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일 있었던 군산대회 후기를 뒤늦게 올립니다.
사실은 이렇게 후기를 올리는 것이 상례라는 것을 생각도 못했고, 회장님께서 한 번 말씀하셨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흘려 들었는데... 제 잘못입니다.
대부분-이 아니라 저 빼고는 모든 분들이- 풀코스를 뛰신 분이거나 뛰실 분들이라 저혼자 올림픽코스에 도전한답시고 뺄뺄거리는 것이 좀 뻘쭘하기도 해서 쭈뼜거리다가, 범상님이 올린 후기를 보고는 앗 뜨거라 하고 부랴부랴 올립니다. ㅎㅎ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를, 그리고 저같은 초보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지적과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아래 내용의 말투는 혼잣말 하듯이 반말투로 썼습니다. 그래야 스토리 전개가 편하고 쉬워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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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에 철인3종경기 준비를 시작하면서 클럽에 가입했다. 애초에 '벅차지만 올림픽코스에 도전해보겠다'고 목표를 정하고 시작했던 터였다.
우선 이런저런 기본적인 정보를 모으다 보니 생각보다 범위가 넓고 쉽지 않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카페에 올라오는 훈련계획들을 보면서 기가 질리기도 했고..
그러던 중 코로나가 오고, 허리를 다쳐 꼼짝 못하는 상황, 그 중에도 코로나는 계속되고.. 결국 제대로 준비도 못해보고 시간만 흘러갔다.
올해 들면서 이제는 시작해보자. 지금 부터 준비해서 가을에는 데뷔해야지... 그래서 9/4일 문체부 익산대회를 목표로 정했다. 그 전에, 등록하고 자전거 검차 내지는 바꿈터에 거치하는 과정 등을 실습할 겸, 5월 29일 군산대회를 신청했다. 근데...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기왕 신청했으니 다 뛰어보까? 라는 욕심이 났다. 솔직히 완주할 생각도 없었고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음을 나 스스로가 잘 아니까... 근데, 레이스벨트를 빌릴려고 만난 훈부님이 “절대로 중간에 포기하면 안된다.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끝까지 완주하라”는 오더를 내리는 바람에 “아, 철인의 기본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대회 전날, 집사람과 아들까지 대동하고 현지에 짐을 풀었고, 소원대로 잔차 검차도 하고, 거치도 해놓고, 기념품과 각종 스티커를 받아들고 어디에 붙이는지도 몰라서 카톡으로 명훈씨, 전훈부님께 물어보기도 하고..
당일 아침에는 식사를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대충 먹고, 대회장에 갔다. 수영부터 준비를 하는데, 3종 중에서 그나마 수영하고는 좀 친한 편이라 덜 미적거리고 입수. 오랜만에 맛보는 고향같은 짠물 맛! ㅎㅎ 문득, 처음 맛보는 사람에게는 이 맛도 공포의 일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교적 순탄하게 수영을 마치고 잔차를 끌고 출발선에서 출바알~ 약간의 경사를 올라가자 새만금방조제가 똭! 일직선으로 눈 앞에 짜잔~ 저 멀리 아득(?)하게 섬이 하나 보이는데, 그 섬 뒤의 섬까지가 10km. 두번 왕복해야 한다. 그래서 진입, 출구까지 합쳐서 47km 코스.
나름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는데... 모든 주자가 나를 추월한다. 나에게 추월 당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심지어는 지나가면서 “강남파이팅”을 외쳐주기도 한다. 아! 지금 내가 우리 클럽의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중인가보다... 이제와서 경기복을 벗어버릴 수도 없고.. ㅠㅠ
부득부득 우기듯이 가다보니 어느덧 섬이 바로 앞에 있다. 후유~ 반환점을 돌아 서니, 또 다시 저기 방조제끝이 까마득히 보인다. 언제 저기까지가나. 이 아픈 목과 어깨는 어쩌고...
아픈 목과는 별개로, 얼마전부터 내 잔차의 안장이 너무 낮고 앞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잔차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그나마 그런 차이를 느끼게 된 것만해도 대견하다. ㅎㅎ 그래서 중간에 있는 쉼터에서 미캐닉에게 의뢰해서 안장을 높인 후 기분 좋게 출발. 또 어느덧 방조제 끝까지 왔다. 이제 섬까지 한 번만 더 갔다가 오면 된다! 는 희망으로 출발. 그런데 5-6km 갔을까? 목과 어깨가 아프다 못해 저릴 정도다. 아무래도 몸을 좀 풀어야되겠다는 생각으로 길 가에 멈추고 하차하려는데... 등짝이 굳어서 펴지지가 않는다. 경련까지는 아니지만 딱딱하게 굳은 느낌.. 등을 구부린 채로 잔차에서 겨우 내려서 아주 천천히 등을 펴고, 살금살금 목 돌리고, 허리 돌리고.. 평소 아침에 하듯 몸풀기를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빨리 갈려고 온몸이 긴장했었나? 그보다 근본적으로 연습이 덜 된거겠지... 한 15-20분이나 풀었을까 많이 편해져서 다시 출발. 이제는 맘을 비우고 되는 만큼 가자는 생각으로 즐겁게 달리기로 했다. 길 양쪽의 바다구경도 하고, 가끔씩 두손 놓고 허리를 펴기도 하고..
