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도종환-
낯선 세상을 찾아가는 일이
우리의 일생이다
시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
우리의 운명이다
도전하고 비상하고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일주일 낮밤을
먹지도 쉬지도 않고 날 수 있어야 한다
생의 갯가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다는 걸 기억하자
우주를 움직이는 힘은 거대하나 보이지 않으며
우리는 각자 한 마리 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자
우리는 빙하가 녹는 여름의 북쪽까지 갈 것이다
연둣빛 물가에서 사랑을 하고
새끼를 키울 것이다
새로운 세상 어디에나
덫과 맹금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는 이유가
우리와 같지 않다는 것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고
이전에도 없었다는 것
그럼에도 우리는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오늘도 번개의 칼끝이 푸른 섬광으로 하늘을 가르는
두렵고 막막한 허공을 건너가지만
우직하게 간다는 것
날갯죽지 안쪽이 뜨겁다는 것
갈망한다는 것
우리가 도요새라는 것
함께 도달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숙제라는 것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는 것
이것이 도요새의 일생이라는 것이다
저기 또 새로운 대륙이 몰려온다
-詩 전문 계간지 『포엠포엠』 2016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