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삼苦蔘, 뿌리부터 줄기·꽃·열매까지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아김만배의 약초보감〈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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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뜻의 양약고구良藥苦口는 고삼苦蔘에 딱 맞는 말이다.
전국 각지에 자생하며 햇볕 드는 산과 들 어디에서도 잘 자란다.
뿌리나 줄기, 꽃과 열매를 약재로 쓰는 고삼은 맛이 매우 쓰고 독은 없으며
성질이 차가워 허약한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고삼은 콩과科의 여러해살이 초본이다. 전 세계에 약 70여 종이 있으며 열대에서 온대 지역까지 넓게 분포한다. 학명은 Sophora flavescens Aiton이고 고삼은 생약명이다. 주로 너삼이라 부른다. 쓴너삼은 형태가 비슷한 단너삼을 빗대어 부르는 이름이다. 식물명이 도둑놈의 지팡이인 것은 오래 자란 뿌리를 보면 알 듯하다. 영어의 Shrubby sophora는 덤불 같은 회화나무라는 의미이다.
오장이 편안해지고 염증성 질병에 효험
일본에서는 구라라クララ, 중국은 쿠셴이라 부른다. 다른 이름은 잎 모양이 회화나무인 괴목槐木과 비슷하여 토괴菟槐, 수괴水槐, 교괴驕槐, 지괴地槐, 야괴野槐라고 부르기도 하고 뱀이 쉬어 간다는 뜻의 뱀의 정자나무라고도 하며 소가 먹는 삼이라 해서 우삼牛蔘이라고도 한다. 그 외에 넓은잎너삼, 능랑陵郞, 고골苦骨, 고두苦豆, 고식苦識, 녹백綠白, 백악白萼, 백경白莖, 금경芩莖, 호마虎麻가 있다.
고삼은 1.5m까지 자라며 봄에 나온 싹은 검은빛이 있다. 잎 모양은 황기나 아까시나무와 비슷하다. 꽃은 6∼8월에 가지 끝에 연한 노란색의 나비 모양으로 피며 열매는 긴 꼬투리 모양으로 열린다. 뿌리는 가을에서 이듬해 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 약재로 쓴다. 주요 성분은 식물 전체에 알칼로이드가 있고 뿌리에는 마트린과 옥시마트린이 있으며 씨에는 시티진이 있다.
고삼을 기록한 의서들의 내용을 보면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배 속에 덩어리가 생겨 항상 배가 더부룩하거나 아픈 병, 황달, 악성 종기를 제거하고 눈을 밝게 한다. 그리고 간담肝膽의 기를 돋우고 오장을 편안하게 하여 마음을 안정시키고 구규九竅를 잘 통하게 하며 갈증을 멎게 하고 술을 깨게 한다” 했다. 《의학입문醫學入門》은 “맛이 매우 쓰기에 입에 들어가면 바로 토하니 위가 약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찹쌀뜨물에 하룻밤 재우고 3~4시간 동안 쪄서 햇빛에 말린다. 달이는 약에는 적게 넣고 환으로 만들 때는 많이 넣는다. 헌데는 술에 담근 것을 쓰고 치질에는 연기가 날 때까지 볶아서 가루 만들어 쓴다”고 기록하고 있다. 《중약대사전中藥大辭典》은 “만성 기관지염에 고삼과 도라지를 7:3 비율로 배합하여 환을 만들어 복용했을 때 유효율이 82.3%였고, 고삼을 정제한 주사액을 근육 주사하여 급성 편도선염, 급성 결막염, 급성 유선염, 치주염, 외과적 감염과 부스럼, 신우신염, 급성 기관지염, 급성 림프절염 등 10여 종의 급성 염증성 질병을 치료한 유효율은 90% 이상이었다. 이 밖에도 결장염, 담낭염, 방광염과 기타 염증에 대해서도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은 “고삼은 성질은 차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 열독풍으로 피부에 헌데가 생기고 한센병으로 눈썹이 빠지는 것을 치료한다. 심한 열을 내리고 잠만 자려는 것을 낫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눈물을 멎게 한다”고 했다. 《한국본초도감》은 “고삼은 하초습열下焦濕熱로 인한 황달, 이질, 대하, 음부가려움증, 피부가려움증과 농포창, 옴이나 버짐 등에 활용되고 열이 쌓여서 소변을 잘 못 보고 아픈 증상에 효력이 있다. 가려움증에는 달인 물로 환부를 세척한다”고 전하고 있다.
