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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어떻게 발달시킬 것인가? (2)
경북대학교 학생 사례
다음 사례는 내 지도학생이 아니다.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K라고 하는 학부생인데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다고 했다. 이 학생은 군복무를 마친 복학생으로 학부 2학년 시절이었던 2014년 처음으로 나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 학생이 몰입과 몰입훈련을 통하여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도록 K가 보낸 이메일을 순차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K는 ‘창의로봇대회’에 몰입을 적용해서 아이디어를 내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묻는 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지난 원고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숙면일여가 되면 누구에게나 기적과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니, 숙면일여가 되도록 캠퍼스를 거닐 때도 생각을 하고, 밥을 먹을 때도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 때도 생각을 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K는 몰입을 실천하여 결국 이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다음은 K가 2015년 1월 5일에 보내온 메일의 일부이다.
로봇을 만들면서 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였고 말씀하신 대로 마치 잠을 잘 때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가 자고 나면 아침에 무언가 실마리가 떠올랐는데 그럼 그 때 제가 할 일은 그 실마리를 좀 더 분석해서 실제로 적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창의로봇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여러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나 대회 변리사분으로부터 좋은 아이디어이고 특허도 낼 수 있으면 내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러한 경험 이후에도 문제해결에 좋은 경험이 되었고 학기 중 수업시간에 팀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여 좋은 아이디어 (효율적인 해결방안)를 많이 내놓았습니다.
몰입의 효과를 경험하고 고무가 되었는지 K는 나에게 몰입훈련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몰입훈련으로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첫 번째 방법은 현재 마주치는 문제 중에 중요하면서도 생각을 필요로 하고 또 시간 여유가 어느 정도 있는 문제 하나를 선택해서 자투리 시간이 나는 대로 그 문제를 화두로 삼고 간화선을 하듯이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 중에 이해가 가지 않으면 그 내용이 바로 화두가 되는 것이다. 또 숙제 중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가 화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명확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가 없을 때가 있다. 혹은 문제가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쉬워서 몰입훈련을 하기에 적절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하는데 초중고 과정에서 수학, 과학 혹은 컴퓨터 코딩 문제 중 적절한 난이도의 문제를 하나 선정해 화두로 삼고 간화선을 하듯이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풀고자 하는 문제를 화두로 삼고 간화선을 하듯이 생각하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간화선의 방법이 내가 말하는 몰입의 그것과 너무나도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간화선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화두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오로지 그 문제만 자나깨나 생각하는 조계종의 참선 방법이다. 참고로 나는 종교가 없고 간화선이나 명상을 해본 적이 없다. 가부좌도 할 줄 몰라서 목을 뒤로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하는데, 특히 이러한 용도의 의자를 ‘몰입 의자’라고 부른다. ‘몰입의자’로 적합 하려면 편안하게 앉아 생각하다 졸리면 앉은 채 선잠을 자는데 이때 목을 뒤로 기대고 자도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몰입이 간화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업무 등에서 실제 해결해야 할 문제가 화두가 된다는 점이고, 선잠을 활용한다는 것이고 가부좌 대신 몰입 의자 등을 사용하여 편안한 자세에서 생각한다는 점이다.
생각을 할 때는 슬로우씽킹 slow thinking 방식이 좋은데 이는 문제를 빨리 풀어야 하는 조급함을 버리고 오히려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하는 방식이다. 긴장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쉬는 듯이 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 매 문제에 도전할 때 마다 시간은 충분히 있고 평생 이 문제 하나만을 해결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생각한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쉬는 듯이 생각을 하다가 졸리면 앉은 채 선잠을 자는데 선잠은 하루에 5번도 좋고 10번도 좋다. 선잠이 슬로우싱킹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문제와 경쟁을 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중도에 포기하거나 해답을 보면, 내가 문제한테 진 것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결을 하면 내가 문제한테 이긴 것이다. 또한 매 문제마다 핵심을 찾고 이 핵심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 시간, 노력을 쏟아 붙는다는 기분으로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공략을 한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어느 하나에 혼신을 다하는 몰입 능력이 점점 더 발달한다.
