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런거였어. / 이성경
이미 짐작하고 있었어.
너희들의 생각과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어떻게든 잘라내고 싶었던 거지.
그렇지?
굳이 아닌 척 말 돌리려 하지 마.
고상하고 점잖음 뒤에 감춰진 너희들 속마음을
이미 난 알고 있었으니까.
알면서도 참고 있었던 것은
그것조차 말하면 안 되게 방어하고 있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외모로 실력을 가늠하는 너희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
그 외에도 내 조건이 너희들 마음에 들 리 없었을 테니까
말할 필요가 없었던 거야.
하지만 내 외모가 너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죄는 아니잖아, 그렇지?
그러니 이제 와서 나를 붙여줄까 말까 할 필요 없어.
이렇게 지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더라.
너희처럼 수다를 떨어야 하루가 잘 가는 성격이
아닌 것을 너희도 알고 있지?
그렇지만 나를 잘라내기 위한 방법이 지나치고
과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지.
살면서 평생 겪지 않았을 일을 한꺼번에
모두 겪어보니 정신이 번쩍 나더라.
아, 사람이 모두 나 같이 곧이곧대로 살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에 놀랐지.
그래, 그래서 너희에게 미운 털이 많이 박혔다는
것을 깨닫고는 있었어.
재수 없는 x
미친 x
하도 듣다 보니 이제는 무덤덤하기는 한데
그래도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니까 삼가해 줬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는 나이가 있거든.
꼴 같지 않게 주제넘게 나서네.
감히 어딜 넘봐. 넘볼 걸 넘봐야지.
우리가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 아냐? 하면서
참 많이도 떠들더라.
너희가 가르쳐 준 것 중에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너무 달라서 따라 할 수가 없었어.
그것도 너희에게는 눈엣가시였을 거야.
주제도 모르고 잘난 척한다고. 그렇지?
그래서 난 너희들과는 전혀 어울릴 수 없는
물과 기름의 관계라는 것을 절감하면서 지냈지.
그래, 너희가 날 밀어내고 잘라내기 한 것은
이미 지난 일이니까 이해하고 넘어갈게.
그러나 그 방법이 너무 잔인하고 졸렬했다는 것은
인정하지?
그것만 해도 눈감아 줄게.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그리고 얼굴이 달라졌네.
사람 따로 글 따로 아냐?
예쁜 여자 얼굴 붙였거나
다른 여자가 써주는 것 아냐?라는
그런 얘기라면 내 귀를 막겠어.
난 대필도 표절도 사절이니까.
아! 행여
돈 얼마 줄 테니 내 식구 빌려달라는 말도 하지 마.
아이디와 비번 좀 빌려달라는 말은 더더욱
말 같지 않은 소리는 절대 사절이니까.
인간이면 인간 다운 생각을 해야지. 안 그래?
이제 지난 일이니까 이 정도로만 할게.
다들 잘 지내라.
아참!
학생증 사진 올린 이유가 있어. 조롱거리 되고 싶어
올린 것은 아니니 좀 참아주면 좋겠다.
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교에 온 건지
교회에 온 건지 구분이 안되더라.
대학교는 대학교
초등학교는 초등학교
교회는 교회
일반적인 학과 공부면 학과 공부
성경 공부면 성경 공부
구분은 지었어야 하는 거 아니었을까.
그것도 구분하지 않고 뒤죽박죽 만들었더라.
혹시 나를 따라다니며 모든 것을
'성경이'가 하는 대로 하면 된다고 한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어.
그런 면에서는 너희가 참으로 대단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