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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jIbUJejAAyQ
* 추억의 노래네오! 이번 화랑 잘 어울려서 넣어 보았습미다
처음 봤을 때처럼
03. 일기예보
희성이가 불러주는 내 이름이 참 좋았다.
“안녕 김나라?”
“김나라 또 먹냐?”
“야 김나라~~”
“그만 좀 불러!”
물론 아닌 척했지만.
희성이는 틈만 나면 내 이름을 불렀다.
멀리 있을 때도, 심지어는 내 뒷모습만 보여도.
함께하는 시간이 켜켜이 쌓일수록, 우리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가까워졌다.
서로의 가족 이야기나 미래 계획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고, 희성이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면 즉각 알 수 있었다.
“컨트리~~ 커몬커몬.”
“컨트리는 또 뭐야?”
“어허. 별명 지어준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나는 입을 삐쭉 내밀고 이 별명의 탄생 비화를 떠올렸다.
때는 바야흐로 수행 평가 시즌이었을 것이다.
희성이네 평가 주제는 ‘국가별 문화 조사해 오기’였다.
선생님은 해당 나라의 음식 문화, 의복 문화 등 평가내용에 대해 거듭 강조하셨다.
때마침 이거다 싶었던 희성이는 ‘쌤! 5반에 김나라 알아요?’ 했다가 쫓겨났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터무니 없는 이유로 나는 ‘컨트리’라고 불리게 되었다.
“김희성 계주 나갈 거?”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물고 지환이가 건들거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첫 체육대회가 바로 코앞이었다.
교실로 돌아온 우리는 칠판에 나열된 참가자 목록을 쭉 훑었다.
계주 명단에는 익히 들어 본 2학년 선배의 이름도 있었다.
“미쳤냐? 얼굴 망가져.”
“아니 너 아니면 누구 나감? 우리 반 개망했누!”
“아 몰라~ 내 이미지가 더 중요함.”
“진짜 잘생긴 사람은 막 뛰어도 잘 생겼던데.”
그 오빠 이름이 차준환이라고 했나.
나는 들릴 듯 말듯 구시렁거렸다.
그러자 희성이의 눈이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오빠? 김나라 뭐냐?”
“뭐가? 그냥 그렇다고~”
“그래 알겠어. 딱 기다려.”
희성이는 총알처럼 칠판으로 돌진했다.
그러더니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마지막 줄에 이름을 끄적거렸다.
덧붙여 내 이름도 적어두었다.
“야 뭐해! 나 달리기 진짜 못해!”
“김사인 볼트 못 들어 봤냐? 나 너한테 무조건 바톤 받는다.”
“아니 나 진짜 못 한다니까?”
“원래 역전승이 더 간지나는 거야. 환상적인 내 모습을 기억해라~”
“지X을 해라, 지X을 혀.”
지환이는 가관이라는 듯 우리를 번갈아 보았다.
희성이는 재민이와 지환이를 비꼬았다.
“지X? 야, 니네 둘은 사랑의 달리기나 해.”
“이 새X랑? 진짜 정신 나갔냐?”
“왜, 난 좋은데. 안 그래 자기?”
“아 저리 가 미친X아!”
“자긴 앙칼진 게 매력이야. 하악.”
재민이는 거친 숨을 내쉬며 지환이의 허리를 꽉 부둥켜안았다.
으, 저게 뭐람.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힐끔 보아하니 희성이도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재민이는 그치지 않고 지환이에게 더욱 껄떡거렸다.
“아 진짜 이 미친놈 좀 어떻게 해 봐!”
“우~”
“아 닿았어! 입술 닿았다고! 아 시X!”
지환이의 절규를 끝으로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전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쏜살같이 달려, 대망의 체육대회 날이 밝았다.
***
다행히도, 오늘 날씨는 맑음.
아침부터 여자 아이들은 분주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머리띠도 쓰고……. 다들 꽃단장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듯했다.
볼에 스티커를 다 붙인 나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에 눈이 부셨다.
“아따 김희성. 사랑꾼 납셨네잉~”
“알아. 좀 멋지냐 내가? 아, 또 반하겠네.”
희성이는 ‘강수진 꺼.’라고 적힌 반 티셔츠를 자랑하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의 등에 새겨진 이름을 보자 들떴던 마음도 잠시 시무룩해졌다.