처음에는 쉬운 문제로 출발하되 점차로 적절히 난이도를 높인다. 보통 20 ~ 30분 이내로 풀리는 난이도의 문제를 푸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적절한 난이도의 문제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서 가끔 30분이 지나도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휴대폰으로 이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놓는다. 그리고 자투리시간이 날 때 마다 이 문제만을 공략한다. 그러면 몇 시간 후에 풀리기도 하고, 그 다음 날 풀리기도 하고, 1주일 후에 풀리기도 하고 심지어 몇 개월 후에 풀리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생각해서 해결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어떠한 문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풀린다는 믿음이 생긴다. 그리고 이 믿음은 나중에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도 포기하지 않고 기꺼이 도전하려는 도전정신을 만든다. 이스라엘을 창업국가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유대인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소위 ‘후추파’ 정신도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K는 내가 알려준 방식대로 몰입훈련을 실천했다. 다음은 2015년 1월 9일에 그가 보내 온 메일 내용의 일부이다.
나름대로 잡생각이나 조바심이 나도 최대한 편하게 천천히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은 힘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와서 바로 선잠을 잤고 일어나서 하던 공부를 계속 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학부연수생으로 연구실에서 연수생활을 하고 있는데 연구실에서 제게 공부하라고 준 Analog to Digital Converter Testing에 관한 내용입니다.
계속 편하게 공부하려고 노력했고 몇 시간이 지나서 또 잠이 오길래 또 잠을 자고 일어나서 공부를 했습니다. (사실 이때 공부진도가 너무 느려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날부터는 큰 어려움이나 조바심 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어제는 거의 하루 종일 어려움 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2015년 2월 17일에 온 메일 내용의 일부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문제나 중학교 문제를 통해서 천천히 사고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문제는 주로 수능 수학문제를 활용하고 있고, 중학교 도형문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나씩 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제가 속해 있는 연구실 세미나에서도 과제가 나왔었는데 계속 생각을 해서 답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한 답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던 탓에 명확하게 교수님께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고, 교수님께서는 틀린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좀 더 명확하게 생각하고 정리해서 답을 말씀 드리니 교수님께서 맞는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문제가 어려운 문제였는지 쉬운 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보다는 제가 스스로 비교적 오랫동안 생각했기 때문에 답이 맞았을 때 기뻤습니다.
K는 이후로도 학교에서 열리는 다른 대회에 참가해서 몰입을 적용해서 아이디어를 냈고 입상을 했다고 한다. 이런 활약으로 개교 69년 기념행사에서 영예학생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는 다음과 같은 메일을 2015년 6월 1일에 보내왔다.
얼마 전 경북대학교 69주년 기념일이었는데 기념행사에서 경북대학교를 빛낸 영예학생으로 선정돼 장학증서와 장학금을 전달받았습니다. 경북대학교 전체에서 7명 선정되었기에 무척이나 기뻤고 교수님이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교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몰입적 사고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가 영예학생으로 선정되는데 중요한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영예학생들끼리 저녁식사를 하였는데 대부분 몰입적 사고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를 애기하면서 교수님의 몰입 이야기도 했고 어떤 여자분은 슬로우씽킹이 안돼서 머리가 뜨거운 적이 많다고 했습니다.
사실 제 친구들 중 대부분은 몰입보다는 취업에 관심이 많아서 서로 몰입을 도와줄 수 있는 정보공유가 힘들었는데 몰입과 아이디어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이 학생이 4학년 시절이었던 2016년에는 어느 대기업에 인턴으로 활동하였다. 다음은 인턴 중이었던 2016년 9월 2일에 보낸 메일의 일부이다.
계속해서 교수님의 말씀대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는 방식대로 하면 문제가 안 풀릴 것 같다가도 툭툭 해결됩니다.
