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옷이 아니라 옷걸이다
권력과 지위는 마치 옷과 같다. 때로는 화려한 정장이, 때로는 위엄 있는 제복이, 때로는 소박한 셔츠가 걸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벗어야 하는 것이 그 속성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단순한 진리를 망각한다. 자신이 걸친 옷이 곧 자기 자신인 양 착각하며, 영원히 그 옷을 입고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옷이 벗겨지고 나면 남는 것은 오직 ‘옷걸이’뿐이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본모습이 드러난다.
세탁소 한쪽에서 선배 옷걸이가 신참 옷걸이에게 말했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라.” 그것은 단지 지도자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모든 이가 되새겨야 할 말이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시장, 회장 같은 높은 직위뿐만 아니라, 팀장, 교사, 의사, 공무원, 기업인, 예술가,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의 직책과 역할 역시 일정 기간 동안 걸쳐지는 옷일 뿐이다.
옷이 걸려 있을 때는 그 옷걸이가 더 단단하고 가치 있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 옷이 벗겨지면 그 옷걸이가 얼마나 견고하고 본래의 역할에 충실했는지가 드러난다. 진정한 가치는 옷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옷걸이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옷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한다. 직책이 자신의 인격이라 여기고, 권력을 개인의 소유물인 양 휘두르며, 역할을 자신의 존재 자체로 동일시한다. 하지만 우리가 맡은 역할과 직책은 국민, 조직, 사회로부터 맡겨진 것이지, 영구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결국 남는 것은, 우리가 그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얼마나 공정했고, 얼마나 겸손했으며, 얼마나 성실했는가이다.
자신을 ‘옷걸이’가 아닌 ‘옷’으로 착각하는 순간, 교만이 시작된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는 군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자리를 내려놓았을 때 더 이상 존경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비단 정치인과 지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한때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자기 존재의 전부인 양 행동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우리는 모두 직책을 내려놓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평가가 내려진다.
진정한 가치는 옷이 아닌 옷걸이에 있다. 화려한 직책이 아니라, 그 직책을 수행하는 동안 어떤 태도를 가졌느냐가 중요하다.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람은 직위를 가졌던 사람이 아니라, 그 직위에서 어떤 자세로 일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좋은 옷걸이는 어떤 옷이 걸려도 흔들리지 않는다. 책임을 다하고, 역할이 끝난 후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반면, 화려한 옷에만 집착한 사람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옷과 함께 잊혀진다.
이 원칙은 우리가 맡은 모든 역할에도 적용된다. 부모, 교사, 친구, 선배, 후배, 동료로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을 얼마나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옷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옷걸이로서 본질에 충실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월이 흐르면 우리는 결국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평범한 개인으로 돌아간다. 그때 남는 것은 우리가 걸쳤던 옷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단단한 옷걸이였는가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직책이 아니라 태도를 기억한다. 우리 삶의 마지막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나는 어떤 옷을 입었었나?" 아니면 "나는 어떤 옷걸이였나?" 본질은 옷이 아니라, 옷걸이다. 이를 깨닫는 사람만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