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들깨- 선비집 서탁위의 별찬.
■선비집 서탁위의 별찬 들깨
▶하늘의 강이 땅위로 흐르다
인도는 먼 옛날 찬란한 고대문화를 꽃피웠던 세계 4대문명의 하나인 인더스강 유역의 인더스문명의 발상지였다. 지구 위에서 국토는 7번째로 넓고 인구는 2번째로 많은 나라. 세계최고봉 8,000m가 넘는 히말라야 산맥에 신령들이 사는 나라. 바기라타 선인이 하늘에 있던 강을 고행의 힘으로 신들의 허락을 받아 땅위 일곱 갈래로 흐르게 했다는 갠지스강이 6천리를 흘러가는 나라.
그 땅에 1869년 인도의 위대한 영혼으로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가 태어났다. 영국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고국으로 돌아오는 열차에 오르다 신발 한 짝이 벗겨져 차 밖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열차는 출발하고 있었다. 그는 얼른 한쪽 신발마저 벗어 창 밖으로 던졌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젊은 간디는 그 짧은 순간에 한쪽 신발을 줍는 사람이 있다면 쓸모 없음에 얼마나 실망할 것인가를 생각했던 것이다.
그 시절만 해도 신발 한 켤레가 얼마나 귀했을까. 비폭력 사티아그라하!를 외치던 간디. 영국으로부터 인도를 식민지 해방을 시켰던 인도인의 아버지.
탕!탕!탕! 세 발의 총성에 간디는 쓰러졌다. 총을 쏜 청년은 힌두교도였고 간디가 힌두교도이면서 회교도들과 싸우지 말라고 하여 그를 죽였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밝혔다.
위대한 간디도 힌두교와 회교의 종교싸움은 말리지 못했다. 우리의 백범 김구 선생도 불굴의 투사들도 어이없이 동족의 손에 죽고 말았다.
▶고대와 현대 신비한 곡물
참깨의 원산지는 인도․이집트․메소포타미아의 아열대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땅에는 참깨가 아라비아상인들에 의해 고대 중국에 전파되고 중국을 통하여 한반도에는 삼국시대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깨는 참깨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 뿌리가 곧게 깊이 내려 건조한 기후에 강하며 줄기가 가지를 치는 것도 있으나 대부분 외줄기로 키 1m 안팎으로 자라고 줄기는 네모진데 여러 개의 마디가 생겨나면서 자란다. 잎은 각 마디에서 어긋나거나 마주나며 특이하게 잎 모습이 세 가지로 구분된다. 줄기의 밑동 잎은 세갈래로 갈라진 큰 잎, 중간 잎은 타원형, 윗 부분 잎은 피침형이다. 꽃은 잎겨드랑이에 1~3개가 착생하는데 꽃 빛은 흰색과 담홍색이 있고 수술 5개 암술 1개의 통꽃이며 꽃받침과 꽃잎은 5갈래로 갈라진다. 가을에 네모난 이삭열매로 익으면 열매송이마다 네 실로 된 씨방 안에는 약 80개의 씨앗이 들어있다.
이집트인들은 모세 이전시대부터 참깨를 음용했고 중국에서는 5000년 전부터 참깨를 이용했는데 수세기 동안 참깨기름을 태워 나오는 그을음으로 당시 최고 품질의 먹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아라비안 나이트 Arabian Nights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오는 주문 열려라 참깨라는 표현처럼 고대세계에서 참깨는 식용 약용 공업용의 신비스런 곡물로 취급되기도 했다.