치, 자랑할 건 뭐야. 나는 못마땅한 얼굴로 하늘을 보았다.
뜬금없이 내 짝사랑은 날씨를 닮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온 세상을 비출 것처럼 밝게 빛내다가도 여차하면 먹구름을 몰고 오니까.
“엉아들 갔다 온다잉~”
“김희성 저 개XX…!”
하지만 우울해 할 틈도 없이 경기는 커플 달리기로 이어졌다.
산책하기 싫어하는 뚱뚱한 강아지를 보는 느낌이란 이런 걸까.
지환이는 희성이를 원망스러워하며 질질 끌려 나갔다.
“아잉. 제 허리를 잡아주셔야지요~”
재민이는 발목에 끈을 묶기도 전에 입술부터 디밀었다.
그로 인해 운동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번졌다.
“아 좀 제발! 너 나한테 왜 이러냐 진짜!”
“소녀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렸다.
1등보다는 이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었던 것인지, 지환이는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희성이는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으로 크게 외쳤다.
“옳지!!!! 우리 재민이 잘한다! 뽀뽀해! 뽀뽀해!”
그의 성원에 힘을 입어서일까.
갑자기 쪽, 하고 소름 끼치는 굉음이 들렸다.
우리는 그 장면을 홀린 듯이 바라봤다.
“아, 안 해 시X!!!!”
지환이는 뺨을 벅벅 문지르고는 경기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서둘러 달아났다.
이에 질세라 재민이는 끈적하게 그를 뒤쫓았다.
“어디 가요 여보옹~”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멀리서 볼 때는 희극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애석하게도 이 상황은 ‘나 잡아봐라’ 놀이를 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결국 규칙을 어긴 그들은 꼴찌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에 눈치를 밥 말아 먹은 희성이가 돌아온 그들을 거세게 비난했다.
“아 그것도 못 하냐! 우리 반 지금 꼴등이야 꼴등!”
“안 닥치냐 진짜?”
“옙. 팬 서비스 잘 봤습니다~”
“말 다했냐? 아 김희성 진짜 내 창창한 신혼 생활 어쩔 거냐고!”
“그래서 애인은 있고?”
“그건 바로 나?”
재민이는 깜찍하게 몸을 배배 꼬았다.
아니, 끔찍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이름 모를 괴이함에 나는 엉거주춤 물러섰다.
아무래도 희성이와 재민이는 지환이를 골리는 데에 도가 튼 것 같았다.
- 다음 항목은 계주입니다. 선수들은 준비해 주세요.
그들의 시끌벅적함을 보고 있노라니, 잊고 있었던 나의 순서가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애써 긴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손에서 땀이 비처럼 쏟아졌다.
“가자 컨트리.”
“내가 진짜……!”
저 웬수!
나는 천연덕스럽게 몸을 푸는 희성이를 째려봤다.
멋대로 이름을 쓴 희성이가 얄미웠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 이제 와 무를 수는 없지 않은가.
희성이는 내 머리에 손을 짚고는 생글거렸다.
“대충 바톤만 줘. 내가 다 할게.”
*
계주는 청팀과 백팀으로 나누어서 진행됐다.
우리가 속한 팀은 청팀이었고, 희성이는 제일 중요한 마지막 주자였다.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날렵하게 뛰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이미 간극 차이가 심했거니와, 내가 빠른 편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우리 나라 잘한다! 아주 그냥 다 죽여!!”
아, 안 그래도 부끄러워 죽겠는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희성이의 응원이 쩌렁쩌렁하게 들려왔다.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치타로 빙의했다.
다행히 얼마쯤 달리다 보니 희성이의 커다란 손이 시야로 들어왔다.
나는 겨우겨우 바톤을 건넸다.
“여기!”
“나 믿지? 간다~”
“잘 해!”
바톤을 이어 받기가 바쁘게 희성이는 쏜살같이 달음박질쳤다.
그와 동시에 잠자코 있던 여자아이들이 떼거지로 환호를 질렀다.
“와아! 김희성이다!”
저게 뭐야? 진짜 빠르다.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분명 내가 뛸 땐 반 바퀴 정도의 차이었는데, 희성이는 벌써 상대 팀과 가까워졌다.
주자는 빠르기로 소문난 ‘차준환’이라는 선배였다.
“형! 사랑해요!!!!”
