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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투표함(위)과 문제의 구룡마을 투표함. |
어젯밤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철저히 봉인되어 있어야 할 투표함이 허술한 상태로 열려 있었고, 투표장에서와 개표장에서의 봉인 상태가 다른 투표함이 있었다는 민주통합당 쪽 투표참관인의 증언까지 나왔다. 강남구 선관위는 무시와 강변으로 일관했고, 결국 민주당 쪽 개표참관인들의 퇴장 속에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가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특히 문제가 된 투표함들이 정 후보 쪽 지지자가 많은 지역이어서 민주당은 사태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먼저 투표함 바뀌치기 의혹.
민주당 쪽 투표참관인 ㄱ씨는 개포1동 제5투표소(구룡마을) 투표장에서 목격했던 투표함 봉인 상태와 다른 투표함이 개표장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 황유정 비서관이 찍어 온 구룡마을 개표함 상태를 본 뒤 “내가 투표장에서 목격한 투표함 봉인 상태와 다르다. 선관위가 투표함을 자물쇠로 채운 뒤 그 위에 엑스(X)자 모양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봉인한 것을 보았다”고 말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황 비서관이 공개한 구룡마을 개표함은 자물쇠 위에 테이프가 붙어 있지 않고 봉인도 되어 있지 않았다(위 사진).
보통 선관위는 자물쇠 위에 테이프를 붙여 누군가가 자물쇠에 손 대지 못하도록 조처한다. ㄱ씨는 “투표장에서 투표함 봉인할 때 선거관리자가 ‘이건 절대 열리지 않습니다’라며 테이프를 붙인 것까지 보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이후 귀가했다. 보통 투표참관인은 투표함을 이송하는 차에 함께 타 개표장까지 가지만 ㄱ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투표장에서 개표장까지 투표함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감시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말이 된다.
정동영 후보 쪽은 만의 하나 투표함 바꿔치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이날 “투표함을 이송할 때 참관인을 집에 보내고 (투표함을 차에) 태웠는데 참관인이 분명 봉인하고 도장을 찍은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개표장에 온 투표함에는 봉인이 찍혀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투표함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누군가 투표함에 손을 댔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강남구 선관위는 “투표함 바꿔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 참관인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우리가 조사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자물쇠가 잠기지 않은 투표함이 발견되자 선관위 직원이 급히 감추려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유정 비서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원래 투표함은 참관인이 보는 상태에서 자물쇠를 봉한 테이프를 뜯어야 한다. 대치2동 제7투표소 투표함 상자 테이프를 뜯자 제대로 잠겨 있지 않은 자물쇠가 나오더라. 우리가 ‘이거 뭐냐’고 하니까 선관위 직원이 황급히 다시 자물쇠를 잠그려고 하더라. 우리가 몸으로 막고 제지했다”고 말했다. 황유정 비서관은 “우리가 계속 문제제기를 했는데 선관위 쪽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동영 후보 쪽의 주장을 종합하면, 강남을 선거구 55개의 투표함 중 총 20개 투표함이 제대로 봉인되지 않았다. 강남갑 선거구에서도 문제 있는 투표함이 10개나 나왔다. 투표함 자물쇠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거나 투표함 상자 바닥을 테이프로 제대로 싸지 않았거나 봉인을 찍지 않은 것들이 다수 발견됐다. 정 후보 관계자는 “문제가 발견된 투표함은 수서동, 일원동, 대치동, 개포동 등 주로 정동영 후보의 표가 많이 나오는 곳의 투표함들이다”고 주장했다. 투표함 바꿔치기 의혹이 일고 있는 개포1동 구룡마을은 빈민마을로서 1965명의 유권자가 있는 곳이다.
결국 강남을 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밤 긴급점검을 통해 문제가 제기된 20개의 투표함 중 5개의 투표함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부정선거 의혹은 부인하고 문제가 된 투표함의 표를 모두 유효투표로 인정해 개표를 완료했다.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는 59.1%의 득표율(정동영 후보 39.01%)로 당선되었다.