북한에서 펴낸 《약초의 성분과 이용》에는 “고삼은 수렴성 지혈작용이 있어 적리와 설사, 치질, 자궁출혈, 흰이슬, 악성 종양, 황달과 열성질병, 선병, 두통, 류머티즘, 축농증에 사용한다. 뿌리로 만든 고약은 트리코모나스질염, 습진, 신경성 피부염에 효능이 있고 위액 분비를 잘 시키므로 건위약을 만든다”고 되어 있다.
인산 “한센병과 악성 피부병 치료에 좋은 약”
인산 김일훈 선생의 구술서 《신약神藥》과 《신약본초神藥本草》는 “고삼술은 대풍창大風瘡, 즉 한센병과 악성 피부병 치료에 좋은 약이다. 고삼술 제조는 고삼 9kg을 1.8ℓ의 찹쌀을 씻은 뜨물에 담갔다가 하루 지난 뒤 건져서 다시 1.8ℓ의 찹쌀을 씻은 뜨물에 담가 하룻밤 지난 뒤 건지기를 다섯 차례 반복한다. 이는 고삼의 독성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이렇게 제독한 고삼을 푹 달여서 여기에 대추와 생강으로 제독한 비상과 시루에 찐 찹쌀로 술을 빚은 다음 한 달가량 지나 주정으로 화化한 뒤 이를 복용한다. 이 고삼술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깊이가 180cm 이상의 땅속에 묻어 1~3년이 경과한 뒤에 사용하면 더욱 좋다”고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방에서도 청열, 거풍, 살충, 건위, 소염의 효능이 있어서 혈리, 직장궤양출혈, 황달, 적백대하, 소아폐렴, 급성편도선염, 치루, 탈항, 세균성 이질, 급성 위장염, 급성 전염성 간염, 만성 기관지염, 트리코모나스질염, 무좀, 땀띠, 악성 종기, 식욕촉진, 식체, 한센병, 변비, 피부가려움증, 화상 등 다양하게 쓰인다. 처방은 고삼환, 고삼산, 고삼탕, 녹백산, 소풍산, 고삼지황환, 당귀패모고삼환이 있다.
신장·비장·위장 안 좋으면 복용 삼가야
고삼은 1회 복용량을 준수해야 한다. 신장과 비장이 허하고 위장과 몸이 차가운 사람은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민간에서는 전초를 짓찧어 시냇물에 풀어 물고기를 잡았고 여드름 치료에도 사용했다. 세균성 이질에는 목향, 감초와 같이 달여서 복용했다. 그리고 충치 예방과 치료를 위해 뿌리 달인 물로 양치질하거나 뿌리와 전초를 가루 또는 달여서 탈모방지, 피부병, 습진의 환부를 씻거나 먹기도 했다. 그리고 농작물의 살충제나 가축의 피부 기생충 제거에도 사용했다. 여름철 지쳐 쓰러진 소는 고삼 뿌리를 짓찧어 막걸리에 담가 하룻밤 우려낸 것을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초여름이다. 솔숲 한편의 삼오정三五亭에서 하늘을 보니 삼강오륜三綱五倫이 피어나고, 푸른 들판을 보니 삼치오삼三治五蔘이 솟아난다. 사람이 살면서 세 가지의 강령과 다섯 가지의 도리를 기본으로 바른 삶을 살아가라 한다. 지치고 병든 사람들에게 뜸과 침과 약으로 경혈을 활혈하고 인삼, 사삼, 현삼, 단삼 그리고 고삼으로 오장이 평안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라고 한다.
김만배 소장
김만배 소장은 경남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마산대학교와 거창대학 평생교육원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고려대학교에서 농학석사, 영남대학교에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약용작물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친환경 유기약초재배》 《우리집 건강지킴이 동의방약》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