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타트업 생태계의 이해와 공대의 역할
서울공대지 2019 Summer No. 113
이종수 교수 SNU기술창업플라자 산학교수
스타트업 생태계란?
스타트업(창업) 생태계라는 용어를 요즘은 일반인들도 쉽게 자주 접하게 된다. 스타트업 생태계란 무엇이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생태계란 “어느 환경 안에서 사는 생물군과 그 생물들을 제어하는 제반 요인을 포함한 복합 체계”라고 나와 있다. 이로부터 유추해 보면, 스타트업 생태계는 “비즈니스 환경 안에서 스타트업 기업들 및 그 기업들과 영향을 주고 받는 요인들을 포함한 종합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스타트업이 창업해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관련되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한 기관에서 정리해 놓은 예시를 보면 다음과 같이 7개로 구분하고 있다.
1. 엑셀러레이터, 2. 초기 및 시리즈A 투자자, 3. 시리즈B이상 투자자, 4. 정부 및 공공부문, 5. 네트워킹 및 창업 이벤트, 6. 창업 정보, 미디어, 7. 공동업무공간 등이다. (그림1. 참조)
그림1.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복잡한 구성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협력이 일어나고, 자금, 인력, 정보가 이동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순환하게 된다. 이때 스타트업과는 특별히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반인들도,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송금 앱으로 돈을 보내는 순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타트업 생태계에 속하게 된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규모와 유니콘 기업
스타트업 생태계를 선 순환시키고 성장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가 바로 자금(돈)이다. 매년 신규 투자되는 벤처투자자금의 규모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규모를 알아 볼 수 있다.
최근 기사를 보면 2019년 상반기에만 국내에서 2조원 가까이 신규 벤처투자가 이루어 졌다고 하며, 연말까지 4조원을 넘어설 예정이다. 2015년 대비 2배가 증가했다. 그리고, 2019년 상반기에 10억원 이상을 투자 받은 스타트업만 530개 기업이다. 여기에 정부가 직. 간접적으로 지원해 주는 각종 창업 정책자금, 지원금 등 정부예산을 포함하면, 적은 규모가 아니다.
이렇게 큰 자금이 투자되고 기업이 성장하면서, 소위 스타트업 성공신화인 유니콘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어서고, 공개 주식시장에서 아직 주식이 거래되지 않은 스타트업 기업이다. 주식이 거래되지 않는데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하고 자금을 투자 했다는 의미이다.
2019년 8월 현재, 유니콘 기업은 전 세계에 360여개라고 한다. 한국에도 쿠팡, 우아한 형제들, 야놀자, 엘엔피코스메틱, 비바리퍼블리카 등 9개가 목록에 올라 있다 (CB인사이트). 우리나라에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스타트업 기업이 이미 9개나 있고 갯수로 보면 독일과 함께 세계 5위라고 하니 대단한 일이다.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으므로, 투자자들이 하나의 유니콘 기업에 수천 억 원을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투자된 수천 억 원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선 순환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유니콘 기업이 많아질수록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생태계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유니콘 기업의 파급 효과가 큰 것이다.
대한민국의 유니콘 기업들 중에서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과 “비바리퍼블리카 (토스)”를 살펴보자.
배달의 민족 앱으로 배달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총 5,000억원 이상을 투자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2018년 매출은 3,200억원, 영업이익은 580억원, 순이익은 62억원이다.
토스 송금 앱으로 유명해진 ㈜비바리퍼블리카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총 2,200억원 이상을 투자 받았다. 이 회사의 2018년 재무제표는 548억원 매출에, 445억원 영업손실, 445억원 순손실 이다.
상식적으로 매출 3,200억원에 순이익 62억원 수준인 배달의 민족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이라는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 매출 500억원에 매년 적자가 445억원인 토스 서비스의 가치가 1조원이 넘는다고 하면, 스타트업은 거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말 그런 것일까?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배달의 민족 오토바이가 이미 전국의 도시를 휩쓸고, 다음 세대 주역인 20~30대들이 은행 송금 수수료 없이 토스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거대 은행들은 핀테크 분야에서 토스나 카카오 뱅크와 같은 신종 금융 서비스와 힘들게 경쟁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2개의 유니콘 기업을 통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7,2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어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기고 우리 생활과 문화가 변하고 있다. 이젠 다시 과거의 생활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저렴한 배달료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주문하고, 복잡한 은행권 공인인증서와 절차, 수수료 없이 간편하게 돈을 송금하고 있다. 이러한 편리성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시장이 변화할수록 유니콘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는 선 순환 효과를 일으킨다.