민주통합당은 55개 투표함 모두 증거 보전을 신청하고 검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공직선거법 168조는 “투표관리관은 투표소를 닫는 시각이 된 때에 투표소의 입구를 닫아야 하며, 투표소 안에 있는 선거인의 투표가 끝나면 투표 참관인의 참관하에 투표함의 투입구와 그 자물쇠를 봉쇄·봉인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투표함 봉인 뒤 (테이프를 붙이는 등) 봉하는 방법에 대해선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각 투표소에는 1명의 투표관리관을 배치하는데 선관위는 해당 구청으로부터 추천받은 구청 공무원(6급)을 임명한다. 강남구 선관위는 강남을구에 배치된 투표관리관의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다음은 황유정 비서관과의 전화 통화 일문일답
-처음 투표함 문제를 발견한 게 언제인가.
“11일 저녁 6시30분께였다. 나는 개표 참관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구룡마을에서 온 투표함 자물쇠 부분에 테이프가 붙어 있지 않은 게 발견됐다. 선관위는 마이크로 ‘이상 없으면 바로 개표 진행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선관위에 바로 문제제기 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개표를 시작해버렸다. 고성을 지르면서 항의를 했는데도 무시해버렸다.”
-구룡마을 투표함을 가장 먼저 개봉했나.
“그렇다. 선관위는 무조건 아무 이상없다는 식으로만 말했다. 오히려 우리에게 ‘열어볼까요? 열어볼까요?’ 하면서 화를 내었다. ‘설마 투표함 갖고 장난하겠냐’는 말만 반복했다. 우리는 항의했지만 선관위는 그냥 니퍼를 가져와 투표함 자물쇠를 잘라 버린 뒤 개표를 시작해버렸다.”
-왜 좀 더 강하게 항의하지 않았나.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한 개 투표함에서 문제를 발견 것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녁 7시께 계속 다른 투표함들이 도착하는 것들을 살펴보는데 다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투표함 박스에 테이프를 제대로 안붙이거나 봉인을 제대로 안한 것들이 계속 발견됐다. 이 때 통합진보당 분들이 ‘여기도 이의 있다’ 소리를 질렀는데 개표는 강행됐다. 선관위는 우리가 계속 소란을 피운다며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문제가 된 투표함은 몇개인가.
“강남갑구에서 온 투표함 10개. 강남을구 투표함에서 온 투표함 20개가 문제였다. 우리가 이 투표함들을 따로 빼내어 가장자리로 모아두었다. 자연스럽게 개표가 중단됐다. 이후 선관위는 회의를 통해 해당 투표함의 투표용지들을 모두 유효투표로 인정했다.”
-자물쇠가 잠기지 않은 투표함이 발견되자 선관위 직원이 감추려고 했다는 건 무슨 말인가.
“원래 투표함은 참관인이 보는 상태에서 자물쇠를 봉쇄한 테이프를 뜯어야 한다. 대치2동 제7투표소 투표함 상자 테이프를 뜯자 제대로 잠겨 있지 않은 자물쇠가 나오더라. 우리가 ‘이거 뭐냐’고 하니까 선관위 직원이 황급히 다시 자물쇠를 잠그려고 하더라. 우리가 몸으로 막고 제지했다.”
-선관위는 어떻게 대응했나.
“명백히 봉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드러났는데도 선관위는 계속 핑계만 대었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듯 보였다. 설마 선관위가 장난을 치겠냐는 말만 반복하고 우리를 적으로 대하듯 했다.”
-구룡마을 투표함은 바꿔치기 되었을 가능성 있나.
“그렇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투표 참관인이 보았던 봉인 상태와는 다른 상태의 투표함이 개표장에 도착했다. 이것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정동영 후보 쪽의 표가 많이 나오는 동네를 포함해 총 20개 투표소의 투표함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무려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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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거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고 모든 언론이 보도하면서, 현재 야당은 침울한 상황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전략적으로 승리했고, 야당은 전략 부재 및 쇄신 부족 등으로 참패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과연 야당만의 패배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시 강남구 을 투표함은 총 55개였습니다. 그런데 이 중 17개 투표함, 무려 30%에 해당하는 투표함이 이번 19대 총선 개표과정에서 문제가 됐습니다.
