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이 다가온다
보신탕 집에서 고기를 써느니 차라리 그 고기 써는 손을 칼로 내리치고 싶다던 화가의 말을 듣고 직업이란 어떤 것인가 생각해본다.
살아오면서 여러 직업을 그것도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못하는 나도 여러 욕심에 휘달려 여러 직업을 가져보았지만 참 직업이라는 것이 어찌 생각해보면 천직이 되어질 수도 있고 철마다 갈아입는 외투 같은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직(職) - (Job)이란 한자를 분석해보면 귀와 소리 -즉 귀에 들리는 소리를 모두 칼로 쳐내는 것이란 의미인데... 왜 이런 의미의 글자들이 조합되어진 것일까?
귀에 들리는 남의 말과 남의 비웃는 소리를 잘라내고 전념해야할 것이 직업이라는 뜻 같기도 한데... 이 것이 나만의 해석인지는 몰라도 음운의 뜻을 헤아려 본다면 위와 같지 않을까?
곧 직업이란 자기의 주관을 가지고 자기의 의지대로 일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렷다. 따라서 직업이란 남이 뭐라하던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수행하여 그 것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을 일컴음일 것이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것이 이 말이 아닐까?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자기가 원하지 않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예전 드라마 공모 때문에 시사인 편집장과 함께 나눈 이야기가 생각난다. 내가 쓴 드라마 대본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도 역시 글쟁이였지만... 왜 글을 안쓰시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시간이 안된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그 드라마를 하루 2시간 자고 1년 동안 썼는데 그 글을 쓰기 위해 2년 동안 역사 공부를 했다. 인덕원의 지하철 공사장에서 코피터지게 하루 왼종일 일하고 들어와 저녁부터 새벽까지 글쓰고 두어 시간 자다가 6시에 일어나 다시 출근하기를 1년 동안... 원고지 1200매를 다 메워갈 즈음에는 거의 졸도 직전까지 갔다. 따라서 그 시간이 없다던 편집장의 말이 그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는 했다.
만일 그 드라마가 어느 작가에 의해 더러운 표절이 되지 않고 온전하게 남아 있었더라면 나는 계속 드라마를 썼을 것이고 지금쯤은 드라마 대작가로 칭송되는 반열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소재를 표절하지말고 차라리 내 정신을 표절했더라면 그 사람의 작품도 크게 히트했을거란 씁쓰레한 생각을 한다. 드라마 작품 쓰기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이제는 공모같은 것은 도전해보고 싶지 않다. 다만 하나의 작품을 남기기 위하여 스스로 써갈 뿐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또다른 직업으로의 진화에 실패했고 다시 다른 직업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돈을 갈퀴로 긁는다는 말을 들을 즈음에는 돈이고 뭐고 너무 힘들어서 그 돈벌이의 고통에서 벗어나고픈 생각밖에 없었다. 세상... 돈이 싫을 때도 있었으니 얼마나 황당한 과거인지...
그럴 즈음 내 건물 1층에 세들어온 그녀... 일본 요정처럼 생긴 아름답고 자그마한 그녀를 만난 것은 1985년도 쯤일까...
가게는 보신탕집으로 변했고 그녀는 그 아름답던 얼굴과는 정반대로 마구잡이로 고기를 한소쿠리씩 손으로 찢어대는 것이었다. 얼굴에 점이 하나 있었는데 섹시한 점이었는지 무척 정감이 가는 고운 얼굴이었다.
그런 그녀가 부엌칼을 들고 고기를 분해하는 모습은 참 신기하기도 하고 가엽기도 하고... 하여 늘상 지나칠 때마다 홀린 사람처럼 넋없이 가게 안쪽을 바라보곤 했다. 그런 어느 날인지 나는 그 보신탕 한그릇을 먹으러 들어갔고 밥을 먹는 동안 그녀는 쑥스러운 손으로 핸드백에서 사진 여러 장을 건네는 것이었다. 사진 여러장과 신문 스크랩... 이었던 것 같다. 평소에 넋을 놓고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사진에 실린 것은 아릿다운 그녀가 오래전 무용을 했다는 사진이었고 미국으로 어디로 공연 다닐 만큼 그랬다는 스크랩... 들을 보며 새삼 나는 놀랬다. 그녀는 한동안 공연 이야기로 열을 올리더니 나중에는 행주치마에 손을 찔러넣으며 쓸쓸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이었다. 병들고 늙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돈을 열심히 모은다는 그녀...
그리고 다시 그녀는 잊은듯이 소쿠리에 고기를 찢어넣기 시작했다.