요즘은 회사에서 하고 있는 과제에서 오류가 많이 나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난제에 속하지는 않겠지만 슬로우씽킹을 적용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슬로우씽킹을 통해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그 이후 문제의 해결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세우고 다음날 아침에 확인해보는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또, 교수님 말씀대로 시간이 걸리는 문제는 따로 엑셀파일이나 노트에 관리하고 있고 자투리 시간에 많이 해결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라 구동력이 있기 때문에 몰입이 잘되지만 스스로 몰입 원리를 적용해 일이 재미있다고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야근해서 끝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이처럼 날카롭게 생각하고 연속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슬로우씽킹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가능한 연속적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회사의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K는 대학을 다니는 2년 동안 몰입훈련을 하였다. 대략 2000 ~ 3000시간 미지의 문제에 도전하는 훈련을 한 것 같다. K는 결국 인턴을 했던 회사에 취직이 되어서 대학을 졸업한 2017년부터 정식사원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다음은 2017년 9월 30일에 보내온 메일의 일부이다.
지금까지 문제해결능력을 높이기 위해 문제가 있을 때마다 도전했습니다. 단순히 단품 문제부터 시스템 이해가 필요한 문제까지 다양하게 도전했습니다.
그 결과, 최근에 회사 사이트에 칭찬 글이 몇 개 올라와 'CEO 점심식사'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파트장께서 제가 정식 입사는 1년 조금 안되지만, 지식은 3년 또는 4년차(주임연구원) 지식을 가졌다고 칭찬하셨습니다.
개인적인 변화로도 문제에 당면했을 때,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으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궁금증을 유발하고 좀 더 빠르게 결론에 도달한다는 점입니다.
또, 우리 나라 기술이 선진국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막연한 생각을 깨고 독일처럼 좋은 기술로 승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팀에서 인정받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은 '몰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투리 시간마다 문제에 대한 생각의 끈을 놓지 않으니 실마리가 항상 생깁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몰입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제 약 10일간 추석연휴입니다. 연속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K는 이후로도 회사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메일을 계속 보내왔다. 나는 편의상 몰입을 약한 몰입과 강한 몰입으로 나눈다. 해결이 안된 문제를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 약한 몰입이다. 그리고 간화선을 하는 스님처럼 며칠 이상을 오로지 그 문제만을 생각하는 것이 강한 몰입이다. 강한 몰입은 지적인 능력을 발휘함에 있어 약한 몰입보다 한층 더 강력하다. K는 약한 몰입의 훈련이 충분히 되어 있기 때문에 강한 몰입을 할 수 있는 상태이다. K는 올해 초인 2019년 1월 20일 회사에서 해결해야 할 아주 어려운 문제를 강한 몰입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다름이 아니라 평소 긴 시간을 내지 못하여 명절이나 여름휴가에 강한 몰입을 많이 도전합니다. 이번 설 연휴에도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강한 몰입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지난번 말씀해주셨던 강한 몰입에 도움 주실 수 있을까 하여 문의 드립니다.
기간은 설 연휴가 시작되는 주말(2월 2일)부터 최소 목요일(회사 휴일)까지 진행할 수 있고, 동료 또는 팀장 보고를 통해 가능한 금요일(2월 8일)도 연차를 내려고 합니다.
회사가 아무래도 수직적이다 보니 연속 휴가 사용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강한 몰입
K는 금요일인 2월 8일도 연차를 내서 2월2일부터 2월9일까지 8일 동안 강한 몰입을 시도하였다. 장소는 나와 내 학생들이 강한 몰입을 할 때 종종 사용하는 경기도에 소재한 아파트이다. 이곳은 몰입의자가 있고 외부와 단절되어 있어 강한 몰입을 하기에 적합하다. 다음은 강한 몰입을 하면서 그가 보내온 메일의 일부이다.
1일차 (2019년 2월 3일)
아이디어는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쉽게 보고 지나쳤던 부분인데 생각을 계속하니 새로운 사실을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어떻게 확인해야 할지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현재는 확률적으로 2개 소자에 동시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쉽지 않아 어떤 형태로 문제가 생겼는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되지 않는 것도 종종 떠오르고 있어 모두 기록 중입니다.
2일차
계속하여 의식이 있는 한 생각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왜 커패시터와 저항의 값이 이상했다가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생각하고 있는데, 어려운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있진 않습니다.
이외에도 평소 생각하던 다른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가끔 떠오릅니다.
생각할 때 잡념이 계속 치고 들어오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원래 잡념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천천히 계속 생각하겠습니다.
3일차
말씀하신 대로 몰입도에 진전이 없더라도 우직하게 생각하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계속 생각 중이던 문제의 원인 하나를 찾았습니다 (가설). 아직 논리가 미흡하여 좀 더 생각하려고 합니다.
