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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차
■ 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황금의 삼각지대)
구체적인 내용은 (7)편에서 충분히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핵심만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황금의 삼각지대로 불리는 골든트라이앵글은 태국의 치앙라이주 치앙샌 • 미얀마의 샨주 동부 • 라오스의 보케오주의 3개국 접경 지역을 일컫는 용어이다.
메콩강과 루악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골든트라이앵글은 이 세 나라의 국경이 강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어 과거부터 물자 수송과 이동이 빈번했던 요충지이다.
⬆️ 태국 • 미얀마 • 라오스 세 나라의 국경이 맞닿아 삼각형을 이루는 실제 골든트라이앵글의 모습.
골든트라이앵글은 과거 20세기 중반부터 세계 최대의 아편 및 헤로인 생산지로 악명이 높았다. 척박한 산악 지대와 느슨한 공권력을 틈타 소수 민족들이 양귀비를 재배하며 생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마약왕'으로 불렸던 쿤사가 이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국제적인 마약 밀매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현재는 각국 정부의 강력한 근절 노력과 대체 작물 재배 장려 정책 덕분에 마약 재배지는 거의 사라지고 평화로운 관광지로 변모했다.
이곳은 3국 접경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 메콩강 보트 투어 그리고 마약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세워진 아편 박물관(Hall of Opium)이 유명하다.
⬆️ 아편 박물관에는 아편에 잠식되어 서서히 삶이 무너져가는 이들의 모습이 처연할 만큼 사실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골든트라이앵글은 양귀비 대신 커피 • 차 • 과일 등이 재배되고 있다. 특히 태국 북부의 도이창이나 도이퉁 커피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라오스 쪽 접경 지역에는 카지노와 대규모 상업 시설이 들어선 경제 특구가 조성되어 과거와는 전혀 다른 화려한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치앙라이 시내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거리이며, 매사이나 치앙센과 묶어 하루 일정으로 둘러보는 것도 좋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서 강 너머 미얀마와 라오스를 바라보는 풍경이 꽤 이색적이다.
✳️ 비자런(Visa Run)
태국의 비자런은 외국인이 태국 체류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인접 국가로 잠시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하여 새로운 체류 기간을 받는 방식을 말한다. 보통 라오스 • 캄보디아 • 말레이시아 등 국경 지역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경우가 많았다.
치앙마이 등 태국 북부 지역에 머무는 사람들은 치앙센 등지에서 라오스로 당일치기 비자런을 다녀오곤 한다. 나도 몇 번 경험했다.
그러나 현재는 치앙센 등지를 통한 라오스 당일치기 비자런은 매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에는 치앙센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 라오스 돈사오섬으로 넘어가 당일치기로 도장만 찍고 오는 방식이 흔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라오스 측 국경 지역이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중국계 카지노 자본이 완전히 장악했다.
⬆️ 메콩강 너머로 보이는 라오스 측 국경 지역의 카지노 • 호텔 복합단지 모습. 중국계 자본으로 개발된 킹스로만(Kings Romans) 카지노 리조트가 가장 유명하다. 태국과 강 하나 사이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라오스 측 검문소는 일반적인 국경 검문소와 달리 입출국 절차가 매우 변칙적이고 까다롭다.
라오스 입국 시 도착 비자(VOA) 비용 외에도 급행료나 정체불명의 수수료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비자런 목적의 여행객에게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또한 최근 라오스 이민국과 태국 이민국 양측 모두 '최소 1박 이상' 체류 증빙(호텔 예약증 등)이 없으면 비자런 목적의 당일치기 입출국을 거부하거나 심사를 엄청나게 까다롭게 진행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태국 정부가 한국인에게 90일 무비자를 허용해 주지만, 최근 전산 시스템이 통합되면서 육로를 통한 무분별한 비자런을 엄격하게 잡아내고 있다.
무비자 상태에서 육로로 나갔다가 당일에 바로 들어오려고 하면, 태국 이민국 심사관이 '실제 관광 목적이 아닌 장기 체류 편법'으로 판단해 입국을 거부할 확률이 매우 높다.