희성이는 선배를 가뿐히 지나치면서 외쳤다.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주는 여유도 잊지 않고서 말이다.
자칭 우사인 볼트라더니, 진짜였구나.
희성이는 눈 깜짝할 사이 1등을 거머쥐게 되었다.
아이들은 희성이 주위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모여들었다.
“와 진심. 그에게 쥐어지는 합격 목걸이.”
“축하해! 잘 뛴다더니 진짜였네?”
“진짜 쩔더라!”
나 역시 함께 축하해주려고 자리를 옮길 즈음이었다.
그런데 웬 여자아이 한 명이 내 앞을 막아섰다.
희성이 여자친구 수진이었다.
영문 모를 분노에 찬 수진이는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야. 너 뭐야?”
“뭐가?”
“네가 뭔데 같이 계주하냐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건데…. 나한테 화를 내는 이유가 뭐야?”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또박또박 물었다.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이 무서웠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데 경우가 없다고 느껴져서인지 기죽기 싫었다.
“이유가 뭐냐고? 왜 이러는지 파악이 안 돼?”
“응, 난 모르겠는데.”
“얘 봐라. 진짜 장난 아니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비꼬지 말고 제대로 말해.”
“너, 네가 남자애들이랑 다니니까 뭐라도 된 것 같지.”
대꾸할 가치도 없는 문장이었다.
나는 입을 앙다물었다.
저 말이 무슨 의미일지 알 것 같았다. 때문에 억울함은 배가 되었다.
수진이는 검지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밀쳐내며 말했다.
“네가 김희성 꼬시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남몰래 좋아한 건 맞아도 꼬신 적은 없는데.
차마 뱉을 수 없는 문장들은 공중으로 흩어졌다.
나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꾹 누르고 입을 열었다.
“그런 적 없어.”
“그런 적 없다고? 너 때문에 내가 김희성이랑 얼마나 싸웠는지 알아?”
“…….”
“아냐고!”
황당한 발언으로, 나는 대답할 갈피를 잃었다.
요새 자주 싸운다 했는데, 그게 나 때문이라고……? 대체 왜?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아서일까.
주변의 모든 소음이 점차 줄어들더니, 서서히 멎어갔다.
나 홀로 어딘가에 동떨어진 것처럼.
제 분을 이기지 못한 수진이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
어느새 아이들은 이쪽을 향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따. 분위기 쌀벌~하네잉.”
“니들 뭐하냐?”
어느 틈엔가 희성이와 재민이가 불쑥 나타났다.
수진이는 실소를 터뜨렸다.
“아, 마침 잘 왔네. 김희성, 네가 말해봐.”
“뭐.”
“얘랑 무슨 사인지.”
나는 넋이 나간 채로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희성이가 하는 다음 말이 듣고 싶지 않았다.
단지 누군가 내 귀를 막아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희성이는 예상 의외의 답변을 꺼냈다.
“나 여자한텐 욕 안 하고 싶은데~”
“뭐?”
“너 김나라가 X나 만만하지.”
수진이는 상처받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고개를 들고 희성이를 바라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희성이는 수진이의 등을 가리켰다.
“너야말로 등에 그딴식으로 쓰는 건 맞고?”
수진이는 티셔츠를 꼭 쥐었다.
등에는 희성이와 달리 ‘꽃돌이들 다 내 꺼.’라고 적혀 있었다.
“야 그만하자~ 싸우는 것도 지겹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희성이는 내 손목을 잡고서 자리를 박찼다.
나는 왜인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꽃돌이라는 말 되게 오랜만에 써 봐요!
저 어릴 때 유행했던 말이라서 써 봤습미다 오글거려하지 마시길 히히
(아 근데 저 그렇게 나이 안 많아요! 진짜에오..)
* 이 소설은 럽실소 <문제아> 라는 글을 많이 변형하여 쓴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 창작 공간 : 아무튼 최종 (https://cafe.daum.net/2022.02.27)
첫댓글 수진이는 희성이를 애인으로 좋아하는데 희성이는 수진이가 싫증이나려는 듯한느낌이드네요 해서 수진이는 나라가 희성을 꼬셔서 나라에게 화를내는 느낌이 한창자를때는 그러한일들이 일어날수있지요 잘보았습니다
맞아요 ㅠ_ㅠ 제가 담고 싶었던 내용을 그대로 잘 읽어 주신 것 같아서 기뻐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