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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gall.dcinside.com/napolitan/3820
해당 시리즈는 [초자연 대책국] 나폴리탄 시리즈 15탄 입니다.
14탄
https://cafe.daum.net/weareshower/ZEmz/2083
아, 당신이 그 신입이군요. 반가워요. 오는 길에 간단히 설명은 들었죠? 귀하... 귀하란다, 하도 수칙서를 쓰다보니 입에 익어서, 아무튼 당신이 맡게 될 야간 경비 업무는 사실 밖으로부터 안을 지키는 게 아니라, 안으로부터 바깥을 지키는 임무에요.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울 거예요. 혹시라도 적성에 안 맞으면 바로 전근 신청해요.
아, 아니요. 막내한테 말은 안 놓는 주의라서. 당신이 죽거나 다치지 않고 도망치지도 않고 몸 성히 성실하게 근무하다 보면 그때나 놓을게요. 너무 냉정했다면 미안해요. 신입에게 정을 붙였다가는 더 힘들어지는 게 이쪽 바닥이라.
뭐, 이미 본부에서 설명은 들었겠지만, 그래도 특별히 첨언하자면 애초에 왜 초자연대책국이 이곳 성광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지키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해요. 그렇잖아요? 방사능이 초자연적인 재해도 아니고,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서 관리해야 원래는 맞는 거니까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곳은 도둑도 안 와요. 방사능이라는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악질 중의 악질들도 다들 기겁을 하니까. 그리고 실제로도 그 사람들이 맞아요. 오래 살고 싶다면 폐기물 저장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마세요.
원래 방사성 폐기물은 유리화 처리한 후 콘크리트로 굳힌 뒤 붕소를 첨가한 물속에 담가 둬야 방사선이 나오지 않아요. 그게 정석인데, 80년대에는 모든 게 정석으로 돌아가지 않았죠. 지금은 이미 다 은퇴한, 우리 전신 기관인 초현상관리연구소 선배들이 일처리를 참 씹기합으로 해놨어요. 아, 욕해서 미안해요. 이해해줘요. 여기서 일하면 욕이 많이 늘어서.
뭐, 그 인간들도 나름의 뜻이 있기는 했어요. 80년대에 그 선배들이 괴이들이 대체로 햇빛에 취약한 것을 보고 이것저것 연구를 해봤죠. 자외선의 높은 에너지 준위가 괴이의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자외선 조사장치도 개발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죠.
그러다가 한 멍청이가 방사선을 사용해보자는 의견을 낸 거예요. 그 인간, 누군지만 알면 싸대기를 후려치고 싶은데, 하여간 1980년대다 보니까 그게 정말로 됐어요. 인위적으로 고방사성 지대를 구현한 다음 인간에게 위협적인 것들. 아주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수 있는 것들. 그런 것들을 죄다 여기다 파묻어버리자는 안건이... 통과된 거죠.
아무리 예산이 부족하다고 해도 그딴 식으로 처리를 하다니, 오늘날에는 안전관리팀에서 극력 반대할 일이죠. 사실 그 선배들이 워낙 사고를 많이 쳐놔서 후신기관인 우리는 안전관리팀의 권한이 강력한 거예요. 대신 이제는 이렇게 야매로 처리하는 방법이 막혔죠.
요즘은 그런 위험물이 있으면 돈을 더 써서라도 제대로 엄중하게 관리합니다. 그리고 그게 맞아요. 그때 돈 좀 아껴보겠다고 그 지랄을 했다가, 벌써부터 본전도 못 찾고 이러고 있잖아요.
다시 말하지만, 근무 중에 폐기물 저장고 근처에는 가지 말아요. 방사물 폐기물들이 조금의 안전조치도 없이 방사능을 뿜어대고 있어서 일부가 벽을 투과해서 나오고 있으니까.
의료대책본부는 괴이에게 당한 상처는 잘 치료하지만, 걔네도 방사능에 당한 것까지 복구하지는 못해요. 뭐, 그렇게 벌써부터 근질거린다는 표정 지을 필요 없어요. 여기는 안전하니까. 정 의심되면 저쪽의 가이어 계수기로 검사해봐요. 해봐야 안전할 테지만.
저장고 안쪽은, 어차피 들어갈 수도 없겠지만 절대로 들어가려고 해서는 안 돼요.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무시해요. 근처만 다가가도 위험한데, 내부로 들어가면 반드시 죽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괴이들도 그렇게 됐어요. 정말 깔끔하게 제거되었죠. 그런데 일부가, 심지어 저런 데다 처박아놨는데도 아직 살아있다는 게 놀라운 거예요. 대부분은 목숨만 간신히 붙어있으니까 문제될 게 없는데, 아직도 생생한 녀석들이 몇 있어요.
이미 교육받은 것처럼, 그것들이 밤에는 속박을 벗어나서 방폐장 내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할 거예요. 밤에도 저장고의 완벽한 봉쇄가 가능하면 좋겠지만, 또 예산 문제가 걸리네요. 예산 대신 사람을 갈아넣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리 기관의 길고 긴 전통이랍니다.
