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연하의 비밀
지후와 연하는 여느때처럼 회사에서 각자 자리에 앉아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점심 먹은 직후라 식곤증이 몰려오기도 하고 업무에 지쳐 늘어질 즈음..
과장이 연하를 불렀다
“서연하씨..”
“네.. 과장님!”
연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과장에게 갔다
“자료실 가서 비호상사 작년 2분기 년말정산 자료 좀 찾아가져 와요..”
“네..”
연하가 사무실을 나가자 스리슬쩍 연하가 나간 곳을 바라보다가 지후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기지개를 주욱 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가자 연지가 피식 하고 웃으며 지후가 나간 쪽을
바라보았다
“좋을때다.. 연하 언니 나가니 바로 쫓아나가네..”
지후가 슬금슬금 자료실 문을 조심히 열고 연하가 있는 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연하는 누가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자료를 찾고 있었다
맨 위에 있는 자료를 꺼내려고 하는지 까치발을 들고 손을 끝까지 뻗고 있지만 손이 닿지
않아 허둥거리고 있었다
연하의 뒤로 서서 그 자료를 잡아 내려 주자 갑자기 누군가의 손길을 느낀
연하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돌며 지후를 손으로 밀었다 그 바람에 지후가 들고 있던 자료를
놓칠 뻔하자 다시 그 자료를 잡으려고 손을 뻗다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려 했고
그걸 본 연하가 지후를 확 끌어안았다
갑자기 밀착된 지후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연하를 바라보며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서? 뽀뽀라도 하자구?”
지후의 그 말에 손으로 지후의 어깨를 툭 치며 연하가 입을 삐죽대며 말했다
“짓궂긴..”
연하의 그 말에 지후가 키득키둑 소리를 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때 밖에 지나가던 지영이 자료실에서 지후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고 빼꼼히 슬쩍 자료실
문을 열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잠시 그들을 바라보던 지영이 조심히 자료실 문을 닫고는 돌아서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김비서가 의아해 하며 지영에게 물었다
“왜 웃으십니까? 이사님..”
“지후.. 저렇게 환하게 웃는 거 본 적이 없었는데.. 서연하라는 저 여자.. 도대체 어떻게
지후를 바꿔 놓았을까? 궁금해 지네..”
지영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잠시 짓고는 다시 걸음을 돌려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기분 좋게 일을 마치고 연하의 집으로 돌아온 연지 커플은 저녁 준비 전에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온 지후가 연하에게 물었다
“연하야 샤워실에 있던 드라이기 어딨어?”
냉장고를 열며 먹을거리를 꺼내던 연하가 말했다
“침실방 장문 열어봐.. 거기 있을까?”
연하의 말에 방에 가서 장문을 열고 서랍 여기 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연하야 드라이기 없는데?”
지후의 말에 갑자기 번뜩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연하가 급히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때 지후의 손에 들려있던 액자 속 사진..
수영복을 입고 있는 웬 호리호리한 여학생 사진이었고 수영 선수권 대회 사진이었다
“연하야.. 이 사람 누구야? 혹시.. 너야?”
연하가 거칠게 지후의 손에서 액자를 빼앗으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왜..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고 그래?”
갑작스런 연하의 태도에 서운해진 지후가 시무룩해져서 말했다
“오빠가 보면 안되? 뭘 그렇게 까지 예민하게 그래?”
지후가 가만히 연하가 했던 말을 되짚어 떠올리기 시작했다
1개월 전..
나른한 오후.. 모처럼의 주말에 찌뿌둥해진 몸을 일으키며 지후가 연하에게 말했다
“연하야 오늘 뭐 할까? 오빠 간만에 수영 하고 싶은데.. 너 수영할 줄 알지? 수영장 갈래?”
지후의 그 말에 매우 퉁명스러우면서도 예민해진 말투로 연하가 말했다
“나 수영 못해.. 그리고 물 엄청 무서워 한단 말야.. 그리고 이 몸매에 수영복 입기고 싫고 난..
수영복 거들떠 보기도 싫어.. 그러니 내 앞에서 수영 이야기 하지도 마... ”
이랬던 연하가 갑자기 떠올라 의아해진 지후가 연하에게 되물었다
“너.. 수영 선수 였어? 근데 그땐 왜 수영 못한다고 했어?”
그러자 연하가 지후에게 매우 신경질적인 말투로 차갑게 말을 했다
“오빤 그냥 모른 척 넘어가주면 안돼?”
연하가 찬 바람을 일으키며 훽 돌아서서 방을 나가버렸다
지후도 갑자기 당황이 되어 연하를 따라나왔지만 이내 건넌방 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잠가
버렸다
너무 당황한 지후는 방문을 두드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연하야 오빠가 미안해.. 그러니 이 방문 좀 열어봐.. 이야기 좀 해..”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방...
그러나 잠시 후...
연하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다
연하는 방 구석에 무릎을 감싼채 얼굴을 파묻고는 몸을 떨면서 울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연하의 행동에 너무 놀라고 당황한 지후는 어찌할 줄 몰라하며 방문을 계속 두드렸다
방문 두드리는 소리에 심장이라도 내려 앉는 듯 움찔움찔하며 떨리는 몸을 끌어안고 그렇게
연하는 흐느꼈다
그 날의 사고....
물이라면 거의 살다시피 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좋아해서 수영선수까지 했던 연하였는데..
이젠...
이젠....
깊은 물만 바라봐도 근처도 가지 못할만큼 물 공포증이 생겼다..
그 날의 사고로 인해...
그 스트레스로 그 날 이후부터 폭식이 이어졌고 정신적인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려
급속도로 살이 찌기 시작한 연하였다
저 어두운
바닥 깊이....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닥으로
더 더.. 깊이
가라앉을때마다...
끊임 없이 나를 밀어올리는
내 영혼의 부력.....
희망이라는 이름....
To Be Continue~~~
첫댓글 연하가 수영장에서 잊지못할 무슨 안좋은 사연이 있는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