태국 정부 입장에서는 관광 무비자를 사실상의 장기 체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에, 장기 체류 목적이라면 다음과 같은 정식 비자를 권장하는 분위기이다.
관광비자(TR) • 교육비자(ED) • 은퇴비자(O-A/O) • 가족비자 • 디지털 노마드및 장기체류 관련 비자(DTV) 등이다.
나는 장기 체류 시에는 은퇴비자를 발급받아 머문다.
태국 치앙콩 ↔ 라오스 훼이싸이 그리고 태국 우돈타니 ↔ 라오스 넝카이 방법도 있으나 모두 최소 1~2박 이상이 요구된다. 권장되지 않는다.
비자런은 지금도 실제로 이용되지만, 예전처럼 ‘국경만 넘으면 손쉽게 재입국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불필요한 비자런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추이퐁 차 농장
추이퐁 차 농장은 치앙라이 북부 산지에 자리한 대표적인 차(茶) 농장으로, 드넓게 펼쳐진 차밭 풍경과 전망이 좋은 카페로 유명하다.
완만한 구릉을 따라 초록빛 차밭이 물결처럼 펼쳐진 추이퐁 차 농장은, 치앙라이에서 만나는 가장 평온한 풍경 중 하나이다. 언덕 위 카페에서 바라보는 차밭은 햇살과 바람을 머금은 채 부드럽게 출렁이고, 그 사이로 흐르는 고요한 시간은 여행의 속도를 한층 늦추게 한다.
⬆️ 언덕 위 카페에서 내려다보는 파노라마 풍경이다. 탁 트인 시야에 상쾌한 공기 • 햇살과 바람이 어우러진 평온한 자연 풍경은 사진 촬영 명소로 인기이다.
태국의 라마 9세는 북부 산지에서 양귀비 재배를 줄이고 차 • 커피 등 대체 농업을 장려했다. 추이퐁 차 농장도 초기 설립 시 로열 프로젝트의 지원과 영향 아래 시작되었고 지역 농민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 아카족 • 몽족 등 이 지역 고산족 사람들은 대를 이어 차 재배 기술을 유지하며 품질 좋은 찻잎을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추이퐁 차 농장은 말차와 디저트를 곁들여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특히 해 뜰 무렵과 해질녘에는 더욱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며, 치앙라이 주요 관광지와 함께 하는 코스로 둘러보기에도 좋다.
■ 롱넥 타쑷(Long Neck Thasut. 목긴 카얀족 마을 등)
'롱넥 타숫(마을)' 은 태국 북부의 여러 소수민족이 함께 모여 사는 '고산족 연합 마을(Union of Hill Tribe Villages)' 형태이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여러 부족의 문화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조성된 일종의 '문화촌' 성격을 띠고 있어, 목긴 카얀족 외에도 다음과 같은 부족들을 만날 수 있다.
• 카얀족 (Kayan): 카렌족의 한 갈래인 카얀족은 목에 황동 고리를 감는 것으로 가장 잘 알려진 부족이다.
• 아카족 (Akha): 화려한 은장식 모자가 특징이다.
⬆️ 아카족의 대나무 땅치기 놀이는 그들의 가장 큰 축제인 그네 타기 축제 기간이나 마을의 경사스러운 날에 행해지는 전통 민속놀이다. 현재는 아카족 마을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을 환영하는 환대의 의미로도 자주 공연된다.
• 라후족 (Lahu): 사냥과 농사에 능하며 검은색 의복을 즐겨 입는다. 라후족은 외모와 산악 문화에서 고구려 계통의 북방적 분위기가 비슷하여 일부에서는 '라후족은 고구려 후손이다'이다라는 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 야오족 (Yao): 목 부분에 붉은 털 장식을 한 의복이 특징이며 한자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 빠롱족 (Palaung): 허리에 은색이나 대나무 고리를 차는 풍습이 있다.