지금 고민 중인 문제가 끝나면 다른 문제를 생각해도 몰입도에 지장이 없을까요?
회사 관련 풀어야 할 문제가 더 있습니다.
3일 만에 문제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고민 중인 문제가 끝나서 다른 문제를 생각하면 몰입도는 조금 떨어진다. 그러나 몰입도를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문제해결이 더 중요한 목표이므로 다른 문제로 바꾸어서 계속 생각하라고 조언을 했다. 참고로 현재 이 학생은 몰입도가 높이 올라간 상태이고 고도의 지적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상태이다. 이 상태는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한 몇 주고 몇 달이고 계속 유지될 수 있다. 나 자신도 바로 이러한 고도의 몰입 상태를 활용하여 재료분야의 난제들을 해결했다.
4일차
생각하고 있는 문제에 관하여 아이디어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고 있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이해되고 더 깊게 이해하게 됩니다.
머리가 약간 흥분된 상태인 거 같습니다.
가끔 문제가 재미있기도 하고 특히 계단 오르기 운동할 때 생각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마치 좀 자연스럽게 생각을 이어 나가는 거 같습니다.
5일차
얼마 전 바꿨던 문제와 관련된 작은 문제까지 깔끔하게 원인이 설명됩니다.
이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무실 복귀 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류를 읽는 부분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확인 필요합니다.
관련하여 회로의 동작과 소프트웨어 구동 간의 상호관계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 늦은 오후부터 비슷하지만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하나도 진전이 없는 문제일수록 잡념이 잘 들어옵니다. 이때 약간 힘들긴 하지만 계속 생각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나 말씀하신 대로 "누가 이기나 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생각하겠습니다.
6일차
새로 도전한 문제에 관하여 오늘 점심쯤 작은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인지 몰입도가 올랐기 때문인지 머리가 약간 흥분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녁쯤 되니 중요하든 아니든 아이디어가 꽤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9시쯤 생각하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몇 가지를 도출했습니다. 생각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세부 내용과 PID 제어개념, 앞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 등도 함께 떠올라 모두 기록해 두었습니다.
이전 문제를 풀 때도 혼자 웃기도 하면서 진짜 뭐지? 라는 말도 많이 했는데 오늘 좀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계속 생각하다가 도서관 앞 운동장에 산책하거나 운동하면서 생각하면 무언가 더 여유롭고 편하고 좋습니다.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생각하기 수월하고 잠깐 몰입도가 떨어지더라도 금방 돌아옵니다.
지금은 다시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전류를 정확히 측정하는 개념인데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해당 문제도 쉽지 않겠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면서 결국 풀릴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7일차
오늘 오전 부로 준비해온 모든 문제를 끝냈습니다. 전류 측정에 대한 문제의 핵심 아이디어는 어제 저녁 늦게 얻었고 문제가 크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이전에 풀었던 문제들과 겹치기 때문인지 금방 풀렸습니다.
오늘까지 냈던 아이디어들이 총 14페이지, 앞뒤로 7장 정도입니다. 그림도 있고 불필요한 내용도 있겠지만 스스로 고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몰입을 통해 분명 제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다른 물리 현상을 보더라도 정확히 설명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까지 냈던 아이디어를 종합하고 정리하여 제품에 적용해 조직의 발전이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정말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도 길이 보인다는 걸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평소에도 최대한 적용하고 싶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잘 모르겠지만 생각하면 참인 명제를 이끌어내고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도 몰입능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려고 합니다. 평소 작고 큰 문제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문제와 경쟁하는 마음으로 생각하기 연습을 할 것입니다.
또 몰입도를 올리는데 편안한 의자가 매우 중요한 거 같습니다. 이번에도 의자가 불편하여 계속 몰입에 방해되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점검이 필요합니다.
몰입할 때 포스트잇이 알아차림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색깔도 있다 보니 눈에 잘 띄어 잡념으로부터 쉽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평소엔 포스트잇을 잘 사용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애용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몰입에선 특별히 생각에 지친다거나 몸이 무겁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약간 지루함이 있었지만 별 어려움 없이 생각할 수 있었고 재미와 궁금증이 증폭되어 금방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만약 정말 편한 의자에 쉬면서 생각한다면 더욱 높은 몰입도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듭니다.
