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연맹 하나만 욕 먹는 것도 아니긴 하다.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는 어느 스포츠분야던 (심지어는 "e-스포츠" 조차!!) 소위 "협회"라는 조직의 무능과 탐욕, 파벌 및 이권투쟁의 이야기에 파묻혀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열심히 협회를 깐다. 김연아와 빙신빙상연맹과의 대립... 배구계에서 김연경 선수의 외로운 싸움... '코리안드림'이 짓밟힌 채 일본으로 귀화하여 "조국을 메친" 아키야마 요시히로 - 추성훈... 그리고 이번 파문의 주인공인 빅토르 안 - 안현수 까지.. 일일이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공분을 살만한 일에 분노하는 것이야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난 그런 분노를 보내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좀 깨달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즉, "당신들의 분노는 정당하지만, 왜 당신들은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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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오랜 시간 동안 "경제발전" 하나를 절대선으로 삼아왔다. 식민지에서 벗어나 가난한 나라에서 출발하여 전쟁의 참화를 겪고, 하루 빨리 세계무대에서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희생해왔다. 그러나, 역사를 공부한 입장에서는, 그러한 "희생을 통한 급속한 성장"이 얼마나 거대한 부작용과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 경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어느 분야에서나 그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라면, 비슷한 종류의 행적이 얼마나 위험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인지에 대해 똑같이 말을 한다. 영재교육의 위험성, 지나친 입시교육과 선행학습의 폐악, 등등.. 어떠한 필요에 쫓겨, 자연스러운 성장에 필요한 단계들을 생략하거나 무시하고 진행되는 발전은 필연적으로 각각의 무시된 단계마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의 총합을 훨씬 능가하는 기하급수적 파괴력을 지닌 거대한 폭탄을 키우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계를 생략한 급속발전은, 역시 필연적으로 그 문제들의 위험성을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급속한 발전은 원하는 목표에 근접하게 되는 순간 일제히 폐기하고 하루 빨리 정상적인 발전속도로 되돌려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종, 최고, 최악의 선택은 그러한 문제를 힘과 폭력으로 강제로 억압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그것을 지난 60년이 넘도록 정치적 독재 및 기득권의 독점, 천민적인 졸부들의 권력놀음 등의 최악의 형태로 겪어왔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이런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을 보기 좋게 한 눈으로 축소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에 있어서 각 스포츠 협회의 전횡과 비리, 부패, 파벌싸움, 권력독점, 상위권력의 도구화.. 그 모든 폐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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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늦게 출발한 후진국에 무슨 "스포츠"가 있겠는가.
국민건강을 진흥시키겠다는 목표를 진심으로 믿는 사람도 있었을테지만, 그 못지 않게 결국 급속한 근대국가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철저히 국가권력에 예속된 대민통제의 수단으로써 출발했다. 태권도의 성립만 해도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과정이 한국의 독재자들과 철저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던가.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애국"의 수단이며, "애국"은 불만이 폭증하고 있는 국가에서 민중을 통제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세계의 강국들이 떵떵거리는 스포츠의 분야에 자국의 선수를 내보내서, 그들을 제압하고 "세계최고"라는 명예를 얻음으로써 그를 통한 대리만족의 위안감을 국민에게 싸구려로 배급하는 것 -- 그것이 대한민국 스포츠의 출발이었다. 그 시대를 살아간 스프츠인들이 의미없는 노력을 한 것은 아닐지라도, 결국 그들의 노력의 결과물은 그것을 통해 실제적 이득과 이해관계를 얻어내는 소수의 손에 독점되어 도구화된 것이다.
스포츠의 저변이 없는 국가에서, 적절한 훈련이나 관리방법도 없는 국가가 단기적으로, 속성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취하는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입에서 단내나도록 굴리고, 두들겨 패면서 성적향상을 강요하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는 자들은 도태시키고, 성과를 내는 자들에게는 막대한 은상을 내려 물적 이득으로 회유하며, 이 모든 부조리한 것에 대한 인간적 반발과 분노를 억제하기 위해 일개인이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수직적 권위와 권력관계를 이룩하여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속성으로 일정기량 이상의 선수들을 "뽑아내는" 공장제식 훈련시스템.
그렇다. 군대다.