뭐, 자랑할 건 아니지만 우리 기관이 봉쇄 하나는 참 잘하고, 저것들 아마 가만히 둬도 절대 못 나와요. 기껏해야 방폐장이나 빙빙 돌다가 출구를 못 찾고 다시 돌아가겠죠.
그래도 만에 하나 바깥으로 나오거나 탈출하면 큰일나니까, 당신이라는 미끼를 넣어서 탈출 대신 당신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하는 거죠. 이게 바로 야간 경비가 하는 일이에요. 뭘 더 하려고 하지는 마요. 그냥 이 안에서 살아서 도망다니기만 해도 당신 역할을 제대로 하는 거니까요.
그 오랜 세월동안 지속적으로 고방사능에 노출되었는데도 멀쩡히 움직이는 놈들이, 여기 봉인되기 전에는 얼마나 위험한 것들이었는지 더 설명은 필요없겠죠?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걔네도 겉만 성하지 속은 아마 말이 아닐 테니까.
사실, 이게 정말로 그렇게 위험한 일이었으면 신입한테까지 차례가 오지도 않아요. 이건 말하자면 예방접종이죠. 신참이 괴이라는 병을 직면하기 전에 방사선으로 비실비실해진 애들부터 먼저 투입해보는 거예요. 그걸 버텨낼 수 없으면 우리 기관에서 일하기에는 적합한 사람이 아닌 거겠죠. 그것들도 못 이겨내서는 진짜 괴이는 상대할 수 없어요.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거창하게 말하면 야간 근무. 좀 사실적으로 말하면 술래잡기에요. 싱싱한 미끼가 되어서 그것들의 사냥감 노릇을 하며 동이 틀 때까지 살아남는 거죠. 이때 가장 중요한 건 평정심. 그리고 겁먹지 않는 거예요.
괴이를 마주하면 당연히 두려워요. 그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한 거예요. 하지만 보통 사람은 등을 돌려 도망치는 게 당연해도, 초자연대책국 요원은 그러면 안 돼요.
지급된 권총을 늘 격발 가능한 상태로 해놔요. 괴이를 마주하면, 등을 돌리지 말고 빠르게 뒷걸음질하면서 응사하세요.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움직이고 있는 것들은 다들 독종 중의 독종들이라, 총은 써도 움찔거리는 정도밖에는 데미지를 못 줘요. 그게 중요한 거죠. 경직은 줄 수 있으니까.
그런 놈들을 만나면 거의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마구 당겨 응사하려고 할 테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돼요. 패닉에 빠지지 말고, 그것이 달려들려고 할 때마다 단발로 사격하는 거예요. 커다란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총격으로 경직시키고, 그때마다 빠르게 간격을 벌리세요. 안전한 곳으로 가면 바로 총알을 재장전해요. 총알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해요.
이게 기본 요령이에요. 뭘 만나면 일단 쏘고 봐요.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리면 그제야 등을 돌려 도주하세요. 그냥 무작정 도망치는 것보다 공포가 훨씬 줄어요.
그것 말고 다른 요령은 당신이 만나는 것에 따라 달라지죠. 가장 위험한 게 눈하고 입 대신 검은 두덩만 달려있는 놈. 아마 입을 벌리면 입천장 대신 검은 구멍만 보일 텐데, 거기가 약점이에요. 거길 쏴요. 쥐나 파리 뱉어내기 시작하면 골치아프니까 그 전에 쏴서 입 다물게 해야 해요. 다물게 하면 바로 도망쳐요. 항상 거리를 벌려두고 있어야 해요.
옛날에는 접근하기만 해도 바로 역병에 걸리게 하는 능력까지 있었다는데, 오랜 세월 방사선으로 철저하게 멸균돼서 이제 그건 못해요. 대신 걔가 뱉어내는 쥐는 이빨이 날카로워서 좀 까다로우니까, 만나면 뱉어내기 전에 총격을 먹이고 도주하는 게 최선이에요.
어린아이 마네킹은 먼저 사격하지는 마세요. 그게 당신을 먼저 발견한 게 아니라면 숨을 죽이고 조용히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요. 사격해도 상관은 없지만, 당신도 추격전보다는 서서 쉬는 게 좀 더 좋잖아요? 소리만 내지 않으면 걔는 우리를 못 봐요.
옛날에 거의 전설적인 선배 하나가 신입 시절 저걸 어떻게든 붙잡아서 눈을 달군 은바늘로 찔러 멀게 했어요. 정확히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찌른 다음 바늘을 아예 녹여서 눈두덩에 채워넣었다고 하더라고요. 따라할 생각은 하지 마요. 골로 가기 딱 좋아요.
어쨌든 걔는 이제 앞을 못 보니 상관없고, 그 팔 여러 개 달린 검은 놈.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머리가 말미잘 같이 생긴 놈 있어요. 걔는 손바닥 펼치면 눈이 있는데, 거기가 급소에요. 거기에 총격 먹이면 일시적으로 무력화되니까 참고해요.
자기도 그걸 알아서 항상 손을 빠르고 휘젓고 다니니까, 그만한 동체시력이 없다 싶으면 그냥 머리를 쏴요. 최소한 저지력은 있어요.
