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국내 첫 지역사회 감염자 나왔다
[엠폭스 국내 첫 지역감염]
해외여행-확진자 접촉 이력 없어
당국, ‘숨은 전파’ 의심인물 추적
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전광판에 엠폭스(원숭이두창) 감염 주의 안내가 나오고 있다. 뉴스1
국내에서 처음으로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했다. 최근 3개월 내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첫 확진자다. 방역 당국은 ‘숨은 전파자’가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추가 감염 여부를 조사 중이다.
9일 질병관리청은 한국인 A 씨가 7일 유전자 검사에서 국내 6번째 엠폭스 확진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 씨는 앞선 확진자 5명과 달리 해외에 다녀온 적이 없고, 해외 유입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A 씨는 해외 유입과 무관하게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A 씨에게 엠폭스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찾고 있다. 그중에는 지난달 엠폭스 의심 증상을 보인 B 씨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A 씨와 접촉한 이들을 상대로 엠폭스 의심 증상 유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엠폭스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발진성 질환이다. 아프리카 국가에서 유행하다가 지난해 5월 영국을 시작으로 세계로 퍼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같은 해 7월 엠폭스에 대해 최고 경계 수준인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엠폭스 ‘숨은 전파자’ 지역사회 활보 가능성… 감염경로 파악 총력
국내 첫 엠폭스 지역감염
‘숨은 전파’ 의심인물 감염파악 난항
첫 지역감염 접촉자 면밀 모니터링
백신 5000명-치료제 500명분 확보
“지역감염 본격화땐 부족 우려”
방역 당국은 첫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지역사회 감염자인 A 씨의 감염 경로와 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숨은 전파자’가 여전히 지역사회를 활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전파를 초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자칫 지난달부터 유행이 본격화한 일본, 대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의심 증상 있었지만… 다수 접촉
질병청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말부터 피부 발진 등 엠폭스 의심 증상을 보였다. 상태가 점차 심해지자 이달 3일 국내 한 의료기관을 찾았다. 당시 의사는 엠폭스가 아닌 다른 감염병을 먼저 의심하고 검사했다. 전부 음성으로 확인되자 6일 관할 보건소에 엠폭스 의심 신고를 했고, 다음 날(7일) 유전자 검사 결과에서 양성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은 A 씨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고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혔다.
A 씨는 피부 발진이 나타난 이후에도 며칠간 지역사회에서 여러 명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엠폭스 의심 증상을 나타낸 사람은 9일 현재까지 아직 없다고 한다. 다만 당국은 잠복기가 통상 7∼10일, 최장 21일인 점을 감안해 접촉자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A 씨의 감염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역학조사 결과, 지난달 13일 발생한 국내 5번째 엠폭스 확진자를 포함한 기존 확진자들과도 접점이 없었다. 다만 방역 당국은 A 씨가 의심 증상을 보이기 전에 접촉했던 B 씨를 주목하고 있다. B 씨는 지난달 엠폭스 의심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B 씨는 당시 방역망에 포착되지 않았고 현재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폭스 검사는 주로 피부 병변에서 조직을 채취해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피부 증상이 사라진 후에는 감염 이력을 밝혀내기 어렵다.
● 백신-치료제 부족 우려… “감염 경로 밝혀야”
A 씨는 국내 엠폭스 확진자 가운데 해외 유입 관련성이 없는 첫 사례다. 기존 확진자 5명 가운데 3명은 독일, 아랍에미리트 등을 방문한 이력이 있었다. 나머지 2명 중 1명은 의료진인데 엠폭스 확진자를 치료하던 중 감염됐다. 다른 1명은 해외여행객과 밀접 접촉했다.
질병청은 이미 확보된 백신과 치료제에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방역 당국은 엠폭스에도 일부 효과가 있는 3세대 두창 백신을 5000명분, 엠폭스 치료제를 약 500명분 확보한 상태다.
다만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하면 이 같은 대비 태세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8월 하루 평균 1000명이 넘었던 전 세계 확진자는 지난달 들어 30명 이하로 줄었지만, 이 중 상당수가 우리나라와 인접한 일본과 대만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청은 지난해 6월 22일 국내 첫 환자 발생 당시 위기경보 수준을 총 4단계 중 3번째로 높은 ‘주의’로 상향했다가 국내외 상황이 안정되자 올 2월 20일 ‘관심’으로 낮춘 상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를 모르는 환자가 발생한 건 중대한 일”이라며 “꼬리를 무는 감염을 막으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감염 경로를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엠폭스는 ‘원숭이두창’이라는 옛 병명이 차별과 낙인을 조장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바꾼 이름이다. 질병청은 지난해 12월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병명을 엠폭스로 바꿔 부르되 6개월간 엠폭스와 원숭이두창을 함께 사용하는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조건희 기자, 이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