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독서경험에 근거한, 따라서 매우 주관적이고(그러나, 구조주의자들의 말투를 흉내낸다면, 내가 표방할 수 있는 '객관성'이란, 엄밀하게 말하자면, 언제나 '두께와 깊이로서의 내 삶의 주관성'일 뿐이다) 비체계적인 방식으로(그러나, 독서에 관한 한 진정한 체계는 '나중에 온다'고, 나는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그 체계는, 이를테면, 삶의 퇴적층, 그 결이다.) 만들어진 작은 목록임을 밝히자.
(2) 그 글이 지니고 있는 친절함(?)의 정도와 지정학적 위치, 폭과 깊이의 상대적인 차이를 감안하여 그 대상을 1-2학년과 3-4학년으로 대충 구분하였다(** : 2-3학년, **** : 3-4학년).
(3) 출판사가 명기되지 않은 것들은 동일한 책이 여러 출판사에 의해 출판, 유통되고 있는 경우이다.
(4) 혹 어느 한 쪽을 집중적으로 읽어나가고 싶은 욕망이 생길 경우, 자신의 체계를 자연스럽게 찾아나가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비슷한 성격의 책들을 약간씩 덧붙여 놓았다.
1. 일반도서
** 데이빗 피어, {지식이란 무엇인가?}, 문학과 사회연구소 번역, <청하신서 6>, 청하.
(우선, 얇아서 좋은 책!)
**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한길사.
(한없이 뜨겁고 열렬한, 영원한 젊은이들의 책!)
**** 이기백, {한국사신론(韓國史新論)}, 일조각.
(한국사 연구에 신기원을 마련한 획기적인 책. 당신이 한국의 지식인이라면, ---더 좋은 책이 나올 때까진---평생 옆에 두고 살아야 할, 이를테면 당신의 운명.)
** 김종무, {논어신해(論語新解)}, 민음사.
({논어}는,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할 책이다. 한 자 한 자, 한 문장, 한 문장, 그러면서도 각 장들이 어울려 은은하게 드러내는 크고 부드러운, 따스한 하나의 세계를 포착해가면서... 한자를 일일이 찾기 힘겨운 학생들은 [명문당]의 주석본을 참조할 것.)
**** 장주(莊周), {장자(莊子)}, 안동림 역주, 현암사.
(숱한 번역서들이 있지만 입문자들에겐 현암사 판이 가장 편할 듯. 그 호방한 스케일, 활달한 상상력을 한껏 음미해 보시길. 동양적 사유의 한 절정을 보여주는 철학서이자 문학작품이다.)
**** H.S. 휴즈, {현대프랑스 지성사}, 김병익 역, 문학과 지성사.
(홍성사에서 간행된 {의식과 사회}의 속편. 두 권을 함께 읽으면 1900-1950년대까지의 프랑스 지성계의 지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지식인들의 삶, 고뇌와 선택, 좌절의 궤적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 프로이트, {실수의 분석}, 조대경 역, <정음문고 12>, 정음사.
(망각, 실언, 실수 등 우리의 일상생활 도처에서 삐져나오는 병리현상들의 의미를 쉽고 재미있게 정신분석한 얇은 책. 프로이트 '입문을 위한 입문서'로 손색이 없을 듯. 책읽기에 관한 한 "원전(原典)으로!"가 최고, 최상의 전략임을 거듭 확인시켜 주는 책.)
**** 프로이트, {꿈의 해석}과 {정신분석입문}
(프로이트의 양대산맥.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독파>하기엔 만만치 않은 두께지만, 어쨌든 굉장한 광맥들을 감추고 있는 거대한 봉우리이기 때문에 대학생이라면 한번의 답사(?)는 피할 수 없는 코스.)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와 {소유냐 삶이냐}
(프롬은, 바로 뒤의 마르쿠제처럼, 프로이트라는 마르지 않는 샘물에서 흘러나온 물줄기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라캉, 알튀세, 리쾨르 등은 그 다음 세대들이고. 그러니 더 더욱 프로이트를 먼저 읽어야 할 수 밖에... 이 두 권의 책들은 적어도 70년대 이후 대학생들의 교양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마르쿠제, {에로스와 문명}, 김인환 역, 나남.
(마르쿠제는 이른바 프로이트 좌파의 선봉장이다. {바보제}와 {세속도시}를 쓴 미국의 신학자 하아비 콕스와 함께 6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의 숨통을 열어준 사람. 만만치는 않은 책. 프로이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I,II)}, 이명현 번역, 민음사.
