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할 때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오늘은 대림 첫주, 12월 초하루입니다. 뭔가 범상치 않은 날이라 기대를 품고 미사에 참례했지요. 제대 오른 쪽에는 대림초가 보이지 않았어요.
교중미사의 대미는 성체 성가가 아닐까요? 성체후 성가대가 불러주는 성가를 주의깊게 들으면서, 교우들과 함께 묵상에 잠겨 있는 이 시간이야말로 남다른 기쁨과 신비를 체험합니다. 저는 대림시기에는 단연 94번을 기다리지요. "하~아늘은 이슬비처~럼 의~인을 내려다오. 주여 분노마옵시고 우리 죄악을 기억마옵시며 주의 성읍 광야되고.......성전이 황무지가 되었나이다. 하아느을은 이슬비처럼 의~인을 내려다오." 제가 대림성가로 제일 좋아하는 노래랍니다. 이 성가를 그레고리안 성가라 해서 부르긴 힘들어도 성가대가 불러주면 엄청 좋지요. 대림이 다가오면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던가요. 어쩌면 이 노래, '하늘은 이슬비처럼 의인을 내려다오'를 부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50가지 성탄 축제 이야기" 안젤름 그린 수사님이 쓰신 책을 읽었던 그날부터 성탄은 제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대림환과 사철나무, 천사와 목자, 동방박사와 몰약, 유황과 황금, 그리고 네 번째 동방박사, 크리스마스 트리와 선물......성탄에 얽힌 50가지 이야기가 대단합니다. 성탄이야말로 희망과 꿈, 뭔가 신비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보물상자가 아닐까요.
대림시기가 다가오면 맨 먼저 이 책을 찾아 다시 읽어본답니다. 신비한 것을, 꿈을 잃어버린 시대에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신비한 무엇을, 우리에게 꿈을 되찾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가 성경으로 연결되는 지극히 성경적이라 대림을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무척 고마운 책이지요.
"...팔레스티나 사람들에게 이슬은 중요한 상징이었다. 보이지도 알아챌 수도 없이, 이슬은 밤중에 메마른 농토 위에 내린다. 사막도 아침이면 온통 이슬로 뒤덮인다. 이른 아침 햇살에 이슬이 반짝인다. 사랑의 이슬은 황량하고 메마른 가슴을 비옥하게 한다.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낮의 열기가 삶을 메마르게 한다면, 밤에는 만물을 새롭게 하는 하느님의 이슬이 내려 우리를 청량하게 만든다. 그 이슬은 우리 안에 새로운 생명을 일깨운다. 그대가 대림을 통해, 그대 또한 의롭게 되기 위해, 그대 영혼의 메마른 농토 위로 의인이 내려오시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이 이슬을 통해 의인을 비처럼 내려주시면, 그대 또한 바르고 의롭게 살 수있다. 정직하고 올곧게, 그러면 그대 마음은 하느님 사랑의 이슬로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안젤름 그린 글 중에서)"
"...안심하여라 백성아 가련한 자들아, 안심하여라 네 구원이 임하리라. 나 너희 죄를 안개처럼 없애리니 두려워말라. 네 구세주는 이스라엘 거룩한 주님 되리라...." 94번 찬미가 계속 울려퍼집니다. 울컥 올라오는 무엇 때문에 노래가 끊어져도 환희로 가슴이 차올랐고 감동적인 찬미였습니다. 손주들 때문에 어린이미사 참례하면서 대림 성가 94번을 혼자 상상하게 되네요.
이제 대림시기입니다. 그대 또한 길거리를 쏘다니고 있는지 모릅니다. 너무나 분주하기 때문에 우리 집에 오셔서 문을 두드리고 계시는 주님의 기척을 알아채지 못 하고 있는지 모르지요. 대림의 의미는 '기다림'이며 또한 그분에게 다다르자고 하는 '다다름'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그리움'이야말로 대림시기가 주는 참된 의미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깨어 기도하여라' 엄중한 주님의 경고이며 깨우침입니다.
바로 전주에는 그리스도왕 대축일날 미사는 예수회에서 참례했더랬습니다. 신부님 강론이 얼마나 절 감동시킨 줄 아십니까. 대림이라는 말은 '도착'을 뜻하는 라틴어 Aventus에서 온 거라면서요? 영어로는 Coming이랍니다. 오신다의 뜻을 기억해야한다고요. 전 커밍순이라고 알아들었습니다. 왜 외고편 영화를 보여주면서 꼭 Coming soon하지 않던가요.
신부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간절히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마침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상태, 허공만 남은 상태를 채워주는 게 바로 주님의 사랑이라 했습니다. 신부님, 당신의 묵상을 제가 다시 표현한다는 것이 무모한 일인지라 그 감흥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날 비로소 대림이란 신비에 깊숙이 담겨진 뜻을 만분지 일이라도 알아들었다고 할까요. 참 기뻤더랬습니다. 우리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려볼까요?
마음을 다 하고 정성을 다 하여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을 그대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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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을 마지하는 벗님들, 준비한 만큼 기쁨도 크리라 여겨집니다. Coming soon! 기다리고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요즈음 성탄 분위기는 썰렁해요. 어렸을 땐 대단했는데.... 이맘 때즈음 벌써 거리는 흥청거리는 들뜬 분위기였는데. 거리의 소리사마다 케롤이 흘러나오고 서점에는 예쁜 성탄카드라든가 연하장을 걸어두고 손님을 기다리지요. 당시 성탄이란 으례 술마시고 예쁜 선남선녀들이 만나서 노는 거로 인식했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예수님 생일 덕분에 잘 마시고 잘 놀았잖아요. 아참! 산타할아버지 땜시 선물도 받는 꿈도 꿀 순 있었잖아요. 어른이나 어린아이나 현실적이지 않는 성탄이 주는 분위기에 고마워 했던 게 기억납니다. 제가 어릴 때는 전쟁이 남기고 간 을씨년스럽던 시절이라 성탄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었지요.
성미 급한 라디오 디제이가 성탄 노래를 틀어줍니다. 전 아무래도 빙그로스비의 화이트크리스마스가 제일 좋던데요. 50년이 지나도 빙그로스비에 한 표입니다. 폴앙카를 좋아한다면 저랑 취향이 다르고요...... .......................................................................... 대림시기에 이 말씀을 추천합니다. 그대의 풍성한 묵상을 기대합니다.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마라. 그대가 챙길 것은 오로지 하나, 사랑뿐이다. 사랑을 품고 사랑이 부르는 대로 가라. 거기 하느님이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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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