이 마을은 자연 발생적인 거주지라기보다는, 미얀마 등지에서 넘어온 난민 지위의 소수민족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태국 정부나 민간에서 관광 목적으로 조성한 곳이다.
⬆️ 주로 직접 짠 직물이나 수공예품을 판매하여 생활하며, 입장료 ฿300(약 ₩1.5만)의 일부가 마을 유지비로 쓰인다.
● 카얀족 여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목에 황동 고리를 차례로 쌓아 올리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목이 길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며, 부족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상징한다.
무거운 황동 고리의 무게(최대 5~10kg)가 어깨를 짓눌러 쇄골과 어깨뼈를 아래로 내려앉게 만든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목이 길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 마을 여성들은 직접 베틀을 이용해 스카프 • 가방 등 전통 직물을 짜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직접 만든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어 이들의 생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대나무와 짚으로 지은 전통 가옥에서 생활하며, 전통 의상과 장신구를 착용한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카얀족 남자는 고리를 착용하지 않는다.
✳️ 카얀족 여인들은 왜 목에 황동 고리를 착용하는가?
카얀족 여인들이 목에 황동 고리를 착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설이 전해진다. 그 배경에는 역사와 신화 그리고 사회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아름다움과 부족의 자부심이다. 카얀족 사회에서는 목이 길수록 아름답다고 여긴다. 황동 고리는 목을 길어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부유함과 고귀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고리는 부족의 여성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표식이기도 하다. 5세 전후부터 고리를 차기 시작하여 평생에 걸쳐 개수를 늘려가며 자신들의 전통을 이어간다.
과거 산악 지대에 거주할 때, 호랑이 같은 맹수가 사람을 공격하면 주로 목덜미를 문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를 방어하기 위해 금속 고리를 찼다는 설도 있다.
한편 다른 부족의 침입 시 여성을 납치해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외형을 독특하게(혹은 당시 기준에서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려 했다는 설도 전해진다.
카얀족의 전설에 따르면, 그들의 조상은 바람과 용의 결합으로 태어났다고 믿는다. 여성들이 목에 감는 황동 고리는 그들이 숭배하는 용의 긴 목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즉, 조상을 기리고 신성함을 유지하려는 종교적 의미도 담겨 있다.
평생 고리를 차고 살면 목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고리를 갑자기 제거하면 목이 머리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최근에는 전통을 벗어나 고리를 벗고 현대적인 삶을 택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전통이 관광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생계를 위해 전통을 유지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부족의 역사가 담긴 독특한 문화유산인 셈이다.
■ 싱하 파크
치앙라이의 싱하 파크(Singha Park)는 태국의 유명한 맥주 브랜드인 싱하를 생산하는 분럿 브루어리(Boon Rawd Brewery)가 운영하는 대규모 농업 관광 단지이다.
과거에는 맥주 원료인 보리를 재배하던 농장이었으나, 현재는 아름다운 자연과 액티비티가 어우러진 치앙라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공원 입구에 있는 거대한 황금 사자상은 싱하 파크의 상징이자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 생각보다 싱하상은 당당하고 아주 거대한 체구이다. 높이 13m • 길이 20m 안팎이다. 사진은 멀리서 찍어야 한다.
싱하 파크는 약 12.8km²에 달하는 엄청난 부지를 자랑하며, 잘 가꾸어진 정원과 호수 • 구릉지가 펼쳐져 있다.
우롱차 재배지 • 과수원 • 꽃밭 등이 끝없이 이어지며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부지가 매우 넓어 도보 이동은 어렵다. 인당 ฿150(약 ₩7.5천) 정도의 비용으로 셔틀 트램을 이용하거나, 자전거 또는 골프 카트를 대여해 둘러볼 수 있다.
⬆️ 기린 • 얼룩말 • 알파카 등에게 먹이를 주며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차밭 위를 가로지르는 짚라인 • 암벽 등반 • ATV 체험 등 활동적인 즐길 거리도 마련되어 있다.