참깨의 한의학적 기록은 중국에서 「신농본초경」 「본초강목」 「명의별록」에서 찾아 볼 수 있고 우리나라 문헌상에 고려시대 「향약구급방」 조선시대 「명물기략」에 명칭과 유래들이 구체적인 기록으로 남아있다. 고대 중국에는 대마大麻뿐이었는데 한나라 무제시대에 대원大宛 즉 호胡나라에서 종자를 가져왔음으로 참깨를 호마胡麻라하며 흑․백 2종이 있다 했고 또한 옛 중국에는 들깨野蘇가 있어 이것을 야임野荏이라 했는데 이보다 기름의 질이 좋은 호마를 진임眞荏이라 적고 참깨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장수 비방약 불로환-검은깨
한방에서 참깨를 통칭 호마胡麻라 하고 흰참깨를 백지마白芝麻 검은 참깨를 흑지마黑芝麻라 구분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서 날참깨 기름은 약으로 쓰고 볶아 짠 기름은 식용한다고 했다. 참깨의 약성에서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며 독이 없다. 폐기를 보하고 신장과 간장기능을 도와준다. 정精과 골수骨隨를 채워주어 근골을 튼튼하게 하며 머리카락을 검게 해주고 귀와 눈을 밝게 한다. 또한 허약과 오장을 보하고 기력을 도와주며 두뇌를 좋게 한다. 그러므로 어린이와 노인네들의 명약이다. 약효는 보익정혈補益精血․윤조활장潤燥滑腸 즉 정기와 혈기를 도와 이익 되게 하며 마른 것을 적셔주고 장을 윤활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허약체질 자양강장, 시력보완, 간․신 허로 인한 다리통증완화, 윤장, 백발예방,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함량을 줄임으로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 신경쇠약을 예방과 치료한다.
참기름은 혈맥을 통해주고 피 속 혈소판을 증가시킴으로 피를 빨리 응고시킨다. 그래서 혈소판 감소성 자반병,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출혈성 소인에 쓰이며 항염증 작용도 한다.
한방에서 흰 참깨는 폐를 보하고 검은 참깨는 신을 보한다고 했고 특히 참깨와 토복령土茯령을 가루 내어 9번을 찐 다음 꿀로 섞어두고 장복하면 혈기를 왕성하게 하고 살갗이 고와지는 장수의 비방약이 된다.
검은 참깨와 하수오 가루 각 1되를 꿀로 엿처럼 달여두고 아침저녁 한 숟가락씩 복용 또는 검은깨․검은콩․백복령가루 각 1되를 섞어 9번 찌고 말려 꿀로 환을 지어 하루 30~60알 복용하면 이 약이 불로환不老丸인데 이름 그대로 늙지 않는 신비한 효험이 있어 신선이 먹는 양식이라 했다.
▶뇌신경보 두뇌명석-들깨
들깨는 참깨와 더불어 원산지와 이 땅에 재배 전래시기 약효들이 비슷하다. 들깨는 꿀풀과에 속한 한해살이 식물이며 줄기는 네모지고 키 1m 가량 자란다. 전초에 특이한 향이 있어 깻잎쌈, 깻잎부각, 깻잎장아찌로 유명하다. 이 땅에는 재배되는 흰색꽃 들깨와 아주 비슷한 보랏빛 꽃이 피는 차즈기와 자주빛 꽃 들깨풀 산들깨들이 함께 야생하고 있다.
들깨를 물에 불려 껍질을 벗겨내어 그늘에 말리고 볶아 맷돌에 갈아서 물에 타서 마시는 깻국은 북한의 강계江界지방 특미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 궁중음식의 양념으로 거의 모든 탕에 쓰이기도 했고 향과 질 좋은 등기름으로 종이 장판에 유칠로 이용되기도 했다.
「향약 집성방」에서 들깨를 한문이름 임자荏子라했는데 야임野荏, 백소白蘇라 부르기도 했다. 들깨의 약성에서 맛은 달고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 폐․비위에 작용한다. 폐기능을 도와주어 기침을 부드럽게 하고 비위를 덮혀주며 윤장케하여 통변하게 함으로 고혈압 변비환자에 유용하다. 특히 들깨는 선비집안에서는 으레히 서탁 위에 별찬으로 올려놓고 상식하였는데 이는 들깨가 뇌신경을 보하여 두뇌를 명석하게 하는 것으로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멥쌀과 함께 끓인 들깨 죽은 병중병후나 노인네들의 보신제로 잘 알려져 있으며 보신탕에 들깨가루를 넣어 강장제가 되면서 보신탕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는 몫까지 했다.
예부터 들깨죽은 노인성 검버섯을 없애고 피부를 곱게 한다고 전해오며 「본초비요」에서 들깨는 기운을 내리고 간과 위를 보하여 갈증을 덮어주고 정수精隨를 돕는다. 깻잎은 오장을 고르게 하고 담이 많고 토하는 기침을 다스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