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를 기웃대던 햇빛이 눈 뜨는 아침
몸에 걸친 것들이 삭정이로 바스러진다
삶이란 바느질 자국이 보이지 않는 속옷
호수의 윤슬에서 배워온 드로잉은
매독에 죽은 아비와 발레리*가 주고 떠났지
박제된 캔버스에 그린 나르시시즘 초상화
크고도 퀭한 눈이 고흐와 뭉크를 만나
꿈틀대는 심장으로 상처를 껴안은 날들
죽음이 거울을 열고 강마른 얼굴 바라본다
검은 스타킹을 입은 여자** 가랑이로
바람결에 흔들리는 늘보리가 자라나고
외설과 예술의 숲길에 뱀 한 마리 울고 있다
*발레리 노이칠 : 누드모델로 실레의 연인
** 실레의 누드 작품
-《광주전남 시조문학》 2023, vol.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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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의 빨간 꽃/ 용창선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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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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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강마른 얼굴
깡마른 아닐까요?
강마르다 : 물기나 습기가 없이 메마르다
깡마르다 : 몹시 마르다
- 사전에는 이렇게 돼 있는데, 이 시에서 강마르다 해도. 깡마르다 해도 뜻은 통하는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