싱하 파크 내에는 태국식 레스토랑 ‘푸피롬’과 양식 레스토랑 ‘반 하우스’ 두 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푸피롬이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푸피롬 레스토랑 (Phu Phirom. 푸피롬)은 싱하 파크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언덕 꼭대기에 위치하여 차밭과 공원 전경을 360° 파노라마로 한눈에 내려다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푸피롬은 싱하 파크 내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 • 찻잎을 식재료로 사용한다.
찻잎 튀김 샐러드 (Yum Yod Cha Thod)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로, 갓 딴 찻잎을 바삭하게 튀겨 매콤새콤한 태국식 소스에 버무려 먹는다.
또한 차의 은은한 향이 배어 있는 독특한 태국 북부식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싱하 그룹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가장 신선한 상태의 싱하 생맥주를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평점을 받는 요소이다.
내가 치앙라이를 방문할 때마다 이곳에 들러 음식과 생맥주를 즐기는 것도 나의 작은 기쁨이다.
입구 근처와 곳곳에 카페가 있으며, 싱하 브랜드 굿즈나 이곳에서 생산된 차 • 과일 등을 판매한다.
치앙라이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약 12km 떨어져 있어 차량으로 20~30분 정도 소요된다.
공원 입장료는 무료이다.
치앙라이의 맑은 공기와 함께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차밭을 배경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치앙라이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히고 있다.
■ 도이창 커피 농장
도이창 커피 농장에 대해서는 이미 (7)편에서 소개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고, 대신 그 인근에 자리한 카페 겸 농장인 야요 팜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 야요 팜(YAYO Farm)
태국 치앙라이 도이창 지역의 유명한 카페이자 농장인 야요 팜의 '야요'는 이 지역을 일구고 살아가는 소수민족인 아카족의 언어로 할머니를 뜻한다.
수십 년간 커피를 재배하며 가족과 공동체를 일궈온 할머니 세대의 노고를 기리고, 그 전통을 이어받겠다는 의미에서 이 이름을 지었다.
현재는 3대째인 젊은 세대가 운영하며 전통적인 재배 방식에 현대적인 스페셜티 커피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야요 팜은 치앙라이 매쑤어이 지역의 도이창 정상 부근에 위치해 있어 탁 트인 산맥 뷰를 자랑한다.
⬆️ 야요 팜은 해발 1,400m에 있어 마치 하늘 가까이에 올라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야요 팜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직접 원두를 재배 • 가공(Process) • 로스팅까지 하는 '팜 투 컵(Farm to Cup)' 모델을 지향한다.
할머니의 손맛이나 지역색을 살린 독창적인 시그니처 메뉴들이 많으며, 특히 'Yuzu on the Hill' 같은 상큼한 조합의 커피가 유명하다.
도이창이 '코끼리 산'이라는 뜻인 것처럼, 그 안의 '야요'는 이 땅을 지켜온 할머니들의 따뜻한 마음과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
야요 팜의 ‘죽음의 그네’ 역시 인생샷 명소로 손꼽힌다.
⬆️ 깊은 협곡 위로 몸이 날아오르는 듯한 공포와 짜릿함 때문에 '죽음의 그네'라 불린다. 아찔한 높이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 놓고 타지 못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 긴 헤맴 끝에 만난 환희의 풍경
싱하 파크의 푸피롬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스콜이 쏟아지고 있었다. 늘 그렇듯 이 비도 금세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나는 운전기사에게 다음 목적지인 야요 팜으로 가자고 했다.
기사는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선뜻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그곳까지는 1시간가량 이동해야 하는 데다, 해발 1,500m에 이르는 산길을 왕복 2차선 도로만 따라 40분 가까이 올라가야 하니 달갑지 않았을 법도 했다. 게다가 바깥에는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며 다시 한번 부탁하자, 기사는 마지못해 차를 출발시켰다. 다행히도 비는 예상했던 대로 오래가지 않고 곧 잦아들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한참 올라가자 도이창 커피 농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기사는 이곳이 목적지가 아니냐는 듯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기사는 치앙라이 지리에 무척 밝았다. 전날부터 내비게이션은 거의 보지도 않은 채, 많은 목적지들에 우리를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정확하게 데려다주었다.
