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묵상] 플라톤과 헬렌 켈러
예수, 완고한 남존여비 풍습 거부했다
플라톤 / 셔터스톡
'서양철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플라톤은 네 가지의 감사 제목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첫째 짐승으로 태어나지 않고 이성과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 태어난 것, 둘째 철학.예술.학문이 살아 숨 쉬는 문명의 나라 그리스에서 태어난 것, 셋째 훌륭한 스승 소크라테스를 만난 것, 넷째 여자가 아니라 남자로 태어난 것, 이렇게 네 가지를 감사했다고 전해집니다.
여성차별은 고대사회의 일반적 풍습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의 식탁에서 가장(家長)인 남성은 이렇게 기도했다고 합니다. "나를 남자로 창조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나이다."
뒤이어 아내가 잦아드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읊조립니다. "나를 여자로 만드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나이다." 감사의 기도라기보다는 차라리 한숨 섞인 체념에 가까워 보입니다.
예수님은 당시 유대사회의 완고한 남존여비 풍습을 정면으로 거부했습니다. 여성을 제자들의 무리 안에 받아들였을뿐 아니라, 몸소 이방 여인을 찾아가 구원의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어느 죄 많은 여인이 예수님의 몸에 값비싼 향유(香油)를 붓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인이 행한 일도 기억되리라."(누가복음 7:37,38, 마태복음 26:13)
여인의 향유는 복음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눈에는 남녀의 차별이 없었습니다. 신앙의 세계에 플라톤의 감사, 유대인 가장들의 감사는 발 불일 자리가 없습니다.
태어난 지 2년도 안 되어 뇌수막염으로 극심한 열병을 앓은 헬렌 켈러 여사는 청각과 시각을 모두 잃은 중복장애인이었습니다. 게다가 반벙어리가 되어 발음도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신앙을 통해 절망을 소망으로 바꿀 수 있었던 여사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도 사랑할 줄 아는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헬렌 켈러는 이런 깨달음을 남겼습니다. "희망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만져지지 않는 것을 느끼고, 불가능한 것을 이룬다... 소경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볼 수 있어도 비전이 없는 사람이다... 절대로 고개를 떨구지 말라. 고개를 치켜들고 세상을 똑바로 보라... 세상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고난을 극복하는 힘도 가득하다."
헬렌 켈러는 문명의 나라 미국에서, 인간으로 태어나, 훌륭한 스승 앤 설리번(Anne Sullivan)을 만났다는 점에서는 플라톤과 비슷한 감사의 조건을 지녔다고 할 수 있지만, 그는 플라톤과 달리 여성으로 태어났고 더욱이 심각한 중복 장애인이었습니다.
그 불행한 여인 헬렌 켈러는 이런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내가 지닌 결함 때문에 감사합니다. 그 결함을 통해 나를 알았고, 내게 주어진 일을 알았으며, 마침내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헬렌 켈러는 환경에 지배되는 노예가 아니었습니다. 환경을 다스리는 자유인이었습니다. 영혼의 자유인만이 감사의 은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 은총에 참여하는 감사의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 | 이우근 ・변호사・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