군인출신 독재자들의 막강한 입김은 한 시대를 휘어잡으며 부지불식간에 이 나라 전체를 하나의 군대로 만들었다. 상명하복, 절대적 충성, 낮은 위치에 있는 개개인의 부품화, 인격의 말살, 인권의 유린, 절대적 복종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이 지긋지긋한 군대와 같은 시스템은 대체 어디까지 퍼져 있는건가? 그야말로 지금, 당신이 거리에 나가 바라보는 모든 것에 퍼져있고, 그것이 퇴색해가고 있다는 오늘날에조차 실은,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포츠계에서 "협회"의 위치도 기본적으로 동일선상에 있다.
선수층이 생기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는 결국 선수층 자체가 없다. 그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소수의 선수들에게 초인적이고 비인간적인 훈련을 강요해야 하며, 그러한 선수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협회는 출발한다. 그리고, 성과를 낸 사람들은 물적 지원으로 회유되며, 이들은 선수나 지도자층에서 은퇴한 후 협회의 기본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해나가기 위한 중간관리자로써 포섭이 된다. 그리고, 그 중간관리자들을 지휘하기 위한 최상위의 권력을 점하는 것은 "돈줄" -- 국가권력, 혹은 후원재벌 -- 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사람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 대한민국에서 낙하산이 많이 안착하는 곳 중 하니이다.
단일권력이 행정 및 관리의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그 권력 내의 구성원들은 이득과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이전투구로 싸워댄다. 그 와중에 그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의 권리 -- 애초에 그 선수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던가?! -- 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그런 어거지 강제적 시스템을 통해 "선수들을 찍어내는 시스템"은 결국, 그러한 식으로 대응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혹은, 그러한 시스템의 성립을 가능케 하는 몇몇 요소들의 반발에 부딛히는 순간 그대로 무너진다. 그러나, 그 파국 속에서 책임을 지는 윗대가리는 아무도 없다. 결국 파국의 당사자들인 선수들 개개인만이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마치 이 국가 그 자체 아니던가. "경제를 일으킨다"는 목표는 무엇 때문이던가? 국민들을 잘 살기 위하도록 함이 아니었나? 그러나, 그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국민을 희생한다면, 그렇게 살아난 경제를 통해 얻는 이익은 결국 누구 손에 들어가는건가? 사회의 발전에 어울리지 않는 낡아빠진 구시대적 관행과 행정으로 점철된 제도 속에서 창조적 개인은 항상 희생당한다. 이 거지같은 교육시스템에 길들여져 소위 "출세코스"를 통해 간택된 인재들이 아니면 어떤 영재도, 어떤 기발한 개인이라도 의미가 없다. 그러한 개인들은 이미 사회에 나가는 순간, 직장에 들어가는 순간 "조직질서를 어지럽히는 놈들"로 낙인이 찍히고, 결국 정말로 큰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는 천재들은 이 나라를 떠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안목을 지닌 곳에서 대성한다.
그리고 나서, 뒤늦게 나라의 언론은 "한국인 출신으로 성공한 기술자 xxx 박사" 하는 식으로, 우리가 어떠한 식으로 대어를 놓치는 병신삽질을 햇는지 보도하지. 이런 부분 조차도 스포츠와 사회가 똑같다. 그나마 국민의식이 성장한 덕분인지 사실은 빙신연맹이 더 이상 쉴드치기 불가능할 정도로 대놓고 삽질을 한게지 빅토르 안에 대해서 큰 비난이 일지는 않았지만, 아키야마 요시히로-추성훈의 경우만 해도 대체 그 얼마나 많은 비난이 있었던가?
이제 정말로 확실해진 것은, 지금과 같은 협회의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진정한 재능과 열정이 있는 인재를 도울 수 없다는 것이다. 협회는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는 커녕, 족쇄로 작용할 뿐이다.
나는, 각종협회에 대해 비난을 보내는 모든 이들이, 국가와 사회의 관계에 있어서 그러한 인식을 똑같이 치환하여 대입해보고 스스로와 사회, 그리고 국가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기를 원한다. 스포츠가 곧 이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의 축소판이라면, 안현수나 김연경, 김연아, 추성훈, 그 모든 사람들이 겪었던 부조리는 지금 당신이 겪는 그 부조리와 다름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나라의 시스템, 이 나라 국민의 사고방식을, 지금 이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원흉이 된 시대로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놈들이 있음을 상기하자. 빙신연맹을 욕하는 패기가 있다면 마땅히 그 자들 또한 욕을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첫댓글 한가지 다행인 점은, 말씀하신대로 빅토르 안에 대한 사람들의 호의적인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감정이입하고 응원하는 대상은, 스포츠라는 이름하에 강요되는 애국심 따위가 아니라 (사실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만은...), 그러한 부조리와 파벌과 억압에 짓눌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난 사람이죠.