이 말은 야당의 패배는 반드시 인정하되, 그 안에 어떤 다른 요소는 없었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저는 어제 '강남을' 개표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을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패배는 인정하자', '선거결과에 승복하자'.'무조건 야당이 잘못했다'라는 모습을 보면서, 우선 희망을 이야기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야당은 분명 이번 선거에서 부족한 능력을 자주 보여주었습니다. 옳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외하고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온 의혹과 불합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앞으로 대통령 선거가 남았기 때문입니다.
'강남구' 개표과정에서 보여준 문제점과 의혹이 무엇인지 정리해봤습니다.
' 55개 투표함 중 17개 투표함이 문제라는 어처구니 없는 선거관리'
문제가 됐던 투표함은 총 17개 (초기 18개로 알려졌으나 이 중 1개는 경미한 상황이었음) 로 대부분 봉인이 제대로 안 됐거나, 바닥이 훼손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된 투표함은 5개로 아예 투표함 투입구에 봉인이 되어 있지 않은 4개 투표함과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투표함 1개였습니다.
사실 공직선거법에는 투표함 봉인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습니다.
이런 공직선거법에 따라 투입구 부분과 자물쇠를 봉인하는 것이 법의 절차이지만, 이번 강남구 투표함은 이런 절차가 무시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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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투표함들은 투표함 상단부분과 자물쇠 부분에 모두 봉인이 되어 있고, 참관인들의 도장까지 찍혀 있습니다. 그러나 우측 투표함에는 도장은커녕 봉인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은 '투표지 넣는 곳'에 봉인이 되어 있습니다. 이러면 저 투표함에 다른 어떤 투표용지도 넣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강남구 투표함에는 '투표지 넣는 곳'에 봉인이 안 된 투표함이 대량 발견됐습니다.
개포1동 제5 투표구에서 나온 투표함은 A씨가 봉인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X자 모양의 테이프도 봉인도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이것은 투표함이 바꿔치기 됐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선관위 주장에 따르면 절취선을 자르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다면 저런 일련번호표를 굳이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일련번호는 투표용지가 정확히 몇 장이 배부되었는지 알 수 있는 기준인데, 저 번호표가 붙어있는 투표용지가 그냥 들어간다면 다시 새로운 투표용지를 넣어도 부정투표용지를 적발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1960년 3월15일에 실시된 제4대 대통령 선거 및 제5대 부통령 선거는 '3.15 부정선거'로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사건 중의 하나입니다. 선거 전날 이승만과 이기붕의 이름이 찍힌 투표용지가 선거함에 미리 투입되어 있었고, 자유당 측 사람들은 1인당 20개의 투표지를 가져가 투표함에 넣기도 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 치러졌던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는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여당 비서관이 자신이 모시던 국회의원을 위해 자발적으로 했다는 수사결과가 나왔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당시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이겼음에도, 부재자 투표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모든 지역에서 승리한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군대에 있던 시절에는 기호 1번을 찍었는지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을 정도로 부재자 투표가 부정선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군인들이 그런 상황이 아닐진대 어떻게 부재자투표에서 모두 나경원 후보가 승리했을까요?
이처럼 대한민국 선거부정은 끊임없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거부정 의혹은 충분히 해소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자꾸 의혹이 생기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글을 야당실패의 이유나 정동영 후보의 참패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주장으로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꽃인 선거가 더욱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왜 자꾸 선거의혹 사건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다 같이 고민해보자는 생각일 뿐입니다.
선거참패는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법적인 문제와 의혹 또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분명 잘못과 부정선거 개입 의혹은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앞으로 대선에서 어떠한 선거의혹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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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의석 과반을 넘는 152석(비례대표 25석)을 확보하며 원내 제1당을 차지한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기자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마친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혜훈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당직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당사를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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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정치권에 진입해 화제가 되는 일도 있었다. 27세의 이준석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고대녀'로 유명한 김지윤은 통합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참가해 뉴스메이커가 되기도 했다. 대학생으로선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금 돌이켜 보건대, 변한 것은 없었다. 야권의 패배로 끝난 선거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선거는 뭔가 다르겠지'라고 섣불리 기대했던 것에 대한 실망이다.
