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병실에서/함기석

[양재건]

-눈의 병실에서/함기석-

어머니 삭은 등에서 침상 밑으로 흘러내리는

핏물 밴 잠이 한 방울 한 방울

내 노트북을 적시고 있다

폐를 열면 진흙 해저가 보이고 보물선이 보이고

태초의 푸른 하늘도 보일 것 같은

저 태고의 여자

난산 중이다 물거품 1초 1초 1초......

병상에 누워 새우처럼 잠조차 굽어가는 저 여자

꿈결에도 내가 걱정되어 몸이 자꾸 벽속

해저로 굽는데

나는 혼 빠진 나무처럼 창가에 서서

하늘이라 천명된 곳의 어둔 등과 비늘을 만져본다

잠이 여려 살이 가늘게 금가는 공중

구름 뒤엔 중국집 배달그릇처럼 식어갈 반달

함께 앉아 후르르 쩝쩝 웃던

거기 그 물가, 오래전 내 사랑의 음들이 은어처럼 달아난

찬 물소리 파문으로 울고, 그게 아픈지

어머니는 꼬리지느러미라도 잡으려 손을 뻗다 또 신음하고

손톱 끝에 봉숭아 꽃물들인 눈들이

철부지처럼 깔깔거리며 나를 문병 오는 밤이다

유리조각 깔린 잠속의 걸음걸음이 밤물결보다 아파서

나는 또 미안하고 참담한데

-詩 전문 계간지 『포엠포엠』 2018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