여기에서 소개한 두 학생의 사례는 일종의 교육실험이다. 이렇게 교육했더니 이렇게 되었다라는 교육의 상관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실험이다. 이처럼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위하여 같은 주제에 대해서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연구하는 것을 종단연구縱斷硏究라고 하고 영어로는 longitudinal study라고 한다. 두 학생의 사례는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닌 개인적인 규모의 종단연구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 그 동안 교육개혁에 실패를 하거나 어려움이 많았던 이유가 어쩌면 이러한 교육실험 결과가 없거나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미지의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서 푸는 것은 적용하기가 전혀 어렵지 않은 방법이다. 옆에서 조금만 조언이나 코칭을 해주고 격려해주면 된다. 그렇지만 그 효과는 대단히 크다. 이처럼 난이도가 비교적 높은 미지의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공부한 것이 어떠한 효과를 보였는지에 대한 보다 커다란 규모의 종단연구에 해당하는 ‘헝가리 현상’을 소개한다.
헝가리 현상 Hungarian phenomenon
2017년 1월4일자 조선일보에 소개된 ‘헝가리 현상’에 의하면 1880~1920년대 대략 20년 동안 헝가리에서는 노벨상 수상자 7명, 울프상 수상자 2명을 포함해 역사에 길이 남을 천재들이 줄줄이 태어나 교육을 받았다. 현대 컴퓨터 이론을 만든 폰 노이만, 핵분열 연쇄 반응을 발견해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레오 질라드, '수소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에드워드 텔러, 홀로그래피를 발견한 물리학자 가보르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 갑자기 인재들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헝가리 현상' 이라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교육을 했을까? 한마디로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스스로 깊이 생각해서 해결하는 방식의 교육을 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헝가리 고교생들 사이에 수학 붐을 일으킨 '에트뵈스' 수학경시대회다. 수학학회가 매년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이 대회는 수학 문제를 통해 지식의 깊이와 창의성을 테스트했다. 다른 요인은 '쾨말'이라는 수학 월간지다. 당시 학생들은 매월 ‘쾨말’이 발행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가 잡지가 나오면 그곳에 실린 문제를 며칠씩 걸려서 풀었다.
처음에는 사비를 들여서 쾨말을 출간한 수학교사 라즐로 라츠 선생은 고등학교 교사로서 제자 중에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사람이다. 칙센트미하이의 『창의성의 즐거움』에 라츠 선생의 교육법이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부다페스트의 루터교 학교에 다니던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라츠 선생이 매월 학생들에게 내주는 문제에 의해 자극을 받았다.
교내 수학 잡지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문제들이 출제되었고,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머리를 맞대고 수학 문제를 풀었다.
가장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 사람은 교사들뿐 아니라 친구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본고에서 소개한 두 학생의 사례는 2000~3000 시간 미지의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서 해결하는 훈련을 통해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가진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초중고 및 대학교 시절에 걸쳐 이러한 교육과 훈련을 하면 누구나 10,000 시간 정도의 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0,000 시간 정도 이런 훈련을 하면 아마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이 효과는 헝가리 현상으로부터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사고력과 창의력을 가진 인재다. 몰입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선진국 사람들이 우리보다 앞서 가는 이유는 매사에 생각을 더 잘하고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들이 어릴 때부터 생각하는 교육을 받아서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비록 어릴 때부터 생각하는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선진국 사람들보다 10
배, 100배 더 많이 생각하고 몰입하면 이들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이들을 앞서갈 수 있다. 우리가 선진국보다 뒤처진다고 해서 이를 몸으로 때워서, 다시 말해 더 많이 일해서 경쟁하려는 패러다임은 잘못된 방향이다. 선진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이 생각해, 생각에서 앞서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어린 세대가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지식을 주입하는 현재의 교육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생각하고 몰입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라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생각해서 해결하는 습관이 자리 잡아야 한다. 미지의 문제에 도전하고 해결하는 간단한 훈련을 통하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가진 인재로 바뀌길 희망하면서 본고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