그런 그조차 야요 팜은 가본 적이 없거나 커피 농장일 뿐이지 카페가 아니라고 여겼던 것 같았다. 그는 싱하 파크를 떠날 때부터 목적지가 도이창 커피 농장일 것이라며 거듭 확신했다.
거기는 여행객들이 워낙 많이 가니까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야요 팜은 우리가 외국인이라 장소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나는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설명했지만,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았는지 기사는 끝까지 그곳은 카페가 아니라 농장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기사의 고집은 생각보다 완강했다.
한참 실랑이 끝에 기사는 여전히 미심쩍어하며 도이창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5분가량 더 달리자, 마침내 'YAYO Farm' 안내 표지판이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언덕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자 주차장이 나타났다.
⬆️ 하지만 주변에는 ‘ROASTING’이라고 적힌 건물만 눈에 띌 뿐, 우리가 기대했던 카페 같은 분위기의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기사는 어깨를 으쓱하며 “거봐요, 카페는 없잖아요?”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자신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는 눈치였다. 그래도 나는 눈앞의 풍경이 구글 지도에서 보았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이 길인 것 같다”며 산 아래로 이어진 좁은 길을 따라 재빨리 내려가기 시작했다.
⬆️ 나 역시 직감적으로 저곳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뒤따라갔다.
⬆️ 그렇게 조금 내려가자 길 안쪽으로 아담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페 아래로는 깊은 산골짜기를 따라 황홀한 경치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이 카페의 풍경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게 다가왔다.
한동안 넋을 잃은 채 산 아래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새 기사가 슬며시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우리가 다시 올라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보이지 않자 궁금한 마음에 직접 내려와 본 듯했다.
아마 그 역시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치앙라이 지리에 누구보다 익숙한 그조차 이런 깊은 산속에 이토록 멋진 풍경의 카페가 숨어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커피 한잔하시겠어요?" 하고 웃으며 물었다. 그는 멋쩍은 표정을 지은 채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차가 있는 위쪽으로 올라가버렸다.
기사가 돌아간 후, 카페 아래로 펼쳐진 절경을 다시 바라보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희열이 차올랐다.
그 순간만큼은 오랜 헤맴 끝에 마주한 작은 환희 그 자체였다.
■ 센트랄페스티발 치앙마이(Central Festival Chiangmai. 센탄)
센탄은 태국 북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복합 쇼핑몰로, 현지인들에게는 줄여서 센탄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태국인들은 발음할 때 단어 중간의 ‘ㄹ’ 소리를 약하게 하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고, 종성의 받침 ‘ㄹ’은 ‘ㄴ’에 가까운 소리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센트랄’은 ‘센탈’처럼 들리기도 하고, 더 줄어들면 ‘센탄’에 가깝게 발음되기도 한다.
센탄은 치앙마이의 현대적인 쇼핑 문화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다.
⬆️ 태국 북부 전통 란나양식의 기하학적 패턴을 현대적인 패널 디자인으로 승화시켜 건물 외벽에 적용했다. 매우 세련되고 거대한 우주선 같은 느낌을 준다.
치앙마이 내 쇼핑몰 중 최대 규모(약 25만 m²)를 자랑하며, 세련된 인테리어와 쾌적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센탄은 치앙라이 방면에서 치앙마이로 진입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으며, 야요 팜에서 약 3시간, 치앙마이 시내에서는 약 15~20분 정도 소요된다.
4층과 5층에 스시로 • MK 수키 • 하이드라오 등 유명 프랜차이즈와 일식 • 한식당이 밀집해 있어 식사 선택 폭이 매우 넓다.
지하 G층의 탑스 푸드 홀은 품질 좋은 식료품과 과일 • 와인 등을 구비하고 있어 한달살기 여행객들이 선호한다.
에어컨 시설이 매우 강력하여 무더위를 피하기 좋으며,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과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하고 싶을 때 가장 추천드리는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