[무엇이 변하지 않았나 ①] 정책이 사라지고 '네거티브' 만 난무
결국 이번 선거도 '정책선거'가 되지 못했다. 한 달 전인 3월 12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제19대 총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에 참가해 악수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번 총선은 과거의 구태 정치와 달리 '정책선거'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웬걸,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책은 간데없고 험담만 나부꼈다. 정책에 관련된 공약(公約)은 찾기 어려웠고, '투표율이 오르면 스타일을 바꾸겠노라' 식의 일회성 공약(空約)만 보도됐다. 물론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의혹이 제기된 후보에 대한 답변 없이, 서로 물어뜯기에만 바빴다. 각자의 정책에 대한 검증전을 기대했던 대학생 입장으로선 못내 아쉬운 부분이었다.
정치권의 '전략 공천' 후보들 역시 이에 일조했다. 각 당은 야심 차게 '뉴 페이스'를 영입했지만 몇몇 인사는 각종 의혹과 자질 논란으로 '트러블 메이커'로 전락했다. 선거 과정에서 이들은 '엑스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본인만 논란으로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도 큰 상처를 남긴 것이다. 문대성의 논문 표절 논란, 하태경의 친일 발언 논란, 김용민의 막말 논란 등은 선거 과정 전체를 '네거티브전'으로 바꿔 버리기에 충분했고, 결국 이번 총선을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무엇이 변하지 않았나 ②] '말잔치'로 끝난 청년 인사 영입
▲ 4.11 총선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문대성(부산 사하구갑) 후보와 손수조(부산 사상) 후보가 3월 27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시당 강당에서 열린 '부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9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2030세대는 총 9명. 지역구 당선자가 3명(새누리당 부산 사하갑 문대성, 새누리당 부산 금정 김세연, 민주당 경기 광명을 이언주)이고, 비례대표 당선자가 총 6명(새누리당 김상민·이재영·이자스민, 민주당 김광진·장하나, 통합진보당 김재연)이다. 게다가 9명 중 새누리당 김세연 당선자는 재선이다. 중앙 무대에 새로 진출한 정치 신인은 8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김세연 당선자를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2030 인사는 전략공천된 문대성 후보밖에 없다.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도 당초에 약속했던 4명이 아닌 2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계파 안배를 하다 보니 청년 몫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제18대 국회의 30대 의원은 총 7명이었다. 수치상으로는 이번 총선의 9명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결국, 청년 정치인을 국회에 입성시켜 2030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은 화려한 말뿐이었던 셈이다. 물론 이들에게 '총선 승리'는 '청년 문제 해결'보다 큰 지상명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청년 국회입성을 통해 등록금 문제, 청년 실업 문제 등에 대한 작은 변화를 기대했던 대학생들에게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변하지 않았나 ③] 진달래 핀 동부 전선, 개나리 핀 서부 전선
지지하는 정당을 떠나, 꼭 당선되길 바라왔던 후보가 몇 있다. 대구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졌던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당선이 망국적인 지역구도를 타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고, 여론조사 결과도 기대할 만 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 무너졌다. 각각의 지역구를 당선된 정당의 색으로 표시해보면 상황은 보다 뚜렷해진다. 부산과 경남에 노란 점 3개가 찍혀있는 것을 제외하면, 동쪽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강원·경북·경남·대구·부산·울산의 총 76석 중 부산의 민주통합당 당선자 2명과 경남의 1명, 거제의 무소속 당선자 1명을 제외한 72석은 모두 새누리당이 가져갔다. 반면 호남과 제주의 33석은 민주당과 야권단일후보 당선자가 29명이고, 민주계 무소속 당선자가 2명, 통합진보당 당선자가 2명이다. 기대했던 지역구도 타파는커녕, 지역구도가 오히려 더 공고해져 버렸다.
지역구도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다.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원흉이 되기도 하고,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이 나돌아, 공천 과정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못내 아쉽다. 구시대와의 작별을 고할 수 있었던 선거가 결국, 구시대로의 회귀가 되어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 날씨가 개면서 분주해진 대학동 제3투표소
총선, 잔치는 끝났다. 소문난 잔치였고, 먹을 것 없는 잔치였고, 말잔치였고, 변한 것 없는 잔치였다, 이번 잔치에서 이루지 못한 과제들은 올곧이 다음 총선으로 이월될 것이다.
