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이 하나 둘 제 흔적을 지우고 서서히 여름을 향해 치닫는 와중에
중간에 끼인 꽃들인 영산홍과 산철쭉이 무설재 자락을 장식할 이즈음,
연두와 초록이 교차하는 시점이라 그냥 바라보아도 예쁘기만 한 그런 계절이 왔다.
그렇게 꽉참보다는 조금 모자란 듯한 계절에 이르러 짙은 초록보다 옆은 연드같은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살면서 새삼스럽게 새로운 인연으로 맺어져 후반부 인생에 동참, 편입될 일이 별로 없을 늦은 나이에
남의 나라 여행을 하면서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행운 중에 행운이 아닐 수 잆다.
사실 낡고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 무렵의 나이에는 스스로 지니고 있던 것들도 비워내고 버리는 판이라
물건만 그런 수모를 당하는 것이 아닌 까닭에 사람 또한 예외 일 수 없어서 한참 잘 만나고 연락이 활발하고 분주할 때는
마치 죽을 때 까지 만날 것 같고 뭐든 동참할 것처럼 몰려다니며 당연히 늘 그즈음에 꼭 필요한 인연인가 싶었다가도
어느새 세월이 흐르면 시절 인연이 끝나버릴 만큼 서로 쓰임이 없는 인연처럼 변질되면서 잊혀진 인연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런 상황이 닥치면서로 당연하게 그 또한 그려려니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사회 인연 뿐만 아니라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만나진 사람들일지라도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겠지만
아무리 쥔장의 소신이 의리와 신의가 최고요 일순위라고 말을 하고 행동을 하여도 저절로 시절 인연이 쇠해지더라 뭐 그런 말이다.
그러다가 새삼스럽게 작년에 터어키 여행을 하게 되면서 여행을 함께 하던 사람들이 참 괜찮은 사람들의 집합체라는 생각이 들어
여행 후에도 마음이 통하는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 후속 모임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물론 아직은 서먹서먹하고 친밀감이 샘솟을 만큼은 아니나 그래도 웬만하면 잦은 모임을 가져
뒤늦게 만나진 인연일지라도 소중히 여기고 때늦은 만남이었어도 귀히 생각하자는 쪽으로,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의 만남일지라도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의견일치를 본 바,
사실은 살다보면 그런 경우가 흔치 않으므로 이게 웬 떡이냐 싶게 그들과의 인연을 잘 이어오는 중에
모처럼 무설재 뜨락이 환해질만큼 제자랑질에 골몰하는 영산홍과 박태기꽃, 명자꽃과 더불어
계절이 더 멀리 달아나기 전에 봄향기에 취하고자 몇몇 터어키행 지인들이 찾아들었다는 말이다.
비록 서로 바빠 두달에 한 번 만나는 처지이기는 하나 그런대로 비슷비슷, 고만고만하게 여행을 좋아하고
그중에는 밀도있게 여행도 즐긴 사람들이 많아 자신만이 알고 있는 노하우일지라도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여정에 동행 할 일 있으면 또 불현 듯 뭉쳐서 더불어 떠나기도 하는 그런 지인들이다.
게다가 어울림이 아닌 혼자 다녀온 여행일지라도 좋았던 곳이라면 다시 한번 강추를 하면서 길을 떠나기를 권하기도 하니
다녀온 여행 후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은 배가되어 별 예정에 없던 사람들도 훌쩍 떠나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하는 멋진 여행팀이라는 것이다.
어쨋거나 그런 지인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아니하고 무설재 뜨락으로 발을 놓았다.
어차피 여행팀으로 묶여져 있었던지라 사는 곳과 생활 반경과 환경이 서로 다름은 물론이거니와
각자의 다름과 개성이 확연한 그런 차이를 인정하고도 남을만큼 인연은 각별하다지만 사실 중간 기착지가 아닌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지에서 찾아드는 모임의 발길들이 고마운 것은 장소 불문하고 어느 곳에서 모여도 매한가지,.
그렇게 찾아든 여행팀과 즐거운 한때는 가마솥 들밥집의 나물 천국으로 시작되어 무설재 뜨락으로 이어졌으나
웃고 떠들고 정신없이 수다를 날리다 보니 그 즐거운 장면을 한 컷 날릴 새도 없이 울타리 너머 웃음발 지천으로 물들여졌고
긴긴 이야기 별별 이야기가 이어져도 마냥 즐겁고 행복한 것은 또래 여자들의 만남이 그러하듯이기는 하나
그래도 약간의 격이 더하여진 다담이어서도 그러할 듯하다.
다담을 나누다 보니 남들 죄다 제 할 일과 제 삶을 사느라 바쁜 와중에 일찌감치 여행이라는 코드에 눈을 떠
서른 중반을 넘기고 바로 여행길에 뛰어들었다는 두 여인네의 이야기가 정말 맛깔스럽다.
게다가 누구는 "나는 뭐 한겨" 라거나 또 누구는 "그런 세상은 내 생전에 있어보지 못했다"거나
워낙 바쁜 일상 탓에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꿔 봤다" 는 둥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그녀들의 일찌감치 여행 도전기를 들으면서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 위로 하며
내일 죽을 것 처럼 열심히 여행 삼매경에 빠져 들어 또 며칠 내로 여행을 떠날 사람도 있고
당장에 낼 모레 베트남으로 또 다시 여정을 나설 무설재 쥔장도 있는 바
어쩌다보니 여행이 일상인 것처럼 착각되기도 하더라는.
좌우지간 별별 여행사를 들으면서 새삼스럽게 맺어진 인연에 대해 서로 고마워 하고
이 인연이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도록 끈을 잘 이어가면 좋겟다는 말로 마무리 하면서
새삼 늦은 나이에도 찾아지는 친구같은 인연이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고 대견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참을 다담을 나누며 긴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라 서둘러 일어서고 보지만
발길은 또 그리 쉽게 돌아서지지는 않는 법...하여 못찍은 사진 한 컷을 날리며 나머지 웃음까지 소화하고 나서야
아쉬운 듯 미련을 남기고 돌아서는 발끝에 진한 향기와 여운이 남는다.
어쨋거나 그렇게 만나진 소중한 여행 인연의 끝자락이 오래도록 길게 늘여지도록 기원하면서
내일은 당진으로 휘리릭, 모레는 베트남으로 휘익 날아가게 되. 겠. 다
첫댓글 진짜 역마살 맞사옵니다 ㅋㅋ
얼마나 하하호호 웃음발 날렸을지도
안봐도 비디오~! 그 얘긴 내일 듣기로 하고~~~! ^ ^
ㅎㅎㅎㅎ 그런가요?
암튼 엄청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