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亞 최초 EPL 100골… “하늘의 외할아버지께 바칩니다”
[손흥민 EPL 100골]
브라이턴전 감아차기 리그 7호골
‘찰칵’ 대신 하늘 가르키는 세리머니
외신들도 “孫은 전설” 칭찬 릴레이
4골 더 넣으면 통산순위 호날두 추월
쏘니가 해냈다 亞 첫 EPL 100골
손흥민(31·토트넘)이 세계 최고 레벨의 축구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지난 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을 차지한 데 이어 이번엔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통산 100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8일 브라이턴과의 2022∼2023시즌 EPL 안방경기 전반 10분 상대 페널티 지역 왼쪽 앞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문 오른쪽 구석을 뚫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번 시즌 리그 7호 골이자 통산 100번째 득점이었다. 이 골로 손흥민은 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역대 34번째로 세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또 통산 100골-50도움을 작성한 역대 19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앞으로 3골을 더 보태면 EPL 236경기에서 통산 103골(32위)을 기록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경기 후 손흥민은 “그동안 꿈꿔온 일이다. 많은 팬분들이 (100호 골을) 엄청나게 기다리셨을 텐데 조금 늦게 전달해 드린 것 같아 죄송스럽다”며 “많은 팬이 응원해 주셔서 이런 엄청난 업적을 이룰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노팅엄과의 경기에서 99호 골을 넣었던 손흥민은 이후 사우샘프턴(3월 19일), 에버턴(4월 4일)전에서는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었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100골을 달성하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100골을 넣었다는 건 한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유망주 누구든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지도자, 동료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영국 BBC는 손흥민의 EPL 통산 100호 골 소식을 다루면서 “손흥민은 논쟁의 여지 없이 아시아 축구 선수 가운데 최초의 글로벌 슈퍼스타”라고 전했다. EPL도 홈페이지를 통해 “슈퍼스타 손흥민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100번째 골을 넣으면서 역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EPL은 100호 골이 터진 후 공식 소셜미디어에 손흥민의 사진과 함께 한국어로 ‘축하합니다. 손흥민 선수!’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영국 매체 ‘더선’은 “지난 시즌 득점왕 출신 손흥민이 리그 7골로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통산 100골을 달성했다”며 “손흥민은 토트넘의 전설”이라고 평가했다.
토트넘의 손흥민(왼쪽)이 8일 브라이턴과의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안방경기 전반 10분만에 이날 선제골이자 EPL 통산 100호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손흥민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찰칵 세리머니’ 대신 검지를 세운 손을 들어 올리며 하늘을 쳐다봤다. 최근 별세한 외할아버지에게 바치는 골 세리머니였다. 토트넘은 2-1로 이겼다. 런던=AP 뉴시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다 2015년 8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EPL 무대를 밟은 손흥민은 여덟 시즌 260경기 만에 100골을 채웠다. EPL 역대 득점 순위에서는 맷 러티시에이(잉글랜드·은퇴)와 함께 공동 33위다. EPL 통산 최다 득점 1위는 441경기에서 260골을 넣은 앨런 시어러(은퇴)다. 아시아 국가 선수로는 박지성(은퇴)이 154경기 19골, 기성용(서울)이 187경기 15골, 일본의 오카자키 신지(신트트라위던)가 114경기 14골, 이청용(울산)이 105경기 8골로 2∼5위에 올라 있다. 오세아니아축구연맹에서 아시아축구연맹으로 옮긴 호주의 마크 비두카(은퇴)가 240경기 92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이날 100호 골을 터뜨린 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대신 검지를 세운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하늘을 바라봤다. 이달 1일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에게 바치는 골 세리머니였다. 손흥민은 “(100호 골 달성) 순간 팬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생각났지만 지난주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장 많이 생각났던 것 같다”며 울먹였다. 손흥민은 100호 골을 “외할아버지에게 바친다”고 했다.
이날 손흥민은 일본인 미드필더 미토마 가오루(26·브라이턴)와의 한일 골게터 맞대결에서도 승리했다. 미토마는 이번 시즌 EPL에 데뷔했지만 전날까지 손흥민보다 한 골이 많은 리그 7골을 기록 중이었다. 특히 토트넘과의 경기 전까지 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2골 3도움)를 올리면서 경기력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토트넘을 상대로는 유효슈팅을 날리지 못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7.2, 미토마에게는 6.0을 줬다.
5위 토트넘은 브라이턴을 2-1로 꺾고 승점을 53(16승 5무 9패)으로 늘리면서 한 경기를 덜 치른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56)와의 격차를 좁혔다. EPL에서는 4위까지만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다.
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