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엉덩이가 뜨겁다
이영식
롯데시네마 화장실
남성용 소변기에 파리가 표적으로 박혀있다
'R.Mutt'라는 가명으로 전시회에
변기를 출품했던 마르셀 뒤샹이 떠오른다
뿐이랴, 싸구려 엽서에 인쇄 된
모나리자의 얼굴 위에 콧수염도 그렸다지
그 위에 쓴 알파벳 대문자 L,H,O,O,Q
프랑스어로 '엘,아슈,오,오,뀌'로 읽히는데
도축시장 뒷고기처럼 은근히 숨긴 뜻
'그녀는 엉덩이가 뜨겁다’
ready-made의 신화로
20세기 현대미술의 아이콘이 되었음에도
말년은 시침 뚝 떼고 프로 체스 선수로 전향했다니!
이 얼마나 프로펠러 같은 시적 생애인가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죽는 줄도 모른 채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엉덩이가 따뜻한 내 시의 문장들
모나리자의 익숙한 웃음이거나
앞으로 공손하게 모아 잡은 두 손 같다
눈썹도 없는 한 여자의 초상화가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이 되었다는 아이러니
내 시에도 꽃만 말고 가시를 심어볼까
가시나무 가지에 철 십자가를 매달아볼까
단 한 번 울고 죽는다는 가시나무새처럼
절명의 시 한 수
내 피에서 뽑아내고 싶다
가시에 찔려 몸부림치며 울다 죽는
전설의 새, 시인의 생애에 오브제로 앉혀도 좋으리
---애지 겨울호 에서
이영식
2000년 『문학사상』 등단. 애지문학상, 한국시문학상, 2012년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을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 『꽃의 정치』, 『휴』, 『희망온도』, 『공갈빵이 먹고 싶다』, 시화집 『꽃을 줄까, 시를 줄까』 등, 토닥토닥 시발전소에서 “시인학교”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