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보다 4월에 더 어울릴법한 햇살을 머금은 날이었다. 인터뷰하기로 돼 있는 압구정의 소담한 카페 이름도 우연히 ‘Aprile’. 약속 시간 보다 일찍 도착해 있는 그는 봄을 닮은 화이트 자켓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봄처럼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리를 잡고 앉아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포착된 것은 그의 눈이었다. 그의 커다란 눈은 쌍꺼풀이 없었고, 때를 놓치지 않고 반짝거리는 눈동자는 장난기를 가득 머금은 아이의 눈동자 같았다. 바람둥이를 연기하기엔 너무나 천진난만한 그의 눈망울에 적잖게 당황했다. 거짓말을 하면 당장이라도 들통이 날 것 같은 눈, 슬플 때는 눈물을 펑펑 흘릴 것 같은 눈이었다. 웃을 때, 양미간에 찡긋 잡히는 주름이 그나마 어린아이가 아님을 짐작케 했다. 인터뷰 초반 그의 목소리에서 배우 조승우의 음성이 들렸고, 얼굴에서는 이준기의 환영이 얼핏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대화가 무르익을수록 그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구축해 나갈 배우라는 믿음이 생겨났다. 그에 대한 나의 유쾌한 고찰은 그렇게 시작됐다.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낯설고 어색하다. 어쩔 수 없이 내 장면을 깊이 보게 되는데, “왜 저렇게 했을까. 저것 보다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마침, 어제 친누나가 영화를 보러 간다는 문자를 보내 왔다. 그래서 “잘 봐라. 나는 괜찮은데, 친구들하고 같이 보면 누나가 민망할 거다(웃음)” 라고 말해줬다. 다행히 영화를 재미있게 잘 봤다는 연락이 왔다.
[내 여자의 남자친구]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감독님이 내가 출연했던 단편영화를 보셨다. 그리고 내가 아는 분이 감독님과 친분이 있어서 미팅자리를 주선해 줬다. 첫 날 만나자마자 감독님이 나의 단점을 알려주셨다. “너의 장점이자 단점은 목소리 톤이다. 낮은 목소리 톤은 좋은데, 그것을 자유자재로 끌어올려서 너의 톤으로 요리 할 줄 알아야한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 날 리딩을 하고, 저녁에 바로 연락을 받아 출연하게 됐다.
[잔혹한 출근]에서 어리버리한 학생을 연기 했었는데, 이번 캐릭터는 정반대다. 노출연기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출연에 고민은 없었나.
부담은 없었다. 그리고 노출 때문에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극 흐름상 노출은 필요한 것이었고, 배우라면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시간이 충분히 있었으면, 몸을 더 가꿀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힙(hip)이 작은 편이다.(웃음) “괜히 보여줬다가 실망만 더 클걸요?” 하면서 찍었다.(웃음)
평소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나.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다. 운동을 해야 살이 찐다. 핑계일지 모르지만 작년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바쁜 해였다. 그래서 운동을 많이 못해, 지금 5~6킬로 정도가 빠졌다. 체중을 늘리려고 요즘은 일하는 거 빼고는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고 있다.
1년 정도 개봉이 미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 심정이 어땠나.
신경을 덜 쓰려고 노력했다. 누군가 영화를 보고 평가를 하겠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만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힘들었다. 내 단점을 봤으니,어떻게든 보완하고 싶은 욕심이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자신의 연기를 볼 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보이나?
사실 장점은 안 보인다.(웃음) 장점은 주위에서 누군가가 말해줘야 그때야 “그런가?”하는 생각이 든다.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어땠나.
재미있었다. 읽으면서 “이러다가 어떻게 끝나지?” 하는 궁금증이 계속 들었다. 결말을 보고, “아, 이렇게 끝내니까 되게 깔끔하구나”라고 느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내 스스로 '선수'에 대해서 느낀 게 있었는데, 그걸 잘 표현하지 못해 아쉽다. ‘머리로 생각하는 걸 끄집어내서 표현하는 게 배우인데, 너는 네가 생각한 것도 끄집어 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며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줬다. 내 머리 속에 있는 걸 100%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극중에서는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바람을 피운다. ‘사랑관’이 궁금하다.