개표가 진행되며 각 포털사이트의 댓글란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떠돌았다. 20대의 투표율이 27%고 특히 20대 여성의 투표율은 8%에 그쳤다는 내용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긴 했지만, 그 루머 때문에 하룻밤 내내 20대는 온라인 상에서 '원흉'이 되어 모진 욕을 들어야 했다.
투표, 물론 해야 한다. 고민 끝에 한 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이번 선거에선 투표를 하기 싫었다. 귀찮다기보다는, 이번 총선에 임하는 정당들의 선거전을 바라보며 '아, 저렇게 하면서도 투표하기를 바라나'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20대 투표율이 낮다고 욕할 것만 아니라, 투표율을 높이고 싶다면 '투표하고 싶게 만드는 선거'를 보여 달라는 이야기다. 윤형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
‘170표차 승리’ 통합진보당 심상정
“야권내부 개혁의지 부족
국민들 철저한 혁신 요구”
진보진영 대표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인 통합진보당 심상정(53·경기 고양덕양갑) 당선자는 4·11 총선에 출마한 전국 902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위태로운 개표를 지켜봤다. 개표 뒤 검표까지 진행한 뒤에야 170표 차이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심 의원은 12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야권연대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야권이 비전의 연대, 책임과 의지의 연대로까지 나가지 못했다”며 “새누리당의 공세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나이브’하게 대응했다”고 진단했다.
-당선 소감은? 통합진보당 총선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지역구가 ‘진보’라는 단어를 낯설어하는 곳인데, 그래도 이 지역에서 통해야 대한민국에서 통할 수 있지 않으냐는 각오로 임했다. 고민 끝에 저를 품어주신 유권자들께 감사드린다. 당이 얻은 13석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선명한 진보야당의 필요성을 인정해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야권연대가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원인이 뭐라고 보나?
“많은 국민들의 확고한 정권심판 의지가 있었는데,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국민들께 너무나 송구스럽다.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권 4년에 대한 국민들의 배신감과 분노는 매우 컸지만, 야권이 과연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민생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 대한민국을 어느 방향으로 안내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확신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리지 못한 한계가 컸다고 생각한다.”
-파트너였던 민주당의 총선 전략 등에 대해 아쉬움은 없는지?
“어느 한쪽의 잘못을 이야기할 수 없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민주통합당이나 저희 통합진보당 모두 과감한 내부 개혁의지를 보여주는 데 소홀했다. 선거 과정에서 보수가 결집할 수 있는 여러 빌미를 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제주 해군기지 반대 등 통합진보당의 강경한 입장이 선거에 부담을 준다는 시각이 있는데?
“강경한 주장이냐 아니냐 문제가 아니다. 서민들의 삶과 관련해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야권의) 자세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아주 ‘나이브’하게 대응한 게 오히려 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에프티에이 등 현안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동시에 이를 풀어갈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좀더 구체화해서 국민들과 대화하는 자세가 더 절실하다.”
-내용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공세에 대한 대응방식이 문제였다는 것인가?
“예를 들어, 에프티에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로드맵이 아니라, 폐기냐 아니냐는 이분법으로 접근한 새누리당의 색깔공세에 말려든 측면이 있다고 본다. ‘무원칙, 말바꾸기’라는 저쪽의 공세에 나이브하게 있다가 당했다. 에프티에이는 민생과 함께 가기 어렵다는 정치적 견해를 분명히 하고, ‘재협상을 제기하고 안 될 경우 그 뒤엔 어떻게 하겠다’, 또 ‘국민들의 판단을 어떤 식으로 구하겠다’ 등 세부적인 방법을 책임있게 제시하는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
-12월 대선을 앞둔 야권연대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아직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국민들은 새누리당 정권이 반복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이번 총선을 통해 야권에 철저한 자기 혁신과 민생개혁 의지를 보여달라고 경고했다고 본다. 대선 연대 고민에 앞서 야권이 쇄신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당 차원에서도 5월 말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냉정한 평가와 전망이 나올 것으로 본다.” ===석진환 기자 2012.04.12 ===
<인터넷 한겨레,오마이뉴스에서 퍼온 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