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마을 활동가로 초중고 학교 안에서 마을교육을 해 온 저자의 학교 밖에서 학교 안을 들여다 본 심정을 솔직하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교육공동체(강원도에서는 지역교육공동체로 용어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인구가 소멸되고 있는 강원도 지역에서는 학교가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마을)과 연계한 교육활동이 필요함을 느낀다. 지역(마을)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여 찾아오는 학교, 찾아오는 지역(마을)이 되도록 학교가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역(마을)의 인프라는 생각 외로 다양하다. 사람, 물적 자원, 환경 등 학교의 힘만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지역(마을)으로 눈을 돌리면 해결할 수 것들이 상당히 많다.
저자가 학교와 지역(마을)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새롭다. 특히 학교 안에서만 오랫동안 근무해 온 나에게는 새로운 시선을 바라보게 하는 관점이다.
"행정과 정책에서 거버넌스가 필요한 건 성과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옆을 돌아보라는 의미인데, 공교육에서의 거버넌스는 결론과 성과 내기에 보다 치중한다. 재주꾼은 많지만 큰 그림을 조망하는 리더가 부족하다" (230쪽)
학교와 지역(마을)을 연계하여 새로운 교육 방안을 실천하고 있는 학교가 강원도 내에서도 많이 있다. 문제점은 연구학교의 연구 과제를 수행한 뒤 다음으로의 지속성이 항상 언급된다. 2년 동안 학교 구성원들이 나름 최대한 주제를 수행하며 애쓴 결과를 후속적으로 이어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있다. 저자가 얘기한 대로 거버넌스를 성과와 결과로만 바라보고 있는 한계점인 것 같다.
'옆을 돌아보라'라는 말은 학교가 가지고 있는 좁은 시야를 넓혀 지역(마을)을 바라보라는 의미인 것 같다. 물론 학교도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이 많다.
10년 넘게 학교 밖에서 지역(마을) 교육에 참여해 온 저자도 현재 학교가 처한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계속해서 학교에 뭔가를 밀어 넣는다. 상부 조직에서는 정책과 예산을 내려보내고, 마을이나 기업은 학교를 끼고 뭔가 이벤트를 하고 싶어 한다. 대놓고 학생들을 동원해 달라고 한다. 꾸역꾸역 밀려드는 요구를 다 받아 매년서도 교사는 철밥통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매도 당한다" (230쪽~231쪽)
지역(마을) 연계 사업이 자발성과 지속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하게 쓰라고 내려 보내는 예산이 학교에서는 또 하나의 일거리가 된다. 학교가 필요해서 요구하는 예산과 상부 조직에서 사업 하라고 내려 보내는 예산은 똑같은 예산이지만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다. 심지어 학교가 들러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지역 기관의 홍보 수단으로 학생들을 동원해 달라는 요구가 점점 많아 지고 있다. 교사 교육과정에 의해 교사들이 연간 계획에 의해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도저식으로 사업을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요구한다. 학교는 이벤트 하청 업체가 아닌데도 말이다.
책 제목처럼 '학교와 마을이 손을 맞잡고 만나기 위해서'는 충분한 협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서로 상생의 가치가 일치되어야 한다. 학교도 지역(마을)을 향해 돌아볼 수 있어야 하고, 지역(마을)도 학교를 향해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저자가 제안한 학교 내 민원 담당자 상설 배치에 대한 생각에 적극 공감한다. 현재 외부 민원은 학교 내 교감이 보통 담당하고 있다.
"이제 학교의 민원은 교사가 직접 받지 않고 민원이나 중재를 전문으로 할 사람을 채용해 필터링할 때가 되었다. 10년 전의 민원과 지금의 민원은 강도와 수준이 달라졌지 않은가" (2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