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시골에 아는 할머니집에 들렀다
해거름인데 모기가 사방 나를 뜯어 먹을라고 뎀빈다
파리채로 모기를 쫓고 있는데 우째 한번 휘두려니
파리채 모가지가 픽 뿌러진다
아이고.
할머니가 모기향 찾는다고
여기저기 뒤지더니 동가리난 모기향 한조각만 보인다
모기향 받침대 철망이 다 타서 엉망이다
할머니 여기 마트 어딨능교..?
조 아래 내려가면 슈퍼가 있다길래
할머니집에 있는 슬리퍼를 끌고 나왔다
한참을 가도 조 아래 있다던 슈퍼는 보이지 않고
길을 물어니 슈퍼는 한참 더 내려 가야 한단다
아이고
진작 멀다고 했음 차를 갖고 올텐데.
날은 덥고 휴우~
조 아래 있다 카는 바람에 슬리퍼 끌고 나온 내가 문제다
이느므꺼 슬리퍼가 션찮다
자꾸 벗겨지고 접히고..
조 아래 있다던 슈퍼는 아니 보이고
쪼매난 신발집이 하나 보인다
아이고 반가워라
그 신발집 아제
야구 본다고 티비를 어찌나 크게 털어 놨는지
손님이 온가 간가 정신이 없다
진열되어 있는 슬리퍼를 보면서 240이라 적혔길래
신어보니 너무 딱 맞는듯.
사장님~250 없어요..? 한칫수 크면 좋겠는데..
있어요 젤 잘 나가는 문순데 와 없겠능교.
그러면서 어디 돌아가서 끄집어 내어 온것은 260다
어,이건 클껀데요..?
아입니다 원래 260나 250나 같이 신습니다
신어보니 역시 크다
260는 큽니다
250 주세요~
아, 250는 원래 안나옵니다
하이고 미치것네 금새 250가 제일 많이 나간다카던 그 아제
슬리퍼가 몽골양말도 아니고 늘어날것도 아닌데
한번 찾아 보이소 250가 안나올리가 있나요
또 한번 뒤로 가더니 250을 갖고 온다
신어보니 딱 좋다
얼맨교..?
만천원입니다
현금은 없고 카드를 꺼내기 싫어 전화기를 내민다
멀뚱 쳐다본다 이기 멍고 싶은 눈치다
결제 안됩니까...?
우리는 이런거 모릅니다
카드를 드리니
우리는 카드 안합니다
하이고 미치것네
그라믄 이체해 드릴테니 계좌번호 주세요
또 뒤로 돌아가더니
계좌번호 적힌 종이를 하나 건네준다
'게자버노 새마을금고 1234-5678-90' 순간 웃음이 픽 나왔지만
이 아제 분위기상 머 새삼스러울것도 아니다
근데 그 게자버노가 숫자만 있고 이름이 없다
사장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냐고 물어도
야구 본다고 답도 없다
번호 다 찍고 이체 하려니 이름이 나온다
'사장님~김철수씨 맞으신교..?'
그때사 벌떡 일어나
'어!!내 이름 우째 아능교..?'
내가 도라버립니다요~!!
첫댓글 제가 아는 그 김철수님 아니시겠죠?ㅋㅋ
ㅎㅎㅎ 게자버노~~~~
정겹습니다. 목숨걸고 공부시켜 성공시키려는 서울살이에, 그런 분들을 생각해보면 우리보다 얼마나 걱정없이 행복할까~ 딜레마에 빠져보기도 합니다.
배꼽빠집니다. 지금 봤는데.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