분담, 협력, 그리고 집중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의 핵심은 분담, 협력, 그리고 집중이다.
자본과 인력이 충분한 대기업이나 재벌이라면 모든 역할을 직접 할 수도 있고, 과거에도 이 3가지 요소가 강조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스타트업들보다는 분담, 협력, 집중이 중요하지 않았다.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과 자금으로 타이밍에 맞게 재빨리 성장해야 하는 것이 핵심 성공 요소이다.
경쟁자가 있으면 서로 마지막까지 출혈 경쟁을 지속하기 보다는 적당한 시기에 M&A를 통해서 같은 배를 타고, 기업가치를 높여서 더 많은 투자를 받고 그 자금으로 더 빨리 성장하는 것이 서로 윈-윈 전략이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의 전제 조건은 생태계 구성원 각각이 자기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이미 전문성,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성장하는데 필요한 노하우와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뛰어난 엑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많은 자금과 단계별 투자 전략으로 벤처펀드를 운영하는 전문 벤처캐피털도 충분히 있다. 정부는 나름대로 스타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많은 정책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중소 스타트업의 큰 고민 중의 하나인 우수인력 확보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용하면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창업자는 잘하는 자기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자금조달, 해외마케팅, 우수인력확보 등 나머지 부분은 생태계 구성원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중요한 것이다.
공대의 역할
대학교에서 창업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창업 생태계의 모든 기본 기능들이 학교 안에 있는 것이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궁극적으로 최고 수준의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대학이 강점이 있는 대학 생태계와 대학 외 창업 생태계가 조화롭게 연계되어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서울 공대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분야별 생태계 전문가들과 협력을 잘 하면 될 것이다.
서울 공대는 교육기관이자 연구기관이다. 이미 최고의 기술 인력(교수진)을 보유하고 있고, 기술을 축적하고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능력이고 장점이다. 어떤 인재를 육성할 것인지 방향만 잘 정하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수한 학자, 기술자, 직장인, 공무원, 전문가들을 육성해 왔으며, 이제는 추가로 최고의 스타트업 기술인재 양성에 조금 더 집중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공대가 제일 잘하는 연구와 교육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강력한 역할을 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학 밖의 창업생태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우수한 기술인재 부족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한다. 자금도 충분하고, 시장도 있고, 비즈니스모델도 있고, 협력 네트워크도 잘 구축되어 있는데, 우수한 기술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우수한 기술 인재가 창업보다는 안정된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에 대하여 개인의 기업가정신 부족 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로, 서울 공대의 역할은 학부생 또는 대학원생이 재학 중에 기본 창업 지식을 습득하고, 창업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 생태계에 많이 노출되도록 도와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기술 능력과 더불어 스타트업 경영 능력을 갖춘 준비된 기술창업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좋은 사업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다. 우수한 파트너를 만나기 가장 좋은 곳이 바로 대학이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동업자들을 대학에서 만난 경우가 많다. 일찍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끼리 자주 만나서 교류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친해지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 역시 서울 공대가 잘 할 수 있다. 공대뿐만 아니라 다른 전공을 가진 다양한 배경의 친구들, 타 대학의 친구들도 미래의 창업 동료가 될 수 있으니, 교류의 폭을 넓혀 주는 것도 필요하다.
세 번째로, 서울 공대 연구실의 교수님들은 이미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 기술들을 활용해서 창업을 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언제든 가능한 연구실 창업을 대비하여, 교수님들도 캠퍼스 내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고,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스타트업은 본인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창업 결심이 섰다면 잘 준비된 창업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무모하고 위험하다. 그러나, 잘 준비되고 생태계와 조화를 이룬 창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고, 실패 하더라도 남는 것이 있다. 제대로 준비해서 활동하다가 실패한 경우에는 기업에 축적된 지적 자산과 인력이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M&A 등의 과정을 거쳐서 대부분 가치 있게 다시 활용 될 수 있다. 그대로 완전히 무너지거나 사라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니, 학교도 개인도 모두 스타트업 생태계와 조화롭게 준비된 창업을 지향했으면 한다.
현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는 SNU공학컨설팅센터 산하에, “해동아이디어팩토리”, “신기술창업네트워크”, “SNU기술창업플라자(공존34)” 이렇게 3개의 창업 플랫폼을 구축하여, 우수한 기술창업 인재 양성과 잠재적 유망 기업 발굴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멀지 않은 시점에, 서울 공대 창업 플랫폼에서 시작된 동문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