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용
보장된 낙찰률만 믿고 무턱대고 적격심사제 공사를 수주했다가 낭패를 본 건설업체들이 늘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소업체인 A사는 최근 한 지자체가 발주한 보도육교 공사를 예정가격 대비 87.75%인 1억6,750만원에 수주한 후 발주처로부터 받은 내역서와 설계도면을 검토해 보고 아연실색했다.공사실행을 뽑아보니 낙찰금액보다 1억원가량이 더 나온 것이다.자재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부족하게 책정된 것은 물론이고 적지 않은 공종들이 설계서에서 누락돼 있었다.A사는 계약을 포기하고 싶지만 5%의 입찰보증금을 날려야 하는 데다 계약포기에 따른 제재처분까지 뒤따를 것으로 예상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B사도 얼마 전 한 소방서가 발주한 건축공사를 수주한 후 설계내역서상의 단가가 물가정보지의 50% 수준에서 책정돼 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어쩔 수 없이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적격심사제 입찰은 추정가격 300억원 미만 공사를 대상으로 추정가격에 따라 예정가격 대비 80% 이상의 낙찰률에서 시공사를 가리는 제도로, 일정률 이상 낙찰률이 보장되다보니 건설업체들이 내역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입찰에 참가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적격심사제 공사에서 예산의 과소 책정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 들어서 정도가 심해졌다고 설명한다.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노골적으로 건설업체들에 적자공사를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올 들어 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발주기관들이 관급의 지급자재를 사급으로 돌리고 있다”며 “사급으로 돌리려면 적정한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데 시중가격의 절반수준에서 단가를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올해부터 회사 방침으로 입찰공고문을 확인해 관급이 없으면 입찰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건설협회는 지난해부터 총액입찰공사에 대해서도 입찰 전에 물량내역서를 교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입찰에 참가하려는 건설업체들은 물량내역서를 꼼꼼히 따져본 후 입찰에 들어갈 것을 주문했다.
건설협회는 또 지난 3월 말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에 내린 회계통첩을 설명하며 지자체들에 행안부의 회계통첩을 준수해 줄 것을 촉구했다.
행안부는 당시 회계통첩에서 가격이 급등한 자재품목의 경우 인상된 가격을 반영해 원가계산을 하고 가격이 급등한 자재품목이 포함된 공사에 대해서는 자재만 별도로 분리해 지자체가 관급자재로 직접 구매하라고 지시했다.또 이미 사급자재로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도 관급으로 신속히 변경계약하라고 주문했다.
협회 관계자는 “행안부의 회계통첩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부족한 예산을 건설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지자체들은 행안부의 회계통첩을 준수해야 하며 행안부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행정지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