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에 나오는 주술사 원숭이… 친근감 표현할 때 입 쩍 벌린대요
▲ 맨드릴의 화려한 얼굴색은 ‘수컷다움’의 상징이에요. /위키피디아
얼마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물원과 러시아 모스크바 동물원에서 맨드릴(mandrill)이 태어났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어요. 맨드릴은 서아프리카 적도 부근의 열대우림이 원산지인 원숭이인데요. 위풍당당한 몸집과 화려한 얼굴 빛깔로 다른 원숭이들과 확연히 구분된답니다. 다 자란 맨드릴 수컷은 머리~몸통 길이가 최고 1.1m에 이르고, 몸무게는 최고 33㎏이나 되죠. 이는 유인원(오랑우탄·고릴라 등)을 제외한 원숭이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큰 거래요. 반면 암컷 맨드릴의 몸집은 수컷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죠.
맨드릴은 그 어떤 원숭이보다도 얼굴 빛깔이 화려하답니다. 코에서 입술로 이어지는 부분은 새빨간 반면 그 옆의 얼굴 피부는 종류에 따라서 선명한 파란색이나 보라색, 아니면 하늘색이에요. 얼굴 아래로는 노란 갈기가 덥수룩하게 나있고요. 이렇게 얼굴이 천연 빛깔을 띠는 건 원숭이는 물론 포유동물 전체를 통틀어서도 드물대요.
화려한 얼굴색은 '수컷다움의 상징'이기도 하답니다. 맨드릴은 적게는 수십 마리, 많게는 1000여 마리씩 무리를 이루며 사는데요. 수컷은 아홉 살 정도 되면 본격적으로 무리 또래들과 힘을 겨루며 서열 싸움을 한대요. 이때 몸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얼굴 색깔도 함께 붉으락푸르락해지죠. 암컷들은 본능적으로 얼굴 색깔이 화려한 수컷에게 더 이끌린대요.
이렇게 맨드릴의 독특한 얼굴 색깔은 사람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어요.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 '라이언 킹'에서 주인공인 사자 '심바'가 왕국을 되찾을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는 원숭이 주술사 '라피키'가 바로 맨드릴이랍니다.
맨드릴은 대부분의 원숭이와 마찬가지로 잡식성입니다. 나무 열매와 씨앗 등을 먹고, 양서류·파충류·설치류 등을 사냥하기도 하죠. 맨드릴의 입안 양볼 쪽에는 음식물을 넉넉하게 저장할 수 있는 주머니가 있어서 먹잇감을 넣어두었다가 두고두고 천천히 먹기도 하죠. 사회생활을 하는 다른 많은 원숭이처럼 맨드릴도 동료와 소통할 때 다양한 소리와 표정을 활용해요. 그중에는 5㎝ 넘게까지 자라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완전히 드러나도록 입을 쩍 벌리는 표정도 있어요. 얼핏 보면 누군가를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료와 친근감을 표시하는 거랍니다.
만화에서는 신비한 힘을 지닌 동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 맨드릴은 사람들 때문에 수난을 겪고 있어요. 아프리카 열대우림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숲속 야생동물을 먹잇감으로 마구 사냥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맨드릴도 최근 고기를 노린 사람들에게 목숨을 잃는 일이 늘어났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