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민담
거짓말이 아니라면 빚을 갚아라!
유정숙
옛날 오스만 제국 때 어떤 술탄 황제가,
“거짓말로 나를 믿게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금 한 항아리를 주겠다!”라고 선포했습니다. 내로라하는 전국의 거짓말쟁이들이 이 말을 듣자마자 궁궐로 몰려들었고 술탄 앞에서 그럴듯한 거짓말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거짓말쟁이가,
“새 한 마리가 사자 한 마리를 잡아먹었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에 술탄은,
“흥! 이게 무슨 거짓말이야? 그 새는 독수리고 사자도 어린 양 같은 새끼 사자니까 잡아먹은 게 당연하지.”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거짓말쟁이가 와서,
“이웃 나라에서 어떤 당나귀가 왕이 되었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술탄은,
“그 나라의 왕이 창밖을 보다가 왕관을 떨어뜨렸는데, 왕관이 당나귀 머리에 꼭 맞는 거야. 누구라도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으면 그가 바로 왕인 게 당연하지.”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거짓말쟁이가,
“술탄님! 제가 하늘로 화살을 쐈는데, 6개월이 지나서 화살이 다시 돌아왔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네가 쏜 화살은 나무 위로 떨어졌던 거야. 가을이면 나뭇잎이 다 떨어지니까 화살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라며 술탄은 의기양양해져 말했습니다.
전국에서 몰려둔 내로라하는 거짓말쟁이들의 꾀에 넘어가지 않으려 술탄은 그들의 거짓말에 그럴듯한 핑계를 댔고, 결국 어떤 거짓말쟁이도 술탄을 속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이세리 사람이 술탄을 찾아와 거짓말을 했습니다.
“술탄님이 저희 아버님께 금 한 항아리를 빚졌습니다. 그것을 받으려고 왔습니다. 거짓말이라면 금 한 항아리를 저에게 상으로 주시고, 거짓말이 아니라면 당장 빚을 갚아 주세요!”
*
터키에서는 예로부터 카이세리 사람은 장사와 잔꾀에 능하고 잇속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카이세리 사람과 흥정을 하면 누구라도 손해 보기 마련이다.
누구나 먹는 것을 보낸다.
옛날 오스만 제국 때 이란 왕이 귀한 보석으로 꾸민 궤 한 상자를 야우즈 술탄에게 선물로 보냈습니다.
술탄이 궤를 열자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옥과 보석, 세계 지도, 값비싼 비단 옷감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습니다. 냄새가 어찌나 고약한지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코를 막을 정도였으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맨 아래에 있는 보따리에 똥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는 오스만 제국에 대한 굉장한 모욕이었습니다.
술탄이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다들 명심하거라! 그들에게 제대로 교훈을 줘야겠다.”
마침내 술탄이 묘책을 찾아냈습니다.
이란 왕과 마찬가지로 비단과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궤를 준비하고 그 안에 그 당시 오스만 제국 시대 이스탄불에서 만들어진 아주 특별한 로쿰* 과자를 한 상자를 넣었습니다. 그리곤 작은 문서를 궤 맨 아래에 넣어 사신 편에 이란 왕에게 보냈습니다.
이란 왕이 궤를 열었습니다. 열어보니 귀중한 보물에 향기로운 장미 냄새가 나는 로쿰 한 상자가 맨 아래에 있었습니다. 이를 본 사람들이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란 왕은 의심하여 오스만 제국의 사신에게 로쿰을 먹게 했습니다. 먼저 로쿰을 먹어 본 후에 사신은 로쿰을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대접했습니다.
얼마 후 이란 왕이 궤 맨 아래에 있는 문서를 발견하였습니다. 문서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누구나 먹는 것을 보낸다.”
* 달콤한 터키의 전통 후식 과자
나스렛딘 호자와 당나귀
어느 날 나스렛딘 호자가 아들과 함께 시골에 가고 있었습니다. 나스렛딘 호자는 당나귀를 타고 아들은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길을 가던 중 어떤 남자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남자가 “부끄럽지 않으세요? 당신은 당나귀를 타고 가면서 저렇게 어린 아이를 걸어가게 하면 안 되죠.”라고 말했습니다.
호자는 “아,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당나귀에서 내려와 아들을 당나귀에 태웠습니다.
한참 뒤 어떤 남자를 또 만났습니다.
남자가 “늙으신 아버지는 걸어가는데 어린 네가 당나귀를 타고 가는 게 말이 되냐? 버릇없는 거”라며 아들을 호되게 야단쳤습니다.
이번에는 둘 다 당나귀를 타고 갔습니다.
그런데 길을 가다 어떤 남자를 만났습니다.
남자가 “이봐요! 당신들 양심이 있어요? 저 불쌍한 당나귀에 어떻게 두 사람이나 탈 생각을 할 수 있죠? 말 못 하는 짐승이라고 함부로 하면 안 돼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나스렛딘 호자와 아들은 바로 당나귀에서 내려와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이들을 본 또 다른 남자가 “이봐요! 둘 다 바보 아니에요? 당나귀를 타고 편히 가면 되죠!”라고 비웃듯이 말했습니다.
호자가 그 말을 듣고 “어서, 저 당나귀를 잡아 와!”라며 아들에게 소리쳐 말했습니다.
결국 나스렛딘 호자와 아들은 당나귀를 등에 메고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