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함께한 소소한 일상까지 놓치지 않고 전하는 <모터트렌드> 차고 이야기
신차 구입이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은 없었다. 미래 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기에 어렵사리 구입한 신차가 금세 구형이 되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돼 선택이 쉽지 않다. 기껏 차를 골라도 반도체 공급 대란 때문에 실제로 차를 손에 넣기까지의 과정이 또 하나의 난관이었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한 가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더 있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모델은 현대 아이오닉 5였다. 서둘러 예약했지만 애써 선택한 사양은 반도체 대란 직격탄을 맞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보조금 소진으로 인해 연내 구입이 불가능해졌다. 허망했다.
올해는 차를 구입하기 적당한 때가 아니라고 위안하며 내년을 기약하고 있을 때 캐스퍼가 등장했다. 이미 경차를 한 대 갖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 캐스퍼는 의외로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전히 매력적인 경차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등록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차를 구입할 때도 좋지만 앞으로 딸아이가 독립하면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인 우리에게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둘째, 경차의 아쉬움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이전 스파크 구입 당시 선택의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우수한 기본기, 둘째 비상제동 경고 기능이 주는 하이테크의 대중화, 셋째 부족한 동력 성능을 만회할 수 있는 수동변속기. 캐스퍼는 이 세 가지를 더욱 발전시켰다. 보강된 플랫폼의 우수한 기본기와 승차감, ADAS 기능 대폭 적용, 터보 엔진의 풍부한 성능이 그것이다. 게다가 스파크에는 없는 공간 활용성은 경차의 한계를 잊게 만들 수준이다. 물론 시승을 통해 확인했다.
셋째, 기분 좋은 디자인이다. 지금까지의 경차들은 자신이 경차임을 숨기려는 소극적인 디자인이었다.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원가절감 탓에 저렴함이 눈에 드러나는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크로스오버 SUV 장르를 선택한 캐스퍼의 디자인은 보다 자유로워졌고 공간 활용성이 실내 질감의 아쉬움을 대신할 수 있었다. ‘경차의 갈증’보다 ‘작지만 쾌활한 디자인’이 긍정적으로 빛났다.
최종 선택은 액티브 터보 패키지를 추가한 최상위 트림인 캐스퍼 인스퍼레이션. 머리 위 공간감이 이미 충분히 시원했기 때문에 선루프는 선택하지 않았고, 기능과 상관 없는 액티브 플러스 패키지는 깔끔히 제외했다. 동반석 등받이에 다양한 액세서리를 고정해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7만 원짜리 스토리지 패키지도 넣었다. 최종 가격은 1967만 원. 2000만 원을 넘기지 않았다. 색상은 소울트로닉 오렌지 펄. 경차는 밝고 명랑하게 타야 제맛이니까!
온라인 구매 과정은 순조로웠다. 보증 조건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다. 연간 주행거리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므로 보다 긴 보증기간을 제공하는 4년/4만km 조건을 골랐다. 등록은 직접 온라인으로 하기로 했고 서비스로 제공하는 틴팅 대신 브랜드 키트를 선택했다. 내용물의 품질이 궁금해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마침내 대금 결제 문자를 받았다. 캐시백 조건이 좋은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생산 완료일만 기다렸다.
수소문 끝에 하루라도 먼저 받을 수 있는 지역이라는 충청남도에서 탁송을 받기로 했다. 탁송료도 약간 저렴했다. 그렇게 현대자동차 아산 출고 센터 정문 밖에서 차를 처음 만났다. 조립 상태는 훌륭했다. 차대 번호가 000470. 극초기 생산분이다. 정성껏 조립한 흔적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지만, 완벽할 수는 없었다. 상세한 사연은 다음 호에 이어진다.
Hyundai Casper 1.0 Turbo
가격 1967만 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998cc 가솔린 터보, 100마력, 17.5kg·m
변속기 자동 4단
길이×너비×높이 3595×1595×1575mm
휠베이스 2400mm
연비(복합) 12.3km/ℓ
CO₂ 배출량 130g/km
구입 시기 2021년 10월
총 주행거리 1800km
월 주행거리 1800km
평균 연비 12.5km/ℓ
문제 발생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초기 불량)
점검항목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한 달 유지비 25만 원(유류), 2000원(주차)
CREDIT
EDITOR :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PHOTO :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 금지> <모터트렌드> 를 온라인(motortrendkorea.com)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