어쨌든 잔차도 끝나고, 이제는 달리기. 나름 생각보다 잘 하고 있다고 혼자 착각하면서 달리기 시작했는데... 3km나 뛰었을까? 오른쪽 무릎위 근육이 아프기 시작한다. 이전에 등산 다닐 때에도 항상 4시간 정도 산행하면 경련이 일어나던 그 근육(대퇴사두근 중에서 내측의 내광근)이 또 말썽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다가는 드디어 경련이 시작된다.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는 동안 왼쪽도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결국 그늘에 앉아서 마사지 시작. 별 뾰죽한 방법이 없다.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뛰어보면 잠시 후 경련이. 천천히 걷다가 뛰면 또.. 중간에 전 훈부님 만나서 정제염을 얻어 먹기도 했고, 급수대에서 에어파스를 뿌리기도 하고.. 바꿈터에서도 최대한 천천히 편안하게..
어찌어찌 어거지로 완주랍시고 하기는 했다. 정말로 시간과는 무관하게... 그러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훈련부족, 핑계, 게으름, 무식함..
공자님도 “學而時習” 이라 하여 “배우고 또 익히라”고 하셨는데, 배움(學)은 없이 익힘(習)만, 그것도 게으르게 익히다보니 체력이나 기량이나 나아진 바가 없음이 증명되었다.
창피한 기록이지만, 이렇게 내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느꼈고 이는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당당한 부끄러움은 발전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기록]
Swim 1km 0:24:40
TR1 0:07:04
Bike 47km 2:09:29
TR2 0:06:22
Run 10km 2:05:36
첫댓글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이 중요한 사람도 있고 완주에 목표를 두고 즐기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즐기는 사람이 이기는게 아닐까 싶네요 건강을 위해 운동하니까요
감사합니다.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완주해 주셔서...
아마 강남철인클럽의 기록이 아닐까 싶은데 가입년식이 얼마 안되어 역사는 잘모르겠지만 제가 아는한 클럽내 최고령 첫 철인 완주자 이신듯 한데 ...
익산대회에서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맛보시리라 생각합니다.
원장님 멋지세요, 수고하셨습니다.
기록을 미리 검색해보고
형님 애 많이 쓰셨겠구나 생각했었습니다만
경직과 저림까지 온 줄은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완주를...
대단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저희 강남철인은
형님말고도
그간
다른 분들과 삼종 안 하는 분들에게
꿈과 희망도 많이 주어 왔어요.
예전에 마라톤 후미 수거 버스 앞에서도
달리다 걷다도 했습니다.
혹여 마지막 주자여도
마샬이 중지시키지 않으면
끝까지 하는겁니다.
ㅎㅎ
잘해내셨어요.
회복 잘 하세요.
대회나 훈련하시면
후기 꼭 남기셔요.
본인의 기록과 기억에
도움을 주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후기를 보면서. 많이 반성합니다. 세종대회 뛰면서 수영 1.5키로 30분안에 못들어온것에 화나고 사이클 1시간 10분안에 못들온것 그리고 힘들게 탄것에 화나고 런 50붅안에 들어오지 못한것에 화나서 다시는 삼종하지 말까?라는 저 자신이 무척 부끄러워지네요. 훈련도 많이 못하고. 기록 욕심만 가지고 있는 자신을 반성해봅니다 . 다음 기회는 같이 천천히 한번 해. 보시죠. 응원 하겠습니다.
박정일님 후기 잘읽었습니다~~
많은고통을 이겨내시고 완주하심에 더
축하드립니다~
기록보다 완주에 더 의미를 둔 멋진 완주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강남파이팅~에서 빵터졌습니다...
남의일 같지 않은 후기 잘 읽었슴다..
저도 급 고민이 되네요..강남파이팅을 들어야 하나 어쩌나?ㅜㅜ
완주하신것 축하드립니다. 내년 이맘때 올림픽코스 또 뛰시고 위의기록과 비교해보세요. 절반이상 단축하게 되실껍니다. 소중한 후기 공유 감사합니다. 회복잘하세요. ^^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셨네요. 저도 역시 경기 출전 여부가 전무하여 언제 시도해볼까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선배님께서 해내시는 모습을 보니 저또한 용기가 나네요. 저도 첫 출전 후 멋진 후기를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경런과 저림까지 왔는데도 완주하신 박정일님
완주 축합니다.
클럽에오셔서 꾸준히 운동하시는 모습
끝까지 철인의 경기과정을 배울려고 하시는 박정일님 철인의 열정에 감명받았습니다.
하프 킹을 완주해야 철인이 되는것은 안니겠지요.
운동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멋져보였습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참말로 축하합니다 ~
성적도 좋구먼요~~
포기만 하지않음 할수 있다
딱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그 어려운 걸 해내는
박정일님~~
계속 응원합니다 ~~ !!
완주 축하드립니다, 이 운동은 자기 자신과의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과의 경쟁은 부상을 부르더라고요. 화이팅!
여러 선배님들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다시 달리기부터 자료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슴에 콱! 꽂히는 한 구절, “달리기를 생활의 제1순위로 할 수 있는가?”
...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