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을까 조심스럽지만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소 한산한 오후 시간대에 사무장, 관리실과 함께 로비와 화장실, 배전설비의 시설 점검을 하던 중, 오후 3시경 몸이 불편한 50~60대로 보이는 한 자매님이 성당으로 들어왔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많이 불편하고 뇌졸중 같은 질환으로 인한 일부 신체 마비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만남의 방으로 가서는 테이블 위에 메고 있던 백팩을 올려 놓고는 보온병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작은 용기에 포장된 음식을 꺼냈습니다. 아마도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받으려는 것인가? 만남의 방에서 음식을 먹으려는 것인가?
점검하는 과정에서도 이 분은 시야에 계속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보온병과 음식을 가지고 여자화장실로 들어 갔습니다.
순간, 이 음식물을 버리려고 하는구나하고 판단 되었습니다.
요즘은 이상한 사람들이 출입하고 화장실에서도 이상한 사건을 만들고 있지요.
그래서 관리직원인 글라라 자매님이 화장실에 들어가 상황을 확인해 보려는데, 화장실 칸에 들어가 문을 잠근 상태라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한 참이 지나 확인을 했더니 이 분이 화장실에서 변기 뚜껑에 앉아서 식사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면대에서 자신이 먹었던 음식 용기를 재활용 쓰레기통에 분리 배출하기 위해 불편한 몸으로 깨끗이 닦아 내고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불편한 손 때문에 바닥으로 떨어진 일부 음식에 대해 미안해 했습니다.
글라라 자매님은 기꺼이 화장실 바닥에 흘린 음식들을 치우고 청소도 했습니다.
이 자매님이 왜 화장실에서 식사를 했을까요? 지저분하고 이상한 생각이 먼저 드나요?
자신의 불편한 몸으로, 잘 움직여지지 않는 손으로 음식을 먹게 되면 결국 바닥에 흘리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용장소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 남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가장 낮은 곳을 찾아 혼자서 타일이 깔린 화장실로 가서 식사를 한 것입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으니 얼마나 많이 배가 고팠을까요? 그래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남을 배려한 행동을 한 것입니다.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홀로 식사를 하는 것이 쉬운 행동일까요? 정신이상으로 보이나요?
일부는 쓰레기도 아무렇게나 버리는데, 분리수거함에 넣기 위해 불편한 몸으로 깨끗이 닦기 까지...
이 자매님이 이렇게 행동한 것은 오히려 몸은 정상이더라도 마음에 장애가 있는 우리에게 보여주는 바르고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다음 번에는 화장실 대신 편하고 넓은 테이블 위에서 식사를 하도록 꼭 안내하려고 합니다.
대림시기.. 당신이 보여준 넓고 깊은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첫댓글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을 생각해봅니다. 글을 올린 형제님의 따스한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