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530 --- 중국의 태산을 떠나며
짙은 안개에 휘덮이면 헛발질에 허공을 날고 비라도 오면 미끄러워 그대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한 산길이다. 하지만 위험을 모험하며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에 애써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첫 번째 정상에서의 조망은 또 다른 감회를 부른다. 저 위가 좀 전 태산의 정상 옥황정이었지만 그리 대단치 않아 보인다. 깎은 절벽에 깊은 계곡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나무들의 그 무한한 생명력에 경외감을 느낀다. 이제 내려가야 한다. 사실 암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부담스럽다. 비록 짧은 구간이라도 많은 시간을 들여 내딛는 발길이 그리 여유롭지 않아 보인다. 어딘가 조마조마 불안하다.
조선에 좋은 산은 모른 척 젖혀놓고 스스럼없이 불리었던 중국 태산 깊이 젖었던 사대사상 그들의 문화 그들의 명산을 빼놓을 수는 없었던지 시대적 아픔을 지닌 근원지 찾아 이리저리 휘저어 보니 오늘로 발밑에 태산이었다 고치려네 - 태산을 떠나며
그래도 여러 사람이 앞에서 감싸고 뒤에서 보살피며 응원하는 바람에 무사하게 내려섰지만 저마다 등짝이 후줄근하게 땀이 흐르고 있다. 또 하나 능선이 있지만 이미 지나온 길보다는 어딘가 아무래도 낫지 않을까 싶어 자신감에 거뜬히 넘는다. 조금 전이지만 한바탕 겪었기에 경험이 생긴 것이다. 경험이 이렇게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칼바위 능선이다. 순간순간마다 짜릿짜릿하면서 온갖 마음이 교차한다. 하산이라고 얕잡아 볼 일이 아니다. 태산 산행의 묘미를 마음껏 누리면서 구석구석 새로운 면면을 슬쩍 엿보는 뿌듯함을 안고 계곡 종점에 내려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