하지만 이것이 그저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협회란 다 무능한 것들 뿐이야]에서 멈추는 것은 아쉽습니다.
이런것만 봐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다수가 얼마나 선한 사람들인지 볼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비록 남의 일이라고 해도, 그 것이 정의라고 여겨지는 방향으로 귀결되어지길 기원하며 그렇게 되는 모습을 보며 기뻐합니다. 향후의 관건은 상황님 말처럼 그런 성향을 일개 스포츠경기가 아니라 이 사회 전체로 확대시켜, 대한민국이라는 큰 틀을 정상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전 느리지만 결국엔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현수 선수에 대한 반응은 당연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빌어먹을 빙신연맹이 한 짓을 보면 빙신연맹 협회자들을 갈아먹어도 시원치 않죠 게다가 안현수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서 권선징악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안현수 선수가 저렇게 지지 받고 있는 겁니다.
아니예요. 지금 와서 빅토르 안에게 호의적인 것이지. 당시에는 안현수 싸이월드 가서 욕 댓글 남긴 사람들 많아요. 물론 동정적 여론도 많았지만 지금처럼 압도적인건 아니었어요. 지금 빙산연맹 욕하면서 빅토르 안 대단하다라고 하는 사람중에 그때 욕설댓글 남긴사람도 있을걸요?ㅋㅋㅋ
그러한 부조리와 파벌과 억압에 짓눌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난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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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잘먹고 잘살아라"식 잘못된 욕식 욕을 함으로써 스스로 거세되고 길들여진 인생을 인증하는 인간들이 많습니다.
@花美男 님 말이 맞습니다. 군대 점호시간 전 뉴스시청시간 때 제 동기가 러시아로 간 빅토리 안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에서 나오자 "아 뭐야? 국적 팔아먹은거야? 개새끼네?"라고 했길래 어이가 없어서 개빡쳤음 ㅡㅡ...
무슨 짓을 했는 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보자마자 이런 소리가 "20대 풋내기 입에서 나올 정도면"...
[나도20대인데 도데체 지가 뭐라고 여성인권 이야기 나오면 '푸하하 참 잘 돌아간다'이 딴 말 씨부리는 병신장애인이나 병신 장애인을 지적했더니 거꾸로 술취한 놈이 옳은소리한다고 정치세력공세로 몰아부치는 워해머타운이나, 중립척쿨게이 운영자가 있는 워해머코리아, 그리고
@花美男 '말 잘듣는 개새끼'만 밑에 두고 정말 몰라서나 다시 똑바로 해볼려고 하는 사람들이나 입해머들+중립척쿨게이운영자 코판+10대 중2병들 등등 말 잘듣는 개새끼 층 빼고 그 외 자기 밑에 층들 죄다 싸그리 싸잡아서 쓰래기 취급하는 dc횡포층+양아치계층들 짓거리나....]
위 예시의 세 곳은 서로 적대적 공생관계죠.
@블템포컴빌리 .
빙신연맹 개객기! 전두환 개객기!
공급이 적은곳에 취직하면 하지 말라는데도 왔으니 개같이 일해라
공급이 많은곳에 취직하면 너말고 일할사람 많으니 개같이 일해라
나라가 국민취급 해줘야 국민으로써 희생하고, 기업이 직원취급해줘야 직원으로써 열심히 하지
자식취급 안하는 부모에게 애써 효도할 이유가 없는데, 아무것도 되돌려주지않고 강요만 하는 희생을 왜 하란건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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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린시절 보고 배운것이 그런거라서 그런가봅니다.
뭐 예전에 프랑스로 입양된 한인계열 프랑스국회의원(?) 보고 같은 민족 어쩌구 하는거보고 이런말을 해주고 싶더군요.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투르크 형제드립도 같은 맥락일겁니다
오늘의 카웨사 명언 1. "당신들의 분노는 정당하지만, 왜 당신들은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이다.
이 대목에서 진 하워드의 연설문집을 엮은 역사를 기억하라 일부내용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