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부민을 먹으면 몸에 좋을까"
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출판인
1년 반 만에 한국을 찾았다. 내가 사는 곳에 비해 한국은 변화가 무척 빠르다. 갈 때마다 뭐가 달라졌을지 기대도 되고, 어리바리한 내가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공항에 내렸더니 마중 나온 동서가 작은 병을 건넨다. 피로회복제야, 죽 마셔. 박카스 같은 거요? 마시는 알부민이여.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알부민은 단백질이다. 몸에서 크게 두가지 일을 한다. 우선 호르몬, 약물, 지방산 등을 운반한다. 이름하여 운반단백질이다. 알부민이 운반하는 물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쉽게 말해, 물은 알부민을 졸졸 따라다닌다.
알부민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곳은 혈액이다. 혈액 속 단백질의 절반이 알부민이다. 혈액은 혈관 속을 흐른다. 혈액의 주성분은? 물이다. 다시 한번, 물은 알부민을 따라다닌다. 그래서 알부민의 두번째 기능은 물을 혈관 속에 붙잡아두는 것이다.
혈액 속 알부민이 줄어들면 물은 혈관에서 조직으로 빠져나간다. 조직에 물이 차면 그 부위가 붓는다. 부기 또는 부종이라고 한다. 즉, 알부민이 줄어들면 몸이 붓는다. 혈액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것은 혈액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 그러니 힘이 없고 쉬 피로하며 늘 손발이 차다.
알부민은 언제 줄어들까? 만들지 못하면 줄어들고, 어디선가 새면 줄어든다. 알부민은 간에서 만드는데, 간경화나 간암 등으로 간기능이 크게 떨어지면 알부민이 줄어 몸이 붓는다. 또한 정상 상태에서 알부민은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콩팥에 병이 생겨 소변으로 새 나가면 역시 알부민이 줄어 몸이 붓는다.
알부민이 먹는 제품으로 팔리게 된 것은 이름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간이나 콩팥이 나빠 몸이 퉁퉁 붓고 늘 피로한 사람에게 알부민을 주사하면 단박에 부기가 빠지고 힘이 난다. 거봐라! 그러니 먹어도 좋을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효과를 보려면 반드시 알부민을 ‘주사’해야 한다. 먹어서는 아무 효과도 없다.
왜?
빵과 버터와 닭다리를 먹으면 그대로 흡수되어 혈액 속에 빵과 버터와 닭다리가 둥둥 떠다니는 것이 아니다. 빵 같은 탄수화물은 포도당이나 과당 등 단당류로, 버터 같은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닭다리 같은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잘게 분해된 뒤에야 소화관에서 흡수된다. 알부민도 단백질이므로 먹으면 결국 다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되어버린다. 알부민을 먹는다고 그만큼 몸속에 알부민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주사용 알부민과 먹는 알부민은 재료가 완전히 다르다. 혈관 주사를 하려면 반드시 인간 알부민을 써야 한다. 동물 알부민을 주사하면 즉시 치명적인 면역 반응이 일어나 사람이 죽고 만다. 인간 알부민은 인간의 혈액에서 얻는다. 그렇지 않아도 혈액이 부족해서 난리인데, 먹는 알부민의 원료로 쓸 혈액이 있을 리 없다. 먹는 알부민은 달걀 흰자나 누에고치, 우유 등 주로 동물 단백질로 만든다.
어쨌든 단백질을 먹는 것이니 몸에 좋지 않을까? 단백질이 몸에 좋다는 것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 간이나 콩팥 기능이 떨어졌거나 통풍이 있다면 단백질 섭취를 줄여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단백질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결국 대사산물을 배출해야 하므로 간과 콩팥에 부담이 된다. 우리 몸은 불필요한 물질을 저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부민의 어원은 달걀 흰자를 의미하는 라틴어 ‘알부멘’(albumen)이다. 달걀 흰자가 곧 알부민이다. 꼭 단백질을 챙겨야겠다면 달걀을 한알 먹으면 된다. 훨씬 싸고, 맛도 좋고, 노른자까지 먹을 수 있으니 영양가도 훨씬 높다. 먹는 알부민의 효능이 있다면, 나는 돈을 잃고 기업은 돈을 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는 곳마다 마시는 알부민을 ‘대접’받았다. 의사나 한의사를 내세워 선전하는 제품도 많았다. 권하는 사람의 기분을 생각해 마시기는 했으나, 모델 노릇을 한 의료인들은 하나하나 기억해두었다. 전문가로서 몇푼의 돈에 이름을 파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로 삼기 위해.-펌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