 모습
특히 러시아 정교회의 건물들은 그 중 백미이다. 이른바 ‘시베리아 바로크’ 형식으로 지어진 이 정교회들은 그런 이유로 이르쿠츠크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마침 내가 묵었던 숙소였던 도미토리 근처 언덕에 멋진 정교회가 있어서 하루 세 번, 여러 톤으로 울리는 마치 차임벨 같은 복잡하지만, 화음이 정말 듣기 좋았다. 그래서 그 종소리가 울릴 때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그곳으로 향하기도 했다. 그 종소리에서 나는 “니콜라이의 종이 울리네” 라는 제목도, 가수도, 하여간 분명치 않는 옛날 노래의 가사가 연상되기도 했고 또한 바티칸식 천주교회만 눈에 익은 내 눈이기에, 더욱 인상적이어서 툭하면 사진을 찍어대고 그리고 데이터 용량 때문에 애써 찍은 것들을 지우기를 반복했다.
물론 자료에 의하면 앙가라 강의 지류인 우샤코브카 강을 건너면 즈나멘스키 수도원이라는 고풍스런 곳이 있다던데, 1689년에 문을 연 이 수도원은 동시베리아 정교회의 본부로 화려한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처 없는 나그네라고해서 가보고 싶은 모든 곳을 다 가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니콜라이의 종소리’가 울리는 정교회에 대한 관심은 그 정도에서 접어야만 하였다.
▼ 레닌의 동상
▼ 고풍스런 거리 풍경
그리고 내 발걸음이 자주 향하던 곳이 더 있었다. 역시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공원인데, 바로 그곳에 공산주의 레닌이론의 주창자인 레닌의 동상이 서 있었다. 외신에서는 현재 공산권에서도 칼막스, 레닌, 스타린 등과 같은 공산주의 대부들의 동상이 철거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하지만, 하여간 우리들 나이처럼 광란의 이데오르기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는, “같이 일하고 같이 평등하게 나눠어 먹을 수 있는 나라의 건설” 이라는 멋진 이론에 의한 나라를 건설한, 이 역사적인 인물이 가진 이미지는 특별할 수밖에 없어서 어둠이 밀려오는 공원에서 오랜 상념에 빠지기 일 수였다.
또 가 보아야 할 곳이 한 곳 더 있기는 했지만, 역시 포기했다. 그곳보다는 바이칼호수가 더욱 나를 잡아끌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바로 한인 독립운동가들의 체취가 스며있는 레닌가 23번지 옛 극장으로 이곳은 1920년대 한인 독립운동가들을 비롯한 외국 혁명가들이 자주 모임을 갖던 자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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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 따라. 이그 속터져~~
자유로운 영혼이신 다정님께서도 싸증날때도
있으시곤요.그곳 날씨는 어떤가요? 항상 건강한 여행길이시길 바랍니다.^.^
@수선화 아 글씨, 한참 씨름해서 '글과 사진을 올렸는데~~
"우씨 ~:" ㅎㅎ
폰이 좀 속 터질 때가 있긴 허지요.............
자주 있지요 "우씨~"
러시아 땅으로 들어간 거지요
근데 왜 사진이 없나여?
너무 늦게 사진을 붙이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제 컴 실력이 그래서인지 영 붙지를 않아서 겨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