나는 여자친구가 바람피우는 걸 제일 싫어한다. 독서를 해도 지식이 느는 책보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책을 더 좋아하는데, ‘이런 사랑이 예쁜 사랑이구나’ 하는 책들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바람은 피우면 안 되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애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바람을 피운 적은 없다. 대신 바람피운 여자 친구 때문에 상처를 받아 본 적은 있다.(웃음) “바람 피우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이 바람 피우는 사람은 두 사람을 다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한 명을 사랑하고, 한 명에겐 사랑이 떠난 걸까?” 연기자가 다 경험을 할 수는 없지만, 경험 해 본 것은 좀 더 끌어내기가 쉽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연기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로맨틱한 사랑을 원하는 것 같다.
내가 아직 어린가 보다. (웃음)
남자들은 ‘연상녀’에 대한 환상이 있다고 들었다. 영화에서 연상녀와 바람을 피는데 연상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연상녀에 대한 환상은 없다. 연상이건, 연하건, 동갑이건 그런 건 상관없다. 대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모델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기는 어떻게 하게 됐나.
중 2때, 모델을 해 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말 모델이 하고 싶었다. 모델을 하려면 시험을 봐야 했는데, 거기에는 항상 연기라는 부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연기 학원도 가 보고, 영화를 보면서 흉내도 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기에 매력을 느꼈다. 모델과를 갔는데, 결국 연기 전공을 했다. (웃음)
그러면서 단편 영화에 자연스럽게 출연하게 됐나
2000년, 2001년까지만 해도 공개 오디션이 정말 많았다. 모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오디션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열심히 보러 다녔다. 많이 떨어져서 문제였지만(웃음). 단편은 10편 정도 했는데, 학생들 작품을 찾아다니면서 찍었다. 나중에 아는 형을 만나서 영상원 작품도 찍었다.
자신을 가만히 놔두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웃음) 결단력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대신 고민을 많이 해서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밀고 나가는 뚝심은 있는 편이다. 힘들 때 마다 나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며 마음을 다 잡는다.
스스로에게 암호를 거는 스타일인가 보다.
그렇다. 그래서 벽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웃음)
뮤직 비디오, CF, 광고, 영화, 드라마 등 활동 폭이 넓다. 이 중에 가장 재미있다고 느끼는 작업이 있는가.
경험이 그리 많은 것이 아니라 아직은 잘 모르겠다.(웃음) 다만 익숙해 진 것인지, 내가 본래 그런 것인지 영화를 준비 할 때, 그 때가 참 좋다. 2002년도부터 영화 오디션을 정말 주구장창 봤는데, 내가 오디션 봤던 영화들이 극장에서 개봉할 때마다 괜히 뿌듯했다.
본인이 오디션에서 떨어진 영화인데, 잘 되길 바랬나.
잘 되길 바랬다. 어떤 캐릭터를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정이 붙는다. 그래서 그 캐릭터가 어떻게 표현됐는지 보고 싶어진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 배역을 했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저 배우는 저렇게 표현했구나. 아, 저 사람은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구나” 하는 걸, 영화를 보면서 느끼고 공부한다. 나도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웃음)
하고 싶은 장르가 있는가.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하고 싶다. 편히 보러 왔다가, 편히 보고 갈 수 있는 영화. 교훈은 아니지만 약간의 쉼터가 될 수 있는 영화 말이다. 어렸을 때,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저 사람 되게 멋있다. 저런 사람처럼 되고 싶다” 하고 느낀 적이 많다. 내가 그런 경험을 해서 그런지, 영화 속 캐릭터도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연기를 보고 단 한 사람이라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그런 따뜻한 영화를 찍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밤 10시, 케이블 TV에서 방영되는 [램프의 요정]은 ‘퀴어 멜로’인 것으로 알고 있다.(웃음)
(웃음) 그렇다.
어떤가? 색다른 경험이었을 텐데.