(포퍼는 본디 과학철학자이지만, 이 책과 {역사주의의 빈곤}으로 인문사회학 분야에도 널리 알려진 지성인이다. 온갖 '닫힌 사유'와 '닫힌 체계'---플라톤에서부터 마르크스주의까지---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현대의 고전. 어렵지만, 긍극적으로 적어도 인문대학생의 교양은 이 정도의 소화력은 지녀야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른이 언제까지나 아이스크림만 핥으며 살 수는 없는 일, 유감스럽게도 인생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 데이먼드 모리스, {털없는 원숭이}, 김석희 번역, 정신세계사.
(모리스는 영국의 동물생태학자. 우리나라에 비슷한 종류의 책들을 쏟아지게 만든 원흉이라고 할만한 책이다. 그의 {바디워칭(우리가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우리 몸의 각 부위에 대한 탁월한 정보!)}, {접촉} 등의 책들도 잘 읽히는 모양이다. 우리가 문화적, 심리적, 정서적 현상이라고 여기는 많은 현상들을 그는 동물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정말 '그럴싸하게' 설명해낸다. 골치 아프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할 수 있는 책이다.)
**** 마빈 헤리스, {문화의 수수께끼}, 박종열 옮김, 한길사.
(헤리스는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이 책의 원제(原題)는 정말 해괴하다. {암소.돼지.전쟁 그리고 마녀 : 문화의 수수께끼}. 그의 {음식의 수수께끼}도 번역되어 있다.)
**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2), 창작과 비평사.
(설명이 필요없는 책. 그렇지만 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 책. 삶으로, 몸으로, 마음으로, 혼으로 써진 참으로 좋은 책. 그냥 많이 보는 것이 장땡이 아니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가 정녕 중요하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책. 반도 전체에 현장답사 붐을 불러일으킨 책. 이 책이 나오고 난 다음부터, 이 책 속에 소개된 곳들이 갑자기 사람들로 바글대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전에 이미 다녀 온 곳을 '정색을 하고' 다시 찾아가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뭐 멀리까지 갈 것도 없이 나 자신과 내 주위를 새롭게 둘러보게만 된다해도... 그게 어딘가.)
** 에드가 모랭, {스타}, 이상률 옮김, 문예출판사.
(모랭은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영화학자. 이른바 '스타시스템'의 성립과 발달을 분석하면서 그 신화를 추적한 책이다. 영화가 이미 우리의 일용양식(?)이 된 오늘날, 그러나 우리에겐 영화라는 신화, 영화라는 산업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이 너무 취약하지 않은가? 물론 랄프 스티븐슨의 {예술로서의 영화}, 제임스 모나코의 {영화, 어떻게 읽을 것인가?}, 잭 엘리스의 {세계영화사}, 그리고 최근에 [예니]에서 출간한 {전위영화의 이해}가 있고, [청담사]의 {가치의 전복자들} 시리즈가 있기는 하지만....)
** 김덕자, {광고와 에로티시즘}, 미진사.
(광고의 홍수, 광고의 폭력, 광고의 환상... 광고는 우리 시대의 얼굴이니까, 그 정체를 알고는 있어야겠지. 충분한 깊이가 실현된 책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에드가 모랭, {지구는 우리의 조국}, 이재형 옮김, 문예출판사.
('위대한 어머니-대지'에 대한 찬가. 우리 모두 우주적 상상력을 되찾읍시닷!)
**** 제임스 클리크, {카오스}, 백배식 외 옮김, 동문사.
(새로운 패러다임인가? 아닌가?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선,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나 {앤트로피}를 함께 읽어야 하나?)
****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 그 신화와 구조}, 이상률 옮김, 문예출판사.
(역시 현금의 프랑스 사회학자. 바야흐로 우리도 대중소비시대에 들어간 모양인데... 그렇다면....)
** 데이빗드 루벤, {18 Cm 여행(I,II)}, 김명희 옮김, 희성.
(짧고도 긴, 신비로운 여행에의 초대. 건강하고, 재미있고, 밝은, 성에 관한---'성'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인가?---매우 유익한 책. 보다 더 넓은 전망, 역사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조망을 얻고 싶은 학생들은 푸코의 역작인 {성의 역사(나남)}나 도서출판 [까치]에서 낸 일련의 풍속사---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 번 벌로의 {매춘의 역사}, 파울 프리샤우어의 {세계풍속사}....---들을 읽을 것.)
2. 문학도서
** 최인훈, {광장/구운몽}, 문학과 지성사.
(누가 뭐래도 한국최고의 현대작가. 누가 뭐래도 아직은 한국현대문학 최고의 문제작. 그 극복이야말로 그대들 신세대들의 지상과제.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그의 낱권 전집을 한 권 한 권 이 여름에 독파해버린다면.....)
**** 최인훈, {화두}, 민음사.
(20년의 침묵 끝에, 올 봄에 발표된 두권짜리 장편. 그만이 할 수 있는 지독한 사색, 집요한 되새김의 기록임.)
