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는 마음
여행을 떠나는 마음은 그 기간이 길든 짧든 아무래도 신선하다. 여행은 일시적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대치가 은근히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설레게 한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긴장하며 즐기다가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 지친 마음을 풀어놓고 새로운 마음으로 충전한다고 한다. 새로운 활력소를 찾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피로만 가중되거나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으므로 유용한 시간이 되도록 다독거려야 한다. 따라서 같이 여행해도 그 결과는 사뭇 다를 수가 있다. 좋은 추억을 만들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여행은 좋은 것인가 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든, 잠을 설치거나 자지 않고 밥을 안 먹고 건너뛰어도, 어둡거나 밝거나, 멀건 가깝거나, 새벽같이 달려 나와도 싫다거나 군소리 없다. 한마음 한뜻으로 마음을 모아야 함께 하며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음을 너무 잘 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생활에 찌들고 갇혔던 마음을 물갈이하듯 다소 복잡한 마음을 털어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면서 채우며 그만큼 만족해하는 것이다. 여행의 가치를 높이며 필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여행에서 얻은 것이 그림자처럼 남아 직간접적으로 도움 된다.
만해 한용운은 “기왕에 친구만 친구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사귀면 친구”라고 했다. 언젠가 함께한 사람도 있고, 이번에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서로가 좋은 친구가 되어 보는 것이다. 자칫 대충 지나치면 아쉽고 후회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똑같지는 않지만 서로 장단점을 분명 가지고 있다. 한 가족처럼 즐기면서 도움이 되어 나눌 것은 나누며 보람을 챙기는 것이다. 옛말에 ‘인자요산 지자요수’라 하여,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그러면 나는 인자인지 지자인지는 망설일 필요 없다. 굳이 분류해야 할 만큼 고민할 입장은 아니다.
그래도 물과 산, 어느 쪽인지 걱정스러우면, 어중간해서 욕심인지 몰라도 물도 산도 다 좋아하는 것 같다고 동문서답하듯 적당히 넘어가도 괜찮을 것이다. 지난여름 역대급 무더위로 쌓인 피로를 바닷바람에 깨끗이 씻어내고, 산뜻한 산바람에 털어내며 서서히 다가서는 가을을 즐기면 된다. 추억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백지 위에 멋지게 그리고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잘 그렸든지 잘 만들었든지 아주 소중한 것이다. 많은 시간과 금전을 들여가면서 여행하고 곧잘 힐링한다고 하듯 그만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다. 낯선 것을 보고 겪어가면서 그림자를 만들어 가득 안고 온다.
세상엔 볼 것이 수없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수없이 많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것 하나하나 직접 겪어 볼 수는 없고 간접 경험에 의한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살아가는데 편리하며 보탬이 된다. 사실상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능력으로 따라주지를 않는다. 다만 특별히 관심이 있는 것 몇몇을 집중적으로 도전해 볼 필요는 있다. 많으면 좋겠지만 그만큼 분산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전문화 시대이다. 적성에 맞는 것을 찾아서 최선을 다하며 그 계통에서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면서 위안과 자긍심을 갖는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직업에는 귀천이 따로 없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싫으면서도 해야 한다.
물론 학창 시절에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익혀 두면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최소한 교양은 지닐 수 있도록 기본적 지식은 갖춰야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덜 수 있다. 그러면서 직업 선택은 자유라고 하듯 서서히 자신에게 적합한 방향을 찾을 수가 있다. 수박 겉핥기식이라고 하듯이 대충대충 넘어갈 수도 있으나 필요한 것은 폭넓으며 깊고 꼼꼼하게 알려면 독서삼매경에 빠지듯이 그 방면에 푹 빠져들어서 미련이 남지 않도록 쏟아붓는 것도 필요하다. 속담에 한 우물을 파라고 한다. 욕심에서인지 자신이 없어서인지 여기저기 집적대다가 빈손이기보다 하나라도 확실히 배우는 것이 현명하고 바람직하다.
동시를 쓰면서 이것저것 산만할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것보다 이번 계제에 ‘그림자’라는 큰 주제 아래 집중적으로 동시를 써보기로 마음먹고 그림자에 온갖 역량을 쏟아 보기로 하였다. 우선 ‘그림자’라 하면 그림자로서 그 폭이 생각보다 아주 넓고 깊었다. 단순히 빛과 물체 사이에서 생기는 것만이 아니라 오묘한 면면이 많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림자의 가장 큰 특성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나 느낌으로 보고 들을 수 있을 만큼 남아 있거나 자취를 은밀하게 남겨놓는 것 같다. 뭔가 눈치껏 잽싸게 찾아내며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어려움에도 의지 하나로 견디어 본다.
무엇이든 풍족해서 마음대로 쓸 수 있으면 부족함이 없으니 참으로 괜찮은 일이다. 그러면서 넘치는 것과 부족한 것을 비교해 보면 넘치는 것은 지나쳐도 당연하게 여기며, 부족한 것은 아무리 아끼면서 아껴도 부족하면서 여전히 더 아쉽기만 하다. 가지고 있는 것이 기본적으로 부족하면 한계가 있어 모른 척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마음부터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부족함에서 벗어나 풍족함을 느끼게 된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어느 것 하나에 지나치게 빠져 그것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세상은 넓고 크므로 여기저기 돌아보며 제대로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