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성삼재를 지난 1월 2일과 13일 다녀왔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느라 1월 2일은 날머리로, 같은 달 13일은 들머리로 삼았다. 1월 2일은 오후 6시를 넘긴 시각, 구례 택시를 호출해 탈출하느라 시설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같은 달 13일은 구례 택시를 이용해 성삼재까지 올라가 볼일을 보고 편의점을 들렀더니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승용차들과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택시는 시암재까지만, 월동장구를 갖춘 택시는 성삼재까지 오르고 내렸다. 시암재에서 걸어온 산객들은 성삼재에 유일하게 문을 연 화장실을 들른 뒤 아쉬운 마음 가득히 하산하는 모양이었다.
지난달 말부터 일간지들 온라인 기사로 지리산 성삼재에 아웃도어 매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하고 환영해야 하는지, 마뜩찮아 해야 하는지 혼돈스러웠다. 지난 3일 월간 산의 온라인 기사 제목을 보고 편집진 역시 혼돈스러워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제목은 '지리산 성삼재에 등산인 위한 쉼터 생겼다?'
일간지 온라인 기사도 의문부호를 남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쉼터가 생겼다는 것인지 아닌지 이 잡지도 확신하지 못하며, 이 아웃도어 매장의 정당성을 전폭 지지하지 못하는구나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성삼재 1100고지에 매장을 오픈한 까닭을 듣고자, 3월 28일 용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구례구역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성삼재에 올랐다'고 적었다.
많은 산악인들은 처음 산에 발을 들일 때부터 '산에 아무것도 남겨두고 오지 말라'는 당부를 금과옥조로 여겨왔다. 월간 산 기자는 구례구역에서 내려 버스로 성삼재에 당도, 국립공원 문이 열리기만을 동동거리며 기다리던 추억을 얘기하는데 주차장 위 화장실 근처에 적잖이 있었던 노점상들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지 않았다. 당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앞의 금과옥조 같은 얘기를 늘어놓으며 노점상들과 그에 얽힌 추억을 지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상당한 세월이 흐른 뒤 공원공단은 아웃도어 자본의 매장에는 슬그머니 그 논리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간 산 기자의 궁금증에 답이 나온다.
'일반적인 아웃도어 매장과 구분되는 것은 'BAC 라운지'이다. 마치 국제공항의 항공사 VIP멤버를 위한 라운지처럼 BAC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무료 쉼터다. 지리산 종주의 기점인 이곳에서 등산화 끈을 묶고, 등산복을 재정비하는 등의 산행 채비를 하고, 간식을 먹으며 일행을 기다리는 편리한 용도인 것.
특히 넓은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백두대간의 산세를 즐길 수 있고, 스마트폰 충전과 무료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친환경 준수를 위해 일회용 종이컵이 없으므로, 자기 컵이나 텀블러가 있어야 한다. 라운지 출입문은 BAC 앱의 QR코드가 있어야지만 열린다. BAC 인증 경험이 없다면 BAC 앱을 다운받아 회원 가입을 해야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그 높은 곳에 아웃도어 업체의 플래그십 매장을 열어야 하고, 이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용인해야 하는 이유를 등산객들이 쉼터로 이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리고 월간 산 편집진은 마땅히 가져야 할 비판 정신을 슬쩍 의문부호로 넘기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필자는 평소 국립공원을 드나들며 공단은 '하지 말라'는 얘기를 참 쉽게, 고민 없이 한다는 반감을 갖고 있다. 물론 이용객들의 분별 없는 행위가 그런 '금지 만능'과 편의주의을 낳는다는 데 절절히 공감한다. 필자 역시 그런 이들의 행태에 분노한다. 그러면서도 공단이 정작 힘있는 이들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관대하지 않은가 하는 의심을 갖는다. 아울러 산악전문지 기자라면 공단이 이런 매장을 어떤 이유로 허용하는지 문제의식을 갖고 취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가 협애한 시각에 갇혀 폭넓게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반론을 기대한다.
지금도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고 있는 마당에, 기왕에 조건부 허가가 났던 덕유산과 얼음골 케이블카도 국립공원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되는 마당에, 아웃도어 플래그십을 허용하는 것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충분히 고민하고 숙의했는지 묻고자 한다. 인간과 인공적인 것들이 자꾸 산에 가까이 다가가고 점령하다시피 하는 일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감을 갖고 비판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산악전문지 편집진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