그 팔, 신축성이 있어서 2미터까지는 늘어나니까 안전거리 항상 유지해야 하고, 만약 잡히면 주머니에 있는 그거, 햇빛으로 말린 소금 뿌려요. 유연한 대신 소금에는 고통스러워하니까, 잡은 부위를 바로 놓아줄 거예요. 그때 손바닥에 총격까지 먹여주고 도망쳐요.
가끔 지나가다가 방망이나 빗자루 같은 게 있으면 위치 잘 기억하고 빠르게 그 자리를 빠져나오세요. 우리가 아무리 돈이 없다지만 빨래는 세탁기로 하고 청소는 청소기로 합니다.
다시 그 자리로 가면 아마 외눈박이 거한이 나타날 텐데, 키가 2미터 40센치 정도 되고 근육이 인간이 상대할 만한 수준이 아니니까 그냥 총을 써요. 외눈이 약점입니다.
정 눈을 못 맞추겠으면 머리를 노려요. 몸에 입고 있는 가죽옷이 무슨 가죽으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는데 권총탄 정도는 막아내는 것 같으니까. 만약 그놈이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면 그, 내 입으로는 못 말하겠는데, 거길 쏴요. 남자의 급소. 확실한 타격을 줘요.
어쨌든 총으로는 절대 못 죽이는 놈들이니까,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면 바로 도망쳐요. 체력 배분을 잘 해야 해요. 이 한 번의 근무가, 아마 이전의 어떤 훈련보다도 도움이 될 거예요.
만약 체력에 자신이 있으면 권총 대신 다른 것들을 들고 다녀도 좋아요. 무기고에 가면 여러 가지 무기가 있기는 한데, 어차피 그것들도 처음에만 몇 번 쓰지 잘 안 쓰게 될 거예요. 무겁기도 하고, 어차피 잠시 저지하는 효과밖에 없는 건 동일하기도 하고, 탄약도 더 크고 부피도 많이 차지해서... 나는 그냥 권총에 총알 넉넉하게 챙기는 게 좋아요.
가끔, 대체 뭐 하는 년인지는 모르겠는데 시야에 하얀 점이 보일 때가 있어요. 그 점, 눈이 침침한 거라고 생각하고 방치하면 점점 커지거든요? 그거... 그거 보이면 그냥 경비실의 부적 하나 꺼내서 태운 다음에 재를 물에 타고 꿀꺽 삼켜요. 어느 정도 커지면 이제 그게 점이 아니라는 게 보이거든요.
봐도 뭐 상관은 없지만 안 보는 걸 추천할게요. 기본적으로 팔다리가 없는 여자고 옷도 안 입고 있기는 한데, 눈요기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온몸이 다 푸르딩딩하게 썩어있기도 하고, 얼굴도 미라처럼 변해있어서... 그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부적 달인 물 꼭 먹어요. 나는 괜한 객기에 그거 봤다가 다음 날 밥을 못 먹었어요.
가장 조심해야 하는 세 놈에, 번외 한 년. 걔네 말고는 특별한 대처법이 없어요. 그냥 만나면 약점으로 보이는 부분을 쏘고 도망쳐요. 쏘고, 저지시키고, 피하고, 장전하고, 다시 쏘고. 그러면서 괴이에 대한 두려움을 잊어가고 대처할 능력을 기르는 게 근무의 목적이죠.
이제 당신 월급에 왜 생명수당이 붙는지는 이해했죠? 너무 간단하다고 생각하진 말아요. 말로만 들으면 이렇게 간단해보이지만, 직접 마주하면 이렇게 쉽지는 않아요.
걔네들도 생각이라는 게 있어서 숨었다가 기습하기도 하고, 협동을 하기도 해요. 괴이라는 게 그렇죠. 아예 박멸하는 건 몰라도 그것들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우리라고 이 커다란 방폐장을 당신에게만 맡겨두고 노는 건 아니고, 외부에서 지켜보다 당신이 위험해보이면 바로 지원을 올 거예요. 하지만 우리라도 축지법 같은 재주는 없어서, 제때 당도할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꼭 매년 순직하는 신입들이 생기곤 하더라고요.
패닉에 빠져서 총알 다 떨어진 권총 방아쇠를 계속 달각이고 있거나, 괴이가 다가오고 있는데도 주저앉은 채 머리를 감싸쥐고 있거나, 뭐 그런 경우를 여러 번 봤어요. 그러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사주경계만 철저히 해도 살아남을 수 있어요.
복도 너머에서 뭔가가 빼꼼 고개를 내밀 때 패닉에 빠지는 게 아니라 응사하는 정도만 되어도 위험하지는 않을 거예요. 긴장 풀어요. 누구는 처음부터 잘 했나요 뭐?
처음에는 누구나 무서워요. 하지만 내 말 믿어요. 익숙해지면, 뭐가 나오는지도 보지 않고 총을 겨누고 있어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게 꼭 틀린 말은 아니에요.
부디 내일 몸 성히 살아서 다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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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ㅣ 야간경비 3명은 잇어야될거같은데..
총알 채울 시간이 있는건 확실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