** 이청준...
(최인훈과 이청준을 읽지 않았다면, 한국의 현대소설들을 읽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홍성사]에서 나온 그의 낱권 전집을 다 읽으라고 할 수는, 물론, 없을 것이다. 뭐가 좋을까? 무엇을 골라도 이청준의 본령을 맛볼 수 있다. 추리소설을 특히 좋아하는 학생들은 {제3의 현장}(동화출판공사)을 보고, 그의 말의 탐구를 음미하고 싶은 학생들은 [언어사회학서설]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문하과지성사)를 읽기를. 그의 가장 최근의 작품은 {키 작은 자유인}(문학과지성사)이다.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문학과지성사.
(황석영의 {객지}와 함께 70년대 한국문학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는 책. 산업화와 더불어 야기되는 고통스러운 삶의 문제들을, 놀라와라, 한없이 서정적인 간결한 문체로 담아낸 아름다운 연작소설들이다. 우리시대의 양심이라고 불러도 좋을 작가. 타인들의 고통에 대한 그의 예민한 감수성과 고뇌의 흔적을 우리는 그의 오랜 침묵과 그 침묵 끝에서 그가 발표한, 소설이라기보다는 기록에 가까운 책 {침묵의 뿌리}(열화당)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이제하 소설선집 {밤의 수첩}, 나남.
({죽음의 한 연구}, {칠조어론(七祖語論)} 등을 쓴 박상륭과 더불어 내가 특히 좋아하는 작가. '환상적 리얼리즘'을 구사한다는 평가가 말해주듯, 매우 특이한 감수성과 미의식의 소유자이다. 적당한 읽기로는 정복하기 어렵다. 매우 적극적인 독서를 요구한다. {밤의 수첩}이 적성(?)에 맞는 학생들은 {기차.기선.바다.하늘}(전원)이나 {용}(문학과지성사 : 영화로 만들어진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가 여기 들어있다)로 손을 뻗을 것. 소설의 밀도가 너무 높다고 생각될 경우엔, 신문에 연재되었던 {광화사}나 {진눈깨비 결혼}을 볼 것. 그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훨씬 묽은 소설들이니까.)
**** 이인성, {낯선 시간 속으로}와 {한없이 낮은 숨결}, 둘 다 문학과지성사.
(이인성은, 최수철과 더불어, 불문학을 전공한 소설가이다. 이인성은, 최수철과 더불어, 프랑스 누보로망의 세례를 받았다고들 말한다. 이인성은, 최수철과 더불어, 우리 소설의 한 극점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이인성은, 최수철과 더불어, 독자를 가장 혹사하는 현역 작가이다. 책읽기의 즐거움은 책읽기의 괴로움과 동시에 온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미덕(?)의 소유자이다. 이제하보다도 더 적극적인 독서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의 언어의 미궁 속으로 일단 한번 들어가 보길. 그 속에서 이곳 강릉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미구]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 최수철....
(벌써 여러 권의 소설을 간행한 작가. 한 두 권만 읽어도 치가 떨릴까? 뭐가 좋을까? {알몸과 육성}(열음사)이 좋을까? 일찌기 우리집 꼬마를 헷갈리게 만든 {말(馬)처럼 뛰는 말(言)}(고려원)이 좋을까? 서문 속에서 그대들이 <심재상>이라는 반가운---혹은, 치가 떨리는---이름을 만날 수 있는 {고래뱃속에서}(문학사상사)가 좋을까?)
**/**** 김현....
(한국최고의 문학비평가. 정말 예외적으로, 콧대 높은 시인들과 소설가들의 흠모와 사랑을 받았던 행복한 존재. 시에 관한 한, 정녕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독자.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그의 전집. 혹은 그의 유고일기인 {행복한 책읽기}.)
** 플라스코, {제8요일}
(슬프고 아름다운, 절박한, 그래서 더욱 강렬한 사랑 이야기. )
** 가브리엘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김병욱 역, 늘푸른 나무)과 {예고된 죽음의 기록}(차봉희 역, 샘터).
(마르케스 특유의 서사시적 세계 속에서 전개되는 지독한 사랑 이야기들)
**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열린책들.
(다들 읽었을테지만, 혹시 아직도 읽지 않은 '베짱이들'을 위하여... '우주적 상상력'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독특한 분위기의, 이 또한 추리소설적 기법을 구사하고 있는,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소설)
**** 가브리엘 마르케스, {백년동안의 고독}
(서구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시각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전대미문의 소설. 제3세계의 문학적 신화.)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불멸}, {웃음과 망각의 책}, {이별의 왈츠}, {운명의 춤}.
(결국, 그의 모든 책들... 나의 경우, 어찌된 일인지, {생은 다른 곳에}만은 잘 몰입할 수 없었지만...)