동성애는 바람피우는 연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동성이건, 이성이건 이 사람에게 뭔가를 해 주고 싶고, 기쁠 땐 같이 기쁘고, 슬플 땐 같이 슬프고 하는 감정은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사람은 여자고, 이 사람은 남자인 게 다를 뿐. 상대 배우 김동욱군에게 내가 여자를 사랑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최대한 내려고 노력했다. 내가 찍고 나서 그런지 몰라도 “저게 동성애냐?” 라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인 동성애 영화라기보다 잔잔한 영화다.
닮고 싶은 배우 있는가.
이 질문은 항상 어렵다.(웃음) 좋아하는 배우는 너무 많다. 젊을 때는 강렬한 눈빛의 배우이고 싶다.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이병헌씨의 눈빛을 좋아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눈빛도 매력이 있고, 멋있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서 10년, 20년 후엔 양조위나 숀팬 같은 눈빛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두 사람의 눈은 공허함이다. 공허하면서도 비어있지 않은. 그런 꽉 찬 느낌의 눈빛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차기작 계획은 있는가.
[에이틴] 말고, 한 작품을 이미 찍었다. 외주제작인데, 케이블로 방영될지 영화로 개봉될지 아직 미정이다. 그 이후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다. 다시 열심히 찾아다닐 생각이다.
인터뷰 다음 날 우연히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에 [램프의 요정]이 오른 것을 발견했다. 자신이 오디션을 본 영화에 애착이 간다고 했던 이정우씨의 말처럼, 인터뷰한 사람의 작품에 주관적인 애정이 생겨나 내심 흐뭇했다. 10년, 20년 후엔 꽉 찬 눈빛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정우. 내공 가득 쌓인 그의 눈빛을 기대해 본다.
사진_정인식 기자
평범하게 생겼으면서도 영화에서 느낌이 좋아서 찾아 봤는데 기획사도 영세하고 이번에 고혜성씨랑 찍은 영화도 썩 좋진 않지만 앞으로 좀 지켜 보고 싶은 배우
첫댓글 뽀뽀한번 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끝내 뽀뽀한번 안나옴 ㅋㅋㅋㅋ
닥쳐~이 씨댕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넘 귀여!!
지켜복오 있돠~~~~~~~~~~~~~~~~~잘 될끄야...실물 괜츈한데 사진 너무 까칠하게 나왔돠 ㅠㅠ
좋아좋아좋아~
얘랑 선배랑 잘되길 바랬건만.. 2부 찍어내라!! 둘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2222222빠박이 선배의 눈빛이 너무 애절했다규!!!그리고,미안해요..라고 한거보니까 뭔가 있었던거긔!!헉헉;;난 ㅈㄹㅅ ㅇㅌㅅ보단 광공 ㄸㄷ수가 좋다규!ㅋㅋㅋㅋ
나도 선배 끌렸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범아!!!!!!!!!!!!!!!!!!!!!!!!!!! 뽀뽀 한 번만 하자고 조르던 니가 잊혀지지를 않는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얘가 젤 좋아 캬캬캬
아까 내가 검색들어갔었는뎅..잘되길..으흐흐
아 진짜 기범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멋지면서 귀여웠던!!(게다가 기럭짇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얘 넘 좋드라 진짜
얘 완전 꽂혔어요 멋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좋아하는 얼굴 타입... 괜찮다... 잘 될것 같다....^^
내 여자의 남자친구 보신분!!!!!!!!!!!!!!!!!!!!!! 조낸 멋지다구 ㅠㅠ 잘한다규 ㅠㅠ
인터뷰 내용 좋네요. 얘기하는 거 보니까 더 호감. 동욱군이랑 같이 확 떠서 램프의 요정 2 찍어줘..ㅠㅠㅠㅠㅠㅠㅠ
매력있게 생겼어요 생긴거 완죤 내 스탈..ㅠㅠㅠ
듀크 김지훈닮앗긔 ㅋㅋㅋㅋ 맨첨엔 보고 실망햇는데 볼수록 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