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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백합
 
 
 
카페 게시글
시 해석 및 시 맛있게 읽기 스크랩 오페라의 유령/ 강인한
은하수 추천 0 조회 8 17.08.23 22:0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오페라의 유령/ 강인한

 

 

노래의 날개 위에 극장이 있고

도취의 하늘이 거기 떠있었다


내 사랑의 깊이는 지옥보다 깊어서

오, 두려워라

저 푸른 심연을 소라고둥처럼 내려가고

내려가면 거울의 방

소용돌이 속에 떴다 가라앉고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오르는 섬이었다


갈채는 거미줄이 되어

샹들리에를 휘감아 흔들더니

내 심장이 터질 듯 슬픈 날이었다

우레처럼 떨어져 산산 조각이 난 샹들리에

죽음의 오페라는 막을 올리고


나는 가면을 벗을 수 없었다

눈부신 삶을 노래하는

디바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절망에 입맞춘 내 입술로 지옥의 사랑을

하소연해도 부질없을 뿐


이제 나의 노래는 어둠 속에

삐걱이는 층계와 벽 속에 숨어 있느니

그대가 바라보는 거울 뒤에 숨어 있느니

춤추며 노래하는 그대여

그대의 발길을 희미한 꿈결로 따라갈 뿐

그림자처럼 거미줄처럼.



- 시집『강변북로』(시로 여는 세상,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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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따북따북 읽어가노라니 오래 전 영화와 뮤지컬의 장면 장면들이 속속 뇌리에 스친다.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추리작가 가스통 루르가 1910년에 발표한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나는 뮤지컬에 앞서 영화로 먼저 이 작품을 접했다. 소설이 처음 출판될 때엔 그리 주목받지 못했으나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황금의 소재가 되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 초연 당시 광고가 나가자마자 1천 6백 만 달러라는 브로드웨이 사상 최고의 티켓 예약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흔히 ‘레미제라블’ ‘캣츠’ ‘미스사이공’과 더불어 세계 4대 뮤지컬로도 불린다.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작품성과 흥행성의 보증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믿고 볼 수 있는 좋은 뮤지컬이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무대의 스케일 또한 남다르다. 무대 위에서 커다란 배가 출렁이는 오페라의 유령, 거대한 장벽이 회전하는 레미제라블, 실제 헬리콥터가 등장하는 미스사이공 등을 보면 왜 ‘BIG'이란 수식이 붙는지 이해할만하다. 무엇보다 뮤지컬은 연극과 달리 스토리에 음악이 접목되어있다는 것이 특징이자 매력이다.


 이 시는 시인이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푸른 심연'(부제 오페라의 유령)이란 제목으로 2002년 발표한 것을 일부 개작하여 재발표한 작품으로 알고 있다. ‘강인한’ 팬텀의 모습을 강인한 시인은 ‘서정적 자아’로 잘 그려냈다. 어쩌면 강인한 시인 역시 영화를 본 뒤 감동적인 장면만을 추려 한 편의 시에 이를 재구성하여 녹여낸 것은 아닐까 추측한다.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음악의 천재 에릭(팬텀)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라울 간에 펼쳐지는 러브스토리는 언제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관객들에게 사랑이란 억지로 쟁취되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 사라져가는 것도 참사랑이란 사실을 일깨운다. 적당한 긴장과 공포를 유발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이기도 한 이 뮤지컬은 쿵쿵대는 음악과 함께 심장이 벌떡벌떡 뛰고 소름이 돋는 대목도 몇 번 있다. UFO 모양의 대형 샹들리에를 비롯한 상당한 제작비가 투입되었으리라 짐작되는 무대장치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만도 수차례 장기공연 할 때 거대한 샹들리에를 매일 객석으로 추락시킬 정도였으니 말이다.


타임지가 '신이 내린 선물'이라며 극찬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진행형의 전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뭐라 해도 앤드류 로이드 위버의 음악이 재미의 중심이고 감동의 핵심이다. 그 감동을 얼마 전 ‘팬텀싱어 시즌2’란 오디션 프로에서 아마추어의 소박한 노래를 통해 다시 느꼈다. 지난 ‘팬텀싱어 시즌1’을 보면서도 느낀 바지만 남자들끼리 노래경연이 이렇게 매력적이고 귀를 호사시킬 줄은 몰랐다. 다채로운 음색의 늠름하고 잘 생긴, 혹은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남자들이 모두 ‘팬텀’처럼 보였다. ‘춤추며 노래하는 그대여’ 부러워라.



권순진


 

The Phantom Of The 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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