**** 존 파울즈, {콜렉터}, 장말희, 영웅.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바로 이 소설을 베꼈을 지도... 존 파울즈, {만티사}같은 난해하고도 기이한 소설을 쓴 관능적인 작가)
** 파트릭 쥐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유혜자 옮김, 열린책들)와 {콘트라베이스}.
(지독하게 수줍음을 탄다는, 섬세한 감수성을 지녔음에 틀림없는 독일의 현대작가. {좀머 씨...}는 평생동안 인생으로부터---아니 죽음으로부터일까?---죽을 힘을 다해 달아나려 한 어떤 사나이에 관한, 수채화처럼 맑고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콘트라베이스}는 덩치만 크고 광나지는 않는 콘트라베이스 주자의 광나지 않는 인생에 대한 나직한 넋두리, 즉 모노드라마다.)
**** 도스토옙스키, {악령}, {백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위대한 작가의 위대한 작품들. 러시아적 깊이. 러시아적 광기. 위대함은 요약할 수 없는 것,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을 뿐....)
**** 카프카, {성}과 {심판}
(이상한 매력을 지닌 영국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가 나오는 영화 [카프카]를 보셨나요? 난해하던가요? 그렇다면 위의 두 소설을 읽고 다시 한번 그 영화를 보시길. 현대의 묵시록적 상징이랄까....)
**** 그리고? {안개}를 쓴 우나무노, {권태}와 {창녀 아드리아네를 위하여}를 쓴 모라비아, {녹색의 집}을 쓴 바르가스 요사, {아우라}를 쓴 카를로스 푸엔테스, {마음의 집}과 {에바루나}를 쓴 이사벨 아엔데, {카산드라}와 {크리스타 T.에 대한 회상}을 쓴 크리스타 볼프, {삼십세}와 {죽음의 방식}과 {만하탄의 선신}을 쓴 잉게보르크 바하만, {문밖에서}와 {이별없는 세대}를 남기고 요절한 볼프강 볼헤르트, {방드르디 혹은 태평양의 끝}과 {마왕}을 쓴 미셸 투르니에, {소설}을 쓴 제임스 미치너...
**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언제 읽어도 좋은, 맑고 정갈한 영혼이 토해내는 나직한 울림들. 부드러운 우리말의 호흡이여.)
** {김수영 전집 1.詩}, 민음사.
(자신의 소시민 의식과 싸우는 그 정직함, 그 치열함. "시여, 침을 뱉어라!"라고 외칠 수 있었던 시인의 뜨거운 시들.)
** 오규원 시선집 {사랑의 기교}(민음사)와 {길밖의 세상}(나남).
({순례(민음사)}의 촉촉한 세계로부터 요설과 패러디의 세계---{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와 {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를 거쳐 우리 시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와 {사랑의 감옥}---로 군림하고 있는 지극히 현대적인(?) 시인. '낯설게 만들기'를 아시나요?)
**** 이성복 시선집 {숨길 수 없는 노래}, 미래사.
(황지우와 더불어 우리 시를 폭발시킨 '무서운 아이들' 제1세대. 시이기를 거부하는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로 시작하여 {남해금산}을 지나 {그 여름의 끝}의 그윽한 세계로 들어간 사람. 심재상 시집의 해설을 써준 다정다감한 사람!)
**** 황지우 시선 {구반포 상가를 걸어가는 낙타}, 세계사.
(정말 과격한 시집 {새들도 지상을 뜨는구나}와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서울 시내버스 번호들을 마구잡이로 시제목으로 승격(?)시킨 {나는 너다}를 지나 문득, 어느덧 {게 눈 속의 연꽃}에서 화엄(華嚴)세계를 보기에 이른 문제의 시인. 김지하처럼 서울대 미학과를 나온, 김지하처럼 탁월한 시적 감수성을 지닌 진짜배기 시인.)
** 최인훈 희곡집 {옛날 옛적에 휘이훠이}, 문학과지성사.
(우리에겐 드문, '시극(詩劇)'이라 불러도 좋을만치 리듬과 운률이 탁월한 희곡들. 시적인 지문들. 우리의 신화들. 황홀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집.)
** 김용옥, {여자란 무엇인가?}, 통나무.
(우리 시대의 기인(?) 김용옥 교수의 여성학 강좌---사실은 동양학 강좌이지만... 단, 그의 거침없는, 얼핏 신성모독적(?)이기까지 한, 거친 말투를 참을성 있게 견디어내야 그의 궁극적인 메세지를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임.)
**/****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조홍식, 을유문화사.
(쉽지 않은, 두꺼운 책. 그러나 결국 정면으로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한번 용기를 내어 보는 게 어떠실지.)
**** 알바레스, {자살의 연구}, 청하.
(적당히 사는 것을 거부하였던 미국의 여류시인 실비아 플라스에 대하여... 시몬느 베이유, 로자 룩셈부르크, 글로리아 스타이넴 등의 향기로운 이름과 함께 부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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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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