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만드는 나무들 - 이상국
내설악 수렴동 들어가면
별 만드는 나무들이 있다
단풍나무에서는 단풍별이
떡갈나무에선 떡갈나무 이파리만 한 별이 올라가
어떤 별은 삶처럼 빛나고
또 어떤 별은 죽음처럼 반짝이다가
생을 마치고 떨어지면
나무들이 그 별을 다시 받아 내는데
별만큼 나무가 많은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산에서 자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밤에도 숲이 물결처럼 술렁이는 건
나무들이 별 수리하느라 그러는 것이다
방앗간과 하느님 - 이상국
웃복골 솔숲
방앗간 자리에 교회가 들어섰다
발동기 소리에 지지 않으려고 털보 방아차지*
아무개네 쌀 받으라고 지르던 쉰 목소리 대신
요즘은 종소리가 울린다
국도에서 30리도 넘는 산골 동네
길이 있던 곳에 풀이 키를 넘고
빈집 구들장을 뚫고 아카시아가 자라는 곳에
하느님은 무엇하러 오셨을까
해마다 가을이면
돼지고기 두루치기에 됫박소주 받아놓고
거나해서 쌀자루 실어내던 그곳에
지금은 젊은 목사 내외가 산다
농사꾼들 하나 둘 떠나가고 빈 논 빈 밭에
하느님이 대신 농사 지으러 오신 걸까
* 방앗간 주인을 말함
카페 게시글
애송하는 詩
별 만드는 나무들 - 이상국 외 1편
미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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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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