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난민 지원은 곧 글로벌 성장 전략"
"어릴 적 미국 이민 갔을 때 외계인 같았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지난 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난민을 지원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기고를 했다. 김 총재는 어릴 적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자신의 경험을 살려 난민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총재의 글을 번역해 싣는다./편집자
나는 이주민이다. 1964년에 최빈국 수준이었던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왔다. 당시의 세계은행 및 각 처의 전문가들은 한국을 경제 성장의 희망이 거의 없는 국가라 치부했다. 우리 가족은 텍사스를 거쳐 아이오와 주로 이사했다.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다섯 살에 불과했고, 나를 포함해 형과 여동생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었다. 동네 주민과 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우리를 만나기 전 아시아인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땐 정말 외계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훗날 내가 모국이라 부르게 된 곳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성과 다문화를 포용하며 그 가치를 깨닫게 되었고, 우리 가족은 점점 미국 사회로부터 더욱 환영받고 통합되어감을 실감했다. 이주민으로서의 나의 경험은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만행을 피해 도보로, 기차, 배와 자동차를 타고 이웃 국가 및 최근에는 유럽까지 이동하는 수백만 난민들의 여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전쟁으로 삶이 산산조각 난 시리아인과 같은 난민과 나와 같은 경제 이주민은 분명 차이가 있다. 수용국가의 입장에서는 이주민에게 문을 열고 난민 정착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도전과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렇지만 인구 고령화로 고민하는 국가가 노동 가능한 이주민을 받아들이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하듯, 자원이 제한적인 국가라 해도 난민의 유입은 큰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 세계 난민의 약 86퍼센트는 이웃한 개발도상국에서 수용한다. 예를 들면 터키, 레바논과 요르단이 수용한 시리아 난민의 수는 370만 명으로, 유럽 국가의 여덟 배 수준이다. 2014년 기준 팔레스타인 난민을 제외한 난민을 수용한 대표적 수용국가로는 터키, 파키스탄, 레바논, 이란, 에티오피아, 요르단, 케냐, 차드, 우간다 및 중국이 있다. 특히 터키의 시리아 난민 수는 190만 명으로 그 어느 국가보다도 높다. 터키 정부는 난민 문제 대응에 76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등록된 난민의 대다수는 난민 캠프가 아닌 다른 곳에 거처를 얻고, 이동의 자유와 강제 송환으로부터의 보호 및 시급한 물자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였다. 난민들은 보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교육의 접근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터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일까. 자산을 챙겨올 수 있었던 시리아 난민의 상당수는 터키에서 투자를 시작했다. 2014년 터키에 신규 등록된 사업의 26퍼센트가 시리아인에 의한 창업이었다. 최근 세계은행의 분석에 의하면 새로이 정착한 시리아인들은 비공식 노동시장에서 터키인을 대체하기는 했으나, 노동 시장의 전반적인 공식화로 이어져 오히려 터키인들은 보수가 더 높은 공식 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또한 등록된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지역에서 타 지역보다 빈곤율이 더 빠르게 감소했다. 그러나 난민 수용이 직접적인 빈곤 감소 요인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반면, 요르단 또는 레바논과 같은 국가들은 전체 인구의 20~30퍼센트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의 대량 유입으로 물과 전기, 학교, 병원 시설 부족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 사회는 난민을 비롯해 제한적이나마 수용국가에도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오늘날 난민은 평균적으로 17년이나 난민 생활을 이어간다. 따라서 인도적 지원을 넘어선 개발 해결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수용국가들이 터키와 같이 난민이 그 국가의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면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다. 특히 인구가 감소 중인 부유한 국가에서 난민을 수용하면 그 효과는 훨씬 더 커진다. 많은 자료가 난민들은 일반 이주민처럼 성실히 일하며, 그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소득세는 사회적 서비스 제공에 드는 세금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나는 최근 한국에서 이웃하는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외국 이주민의 수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내가 재미교포가 된 것처럼, 인도네시아나 탄자니아, 시라아인도 재한(在韓) 교포가 될 수 있을지 질문해보았다. 한국은 세계 도처에 자국민을 보낸 효과로 큰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재한 시리아인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완전히 통합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들처럼 한국 역시 인구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고, 여태껏 이룩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어하기 위해서는 젊은 노동 인구가 필요할 것이다. 많은 선진국이 직면한 난제는 이주민과 난민의 수용 및 그에 따른 사회 변화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이들이 제대로 정착하고 궁극적으로는 내가 12살에 미국 시민이 된 것처럼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난민, 이주민 수용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낮은 시기에 특히 현명한 전략이다. 난민을 환영하는 적극적인 수용국을 지원하는 국가들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움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거듭할 세계 경제에도 기여하여 실로 모두를 이롭게 할 것이다. 워싱턴 D.C.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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