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50대 이정재가 ‘투머치토커’가 될까?
나이 들면 말 많아진다더니…나도?
대화도 좋지만 지나치게 말이 많다면 스스로를 한 번 돌아보자. / 셔터스톡
올해로 만 51세인 배우 이정재씨는 얼마전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나이가 드니까 수다가 더 는다.”고 고백했다. 이런 저런 일상 얘기만 하다가 새벽 2시 반이 넘게 수다를 떨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얘기는 비단 이정재씨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말이 많아지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비교적 ‘슬픈’ 이유가 있다.
◇ 외로움⸱독점심리 등 때문…노화와도 관련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지는 데는 다양한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 먼저 ‘외로워서’ 그럴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말을 할 상대가 필요한 것이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일반적으로 나이 들수록 실패한 경험이 많아지는데, 이러한 외롭고 불안한 심리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권력과 통제력을 가지고자 하는 일종의 ‘독점 심리’ 때문일 수도 있다.
임 교수는 “말이 권력이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힘이 세고, 듣는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일 가능성이 많다”며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중심에 서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져서 이른바 ‘투머치토커’가 되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말이 많아지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말에 대한 ‘고집’도 쎄진다. 이는 자연스러운, 그러나 슬픈 뇌의 노화 현상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뇌의 연결망인 시냅스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새로운 경로들을 만들지 않고 원래 있던 경로만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즉, 나이가 들수록 자기가 해왔던 것들을 고수하려 하면서 이전에 생각해왔던 자신의 신념, 가치를 따르려다 보니 고집이 세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말 많은 사람들, 일반적으로 자존감 낮아
한편,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더라도, 그냥 ‘말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있다. 대화가 끊겨 침묵이 흐르면 어색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심지어는 홀로 고요히 있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이 있다.
이에 대해 독일의 소통 전문가 코르넬리아 코프는 “우리가 정적을 난감하게 느끼는 이유는 정적 자체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조용할 때 찾아오는 생각이 두려워서”라고 분석했다.
같이 있을 땐 상대방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가 두렵고, 혼자 있을 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두려운 것이다.
이 같은 두려움은 결국 따지고 보면 낮은 자존감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코프의 설명이다.
따라서, 자신이 말이 너무 많다고 여겨지면, 말 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자기객관화를 통해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자존감은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우리가 하는 말의 절반은 안 해도 되는 말이라 지적한다.
말을 많이 한다고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말을 줄이고 상대의 말에 귀를 귀울일 때 더 깊은 교제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인류의 영적 지도자인 수도자들이 말보다는 침묵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은 아닐까.
말이 많다고 스스로 느낀다면, 침묵 속에서 고요히 나를 직시하며 나를 인정하는 연습을 해보자.
어느 덧 잔잔해진 나를, 그리고 더 깊어진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