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오래도록 눈치만 보며 지낸 나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명절이다.
올해는 좀 덜하려나 기대 했지만 역시나 규칙적이다.
못해본 일들과 사연들을 올해엔 그리운 옛이야기로 꺼내 놓고
나 이렇게 살았다오 하며 위로 받으려 잔뜩 벼렸는데
함께 일하던 분들도, 짝도 다 추석이라고 가버리고 나만 덩그러니 남아
TV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를 고백하고 있다.
냉동실에 얼려둔 밥 꺼내 렌지에 돌려 대충 아침을 때우고
교회에 나서는 길에 프랑카드가 하나 걸려 있다.
그 내용을 보니 절로 헛 웃음이 나온다.
애미야~ 어서온나~ 올해 설거지는 시애비가 해주마~
내가 다니는 교회는 올해 9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다.
나와 짝 그리고 귀촌 준비중인 부부가 있고 할머니 대여섯분이 전부다.
교인들은 우리교회에 젊은이가 왔다고 난리다.
예배를 마치고 현장에 들러 이런 저런 것들을 살피다 보니 바로 아래 밭에서
팔순을 넘기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내 처지와 닮은 듯 오늘도 규칙적으로 싸우신다.
내 기억으로 이 곳에 일을 하고 난 후 쭉 다투신 것 같고 그럴 때 마다 늘 승리는 할머니 몫이다.
내용을 들어보면 할아버지가 젊었을 적 바람꾀나 피우셨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이들어 할머니께 그 댓가로 구박을 받고 살아가신 것 같다.
그 싸움은 날마다 계속되고 또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른다.
집에 오니 아리와 까리가 쥔장 왔다고 난리다.
그래 너희들이라도 있어 넘 좋다.
짝은 모처럼 서울 본가에서 얘들과 장도보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한다고 계속 해 전화질이다.
은근히 배도 아프고 질투도 나지만 후환이 두려워 참기로 했다.
나중 나도 저 어르신 처럼 구박 받을 일 만들지 말아야지 하면서~
집으로 오는길에 바라보는 들녁이 황금빛이다.
아직 못다핀 코스모스꽃 한송이가 살랑바람에 흔들흔들 거리며
가을길 저만치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며 힘내라고 나를 바라본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래??
내 차 앞에 대여섯대의 차가 달린다.
맨날 한두대의 차가 달리던 길에 대여섯대의 차가 다리는 것을 오랫만에 본다.
집에 와 TV를 켜니 한번 더 왠일이래??
내 고향 도초도의 도초고등학교가 추석특집으로 도전골든벨에 나온다.
두눈 부릅뜨고 살피니 아는분들이 꽤 보인다.
사람맘이 간사 해 늘 즐겨 보던 코미디빅리그도 제쳐두고 응원을 하다 보니
배가 고프다.
이렇게 토말사는 촌노의 추석이 지나가고 있다.
첫댓글 한가위 명절에 냉동실 찬밥을 ..
오늘 같은 날 짝꿍이 곁에 안 계시니
옆구리가 더 서늘 하셨겠어요.
앞으로의 세상은 한 가족 세대가 더욱 늘어날 것이어서
혼자도 행복하게 노는 방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 보다 내일은 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그러게요~
늘 그랬는데 올 추석에는 더 허전한 것을 보니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위안이 되었나 봅니다.
댓글 감사 드립니다~~!!!
현수막 글을보니 세상이 많이두 변했네요.
어떻게 집이 아직은 완공이 먼것갇읍니다.
목조주택을 짓다 보니 의외로 토목공사와 주택 골격 공사가 더디게 진행이 됩니다.
하지만 튼튼하게 지으려 노력하며 짓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주에는 지붕 기초까지 진행 될 것 같습니다.
시댁 방문을 꺼리는 며느리들의 명절 증후군
명절 스트레스를 배려하는 마음의 현수막이겠죠?
그러나 과연 현수막과 같은 시아버지 마음들일까!
의문이 들기도 하네요. 오죽하면 저런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을까 싶기도 하고요.
공사가 시작되는 터의 모습이 희망과 기대를 담고 있는 것 같아
괜시리 제 마음도 부푸네요. 토말촌장님의 그림이 하나씩 잘 완성되어 가겠죠?
모처럼 붐빕니다.
차량도 사람들도~
늘 TV로만 보던 그런 명절날 시골 풍경을 직접 보니 새롭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나도 내년 부터는 자식들이 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은근히 기대도 해 봅니다.
건강하고 보람된 명절 되세요~~!!!
현수막의 글귀가 사랑이 넘치고 정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