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훌훌 날려보낸 빈 대궁 민들레는 눈물에 흠뻑 젖었다....
침촌개발지구 공사 후 3년만에 다시 물을 댄 동구길 무논...반갑고 고맙다.
멀리 사랑지가 보이고 우측에 한창 공사 진행중인 대우 푸르지오 고층아파트가 보인다.
낮으막한 동산, 산벚꽃이 난분분 날리던 그 자리에 들어선 고층아파트가 아직도
생경스럽다.
개발로 들어선 동구밖의 공원에서 조망한 돌골 삼거리...
옛날 동구밖 삼거린 이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5m나 높아진 포장도로가 들어섰다.
오월이면 아까시꽃 화관이 아름답게 드리워졌던 길이었는데...
동부아저씨 댄 삽작의 보랏빛 라일락... 아침 운동길 라일락 향기로 행복하다.
얼마전 들였던 산수국... 하우스에서 꽃숭어리만 웃자라 가분수같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거금 십이만 원이나 들여 여남은 개 샀다.
달랑 한 줄기에 만원이 넘는다. 너무 비싸다.
돌골은 수국 토양이 아닌지 이듬해부턴 수국이 제대로 오지 않는다.
절마당의 수국은 해마다 풍성하게 피어나던데... 활짝 핀 수국을 보면 참 부럽다.
돌틈에 핀 마가렛...지난 해 씨앗이 떨어진 것이 피었다.
요즘 일년초는 씨앗이 발아하지 못하도록 조작했다는데....
막강한 확률을 뚫고 나에게 온 마가렛이 특별하다.
입주 이듬해 장씨 경운기로 솔갈비 부엽토 하러 갔던 곳에서 가져온 것...
14년동안 끊임없이 아가손 같은 새순을 내민다.
금잔화와 마가렛
헷세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심신을 정원일을 하며 치유하고자 했다.
정원의 수목과 갖가지 꽃들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친구들이고 이웃이고
그를 지탱하는 존재들이었다.
요즘 한창 마당일을 하며 헷세의 마음을 헤아린다.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빠 지난 주는 출근 전 사오십 분 정도 일을 하고 갈 때가 많았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뒤란 화단길의 그악스러운 잡초를 낫과 호미로 쪼아내며 마음 한켠이 아렸다.
똑같은 생명들, 단지 꽃밭에 떨어지지 못한 이유로 생을 마감해야하는 그들,
끝까지 흙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끈질김에 숙연한 마음도 들었다.
제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것들... '잡'이라는 이름은 인간들이 붙여준 것에 불과할 뿐.
어성초 비릿한 냄새는 좀 그랬지만 애플민트와 오데코롱민트 허브향에
가슴과 머리가 화~ 해진다.
며칠전 비온 날 아침, 출근 전 카메라 메고 나섰다.
자식들 바람에 훌훌 다 보내고 빈 대궁만 남은 민들레 앞에 오래 머물렀다.
진미령의 '하얀 민들레' 노랫말을 음미한다.
카메라 속으로 쏘옥 들어온 것들을 당겨보며 새삼 '살아있는 경전' 이라는 대지를 생각한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미명과 석양이 각각의 페이지를 장식하는 경전 ...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기대는 곳, 퀘렌시아...내 영혼의 안식처는 대지다.
흙의 숨결은 지친 내 영혼을 위로한다.
첫댓글 논바닥을 평평하게 써레질한 무논 같아요. 꿀꿀한 날씨를 확 걷어치우는 자존감 넘치는 저 꽃들, 라일락 수국 마가렛 저 생동감이 주변을 환기시켜요. 사진이 실물보다 더 강렬할 때가 있더군요. 작가 영혼으로 대상을 불러들여 영적 기교로 재구성 재창조한 후 드뎌 우리 곁으로 내보내주기 때문일까...말로만 잘 봤다 하기가 미안한 진풍경들..
하이고~ 눌헌 샘... 제 사진이 임자를 만난 것 같은데용...ㅎㅎ
샘의 그 정서에 공감합니다. 행복하세요! ^^
참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서도 슬픈 느낌입니다.
제 마음이 서글픈 것일까요.
눌헌 쌤 말씀처럼 말만 하긴 미안하지만 그래도 잘 봤습니다.(마음까지 담음)
마음이 아름다운 지하 샘,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극한 아름다움의 근본은 '슬픔'이라더군요.
대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이 탁월하세요. 행복하세요 지하 샘~ ^^
'살아있는 경전' 대지...
맞아요.
저 민들레꽃받침 대궁은 자식들
잘 되라고 눈물의 기도를 하는 것 같군요...
자운영샘, 감사! ^^*
보니 샘, 그쵸? 대지는 살아있는 경전이라는 말을 더욱 실감하는 봄입니다.
민들레 사진을 올리면서 진미령의 '하얀민들레' 노랫말이 떠오르더군요...
울 부모님을 생각했습니다. 아직 생존해 계시니 효도할 기회를 더 만들어야겠습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