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4
누가 걸쳐 놓았을까
가지 끝에 뚝뚝 흐르는 봄
나비 떼처럼
날아오르는 살 냄새
취한 듯 비틀거리는 바람
은근슬쩍 한 쪽 팔 밀어 넣자
이리저리 몸 비트는 꽃잎들
어쩔거나
너마저도 어긋난 사랑인 것을
서러운 봄날
잔기침 소리에도
후드득 떨어지는 꽃잎들
앓는 소리 요란하다
―고안나 시 「매화」
■ 차례
제1부
첫눈처럼 3
사진 4
만남의 방식 6
너를 감았다 8
노을빛에 붉어지던 10
커피를 마시며 12
바람 부는 쪽으로 14
참꽃 보러 갔더니 15
역류할 수 없는 길에서 16
포구에서 17
제2부
저녁 강 21
오솔길에서 22
다리를 건너며 24
열차는 떠나고 25
코스모스 26
갈대밭에서 28
가을 속에서 30
겨울 강 32
날 선 검처럼 33
목련 연가 34
백 년도 아닌 생 앞에서 36
제3부
상화원에서 41
바다, 그 쓸쓸한 존재 앞에서 42
행담도를 아시나요 44
무창포, 그 신비한 바닷길에서 46
그 섬에 들었다 48
화양구곡 50
주산지 왕버들 52
감포 바닷가 53
호미곶, 상생의 손앞에서 54
월령교에서 55
제4부
바람의 언덕에서 59
지심도 사랑가 60
거제 외포리에서 62
사량도를 품다 64
가덕도 아리랑 66
남해에서 놀다 68
지리산에서 섬진강을 본다 70
유달산에 올라 72
고군산군도 74
섬이 되어버린 사람 76
제5부
예당저수지에서 79
애월에서 80
성산에 올라 82
마라도에서 84
가파도를 지나며 86
죽도 이야기 88
우도에서 90
백록담에서 92
관음도에서 94
죽도(竹島) 아리랑 96
독도에서 98
제6부
석양 103
무의도 104
한계령에 올라 106
오대산 진고개에 와서 108
대관령 옛길에서 110
시간 여행 112
주문진에 와서 114
영동고속도로에 비는 내리고 116
영도해안 산책로 118
詩 쓰는 밤 120
제7부
경(更)을 치다 -장백폭포 125
나는 한 잔 술입니다 -천지에서 126
흥개호를 아시나요 128
오녀산에 솟는 해 130
단둥 압록강변 사람들 132
두만강에서 133
연길생태박물관에서 134
탈북자의 꿈 -압록강을 건너며 136
비단길 138
백두산 139
발문 140
■ 시집 속의 시 한 편
물 먹은 돌처럼 가라앉고 싶을 때
수초처럼 영원히 물속에서만 살고 싶을 때
가끔씩 그런 때가 있다
눕혀놓은 바람처럼 자꾸 일어서지만
때로는 나뭇가지에 걸려 추락하고 싶을 때
오랜 습관처럼 낯설지 않는 저 길
이미 알고 있었던 풍문처럼
저녁 강에 부려놓은 나의 그림자
눈빛 읽고 가는 바람소리
산 하나 잠기고 나무들 물구나무서서
멱 감는 저녁 불빛이 따뜻하다
―「저녁 강」 전문
■ 시인의 말
몸 벗는 순간, 차가운
정신으로 허공 뚫었다
한눈팔 시간 없었다
뒤돌아 볼 겨를 없었다
시위를 떠난 화살
바람을 읽었다
몸 밖의 삶 만만찮다
위선도 체면도
허물처럼 벗었다
목적지는 그대 심장
쉬지 않고 달리던 중
앉고 선 자리
따뜻한 흔적들 묶었다
2024년 봄
꿈꾸는 섬에서
고안나
■ 고안나
경남 고성 출생. 2017년 『시에』로 등단. 시집 『양파의 눈물』.
첫댓글 고안나 시인님, 시집 『따뜻한 흔적』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좋은 날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