" 고기는 이렇게 손으로 찢어야 맛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밥을 먹을 수가 없어서 멍하니 창가를 바라보다가 일어섰다.
그리고는 받았던 집세를 행주치마에 꼬옥 집어넣어 주었다. 행주치마 속으로 따라 들어온 그녀의 손이 너무나 뜨거워짐을 느끼며...
그 날 이후 보신탕에 쓰이는 삶은 개고기를 손으로 열심히 찢는 그녀를 보며 나는 세상 그 어느 여인에게 보다도 더 아름다운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그 후 우리는 거의 7년 동안 두 박스의 편지를 남기며 마음을 주고 받았다. 나는 그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거문고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주야로 거문고를 배우러 다녔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내 거문고 소리를 듣지 못하고 다른 세상으로 날아갔다.
직업... 열심히 삶을 그리고
열심히 나에게 주어진 모든 내 일을 하는 것... 그리고 혼신의 힘으로 사랑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을...
피안의 새
첫댓글 고맙습니다.....
근데..아주 쪼금 미안한데........ 예쁜 여자들은 살기가 아주 쪼금 편합니다....안예쁜 여자들에 비해서........ 사람들이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봅니다.... 그냥 문득.... 저 아가씨가 뚱뚱하고 못생기고 그랫다면..피안의 새님에게 그렇게 많이는 울리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뭐 그게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세상의 fact를 이야기 한 것입니다...... ,,,내 뚱뚱하거나 예쁘지 않은 쪽에 들어서 질투하는 것은 아니고요.....
미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기준은 내면의 아름다움입니다.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졌느냐가 관건이겠지요.
으음.....그렇게 안읽히는 데.....푸하하하....... 이쁜 여자라 이쁜 마음속이 더 잘 보인것으로 읽혀지는 데.........아니면 말고....... 정색을 하시니...더 우스운데요...?
난 디따 차가운 마음을 갖었는 데..... 예쁘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무지 착하다고 착각하는 것을 많이 봤거든요......예를 들면 바보 부에노.......
우야둥 따뜻한 마음은 가지셨잖우?
아니 없어...뜨겁고 차갑고 둘중의 하나뿐이야..미즈근한 것..따땃한 것..시원한 것 그런 것 없어....
필랑고님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같은 느낌도 들고...
으음... 경망 , 천박 , 관능 이런 것 좋아한다니까....칭찬하실려거든 좀 더 써서.........이사도라 던컨 정도면 몰라도........ 스칼렛 오하라...그 캐릭터 안좋아하는 데...평생 남편 능력만큼 안되 징징 짜던 비비안 리 인생도 싫고.......하지만..... 섹시는 안해도 이쁜 아가씨였으니까........ 통과....
마저요~ 이사도라 정도는 되어야지요...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다 못적었습니다. 몰라뵈서 지송...
푸하하하.....이로 해서..피안의 새님도......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의 왕 부에노과에 코뀄습니다.... 성공이네요...
이거 또 소설이고... 영화네... 눈물 한 방울 찔끔하고... 상상의 나래에 들어갔다가 갑니다... 감사해요...
걍 작은 구라라고 생각하시길... ㅎㅎㅎ
어쩌다 개를 키우게된 이후론 개고기를 못먹게 되어버렸으니...원~! 장가간 이후 마누라가 가족이 되어 근친상간을 못하게되는 세상원리와 비슷한가...? 어쩐가... 마찬가지로 가족이 되었으니 이혼할수도 없고...^^ 말이 완전 삼천포로 빠지네...이제 개고기하고 예쁜여자는 그림으로만 즐기게 됬나보다..흑흑
애고 짠해라...
저두 보신탕 못 묵어요...
나도 괜시리 개장국 생각이 별로 안나네요..... 저 위의 사진이 누가 먹다 만 거라 그런지.
식사중...
이름답고 슬픈 추억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부자다~~고로,나는 가난하다~~가난한 사람이 더 많다~~ㅎㅎ
때로는 아름답고 슬픈 추억이 삶을 더 힘들게도 하죠.
음악 좋네요...
너무 내면의 미만 추구하지마셈....자꾸 머리 밀어야됩니당...
짱짱이 성님~ 기왕 머리는 다 빠졌는뎁쇼~
그래도 많이 남아있다는...
피안형의 글을 읽다보면 마치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과 같은 영화를 매 번 보는 듯 합니다..
붸노형의 글은 예전 드라마 ...김희갑,황정순,민지환 출연의 "꽃피는 팔도강산"..??^^*
프랭클린님 필요한게 뭐유 박하사탕 같은 작품 따라갈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