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도 건설/부동산 시장 - 파트너십과 현지화에 대한 고찰
2020-12-28 인도 뭄바이무역관 이동현
천동환 HDC(현대산업개발) 인도법인장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능력있는 현지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출처: 이코노미스트지(The Economist)
지난 7월, 네 번에 걸친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코로나 사태로 인도경제에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질 때쯤 뭄바이의 하늘은 몇 년간 보지 못했던 푸르고 맑았던 아이러니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당시 나는 이코노미스트를 구독하게 되었는데 위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접하게 되었다. 평소 JV 파트너사들을 발굴하는 게 주 업무인 내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현지 파트너인데 그 말에 끌려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글을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많은 부분에 크게 공감이 들어 주변 지인들과 회사에도 보내줬던 기억이 있다.
지난 6년간 인도 사업에서 느낀 가장 중요한 단어를 3가지 말하라면 첫째 인적자원, 둘째 파트너십, 셋째 현지화라고 말하고 싶다. HR은 단순히 현지인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 해당 업무 최고 베테랑, 해당 업계의 에이스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도는 인재 경영이 반드시 요구되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건설 현장이라면 인도인으로 소장이나 최소 부소장을 찾아야 하고, 부동산 투자 상황에서는 그 업계 메이저 회사 출신들의 에이스를 찾아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지만 파트너사와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면 해당 업계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유능한 현지인들을 알아낼 수 있다. 그래서 파트너십은 초기 진출 단계에서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며, 현지화는 파트너십 단계에서 점차 넘어갈 수도 있고 파트너십 없이 바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나는 인도 건설 및 부동산 시장은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구에서는 부부관계에서도 파트너라는 말을 쓰는 걸 보면 파트너십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만큼 어렵고 중요한 관계를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 같다.
결혼 후에 누군가 한쪽이 더 많이 손해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듯이, 파트너십도 계약 조건에 따라서 상황이 점차 불리해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몇 년 전 TATA 그룹의 지주회사인 TATA Sons에 근무하는 지인을 만나서 스타벅스와의 파트너십에 대해서 물은 적이 있다. 소위 TATA 그룹과 스타벅스의 50:50 합작 투자를 성공적 사례로 언급하기 때문에 그 속사정이 매우 궁금했다. 그의 얘기가 주마다 법이 다른 인도 전역에 매장들을 오픈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관리비용, 각종 인허가, 임대차 계약 등 모든 현지 업무는 TATA가 도맡아서 해도, 2012년부터 6년간 줄곧 적자였고, 그럼에도 스타벅스 미국 본사는 로열티를 매년 받아가고 있으니 사실상 TATA한테 득이 되는 파트너십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전세계를 휩쓸고 있던 미국 UBER 택시가 TATA그룹과 저가형 택시사업 모델을 JV로 검토 중에 있었는데, 협상 과정에서 TATA 측 주요 인사를 UBER가 스카우트해서 고용했다는 얘기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계약과 협상의 달인들이라고 소문난 인도 사람들 위에 어쩌면 영국, 미국인들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파트너십의 정의에 대해서 좀 더 색다른 관점을 하나 더 발견한 사례가 지난달 아세안 10개국,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 FTA라 불리는 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이다. 우리말로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라고 부르니 파트너십은 소위 동반자라는 건데, RCEP 체결이후 경제학자 최배근 교수가 뉴스 인터뷰에서 파트너십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을 했다. “RCEP은 FTA와 매우 다른 면이 있는데, 바로 파트너십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FTA는 전면적 개방에 초점이 있지만, 파트너십은 상호 호혜주의에서 출발한다. 협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인도는 FTA보다 EPA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과 개별적으로 CEPA를 체결한 것이다.”
경제학자의 원론적인 얘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파트너십은 아름다운 결론을 내기 위해 처절하게 끝까지 싸울 수 있는 역량과 인내심이 반드시 요구되는 과정의 결과물이 아니겠는가.
인도 도로 건설 시장의 시공사 직영사례
인도 건설 시장 역시 파트너십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모디 정부 이후 도로 건설은 매년 20% 가까이 성장해 2019년에는 만km 이상의 도로가 건설되었다. 메이저 도로 시공사들은 대부분 건설 주자재 및 장비를 직접 생산하고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 도로 사업을 넘어 교량, 터널 분야까지 진출하고 있다. 건축 시공사 역시 골조업체 성격이 강하다. 주가드(frugal) 경제 관념이 강한 인도인들의 사고방식에 건설업 역시 중간 마진을 최대한 줄여서 직영율을 높이는 게 미덕인 것이다.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외국 기업 단독 진출이 힘들고 지속가능한 사업 영위가 어려운 시장이다. 물론 외국 건설사가 전략적으로 CAPEX 투자를 높게 해서 들어오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단독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호주 Leighton의 경우, 세계 1위 시공사인 ACS의 손자회사로서 대규모 자본금을 출자해서 인도 시장에 진출, 민간 주택 건축시장에서 높은 직영율을 강조하며 대부분 현지인 팀장급으로 구성된 현장 조직을 갖추어 대형 아파트 공사를 뭄바이, 델리에서 수주했으나, 미수금 사태로 현재 철수설이 나오고 있다. 토목분야의 경우 유럽회사로부터 태국회사가 인수한 ITD Cementation이 외국계 자회사로서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크게 두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말레이시아 건설사 Sunway는 파트너십을 통해 방갈로르 인도 업체와 JV방식으로 안정적인 PPP 투자사업 방식인 HAM 도로사업에 최근 진출해 성과를 내고 추가 사업을 준비중에 있고, 싱가폴 기업 L&W는 금융, 부동산 개발, 시공사 오너들의 파트너십과 특수관계를 통해 싱가폴 투자 회사들과 연계하여 남인도 주요 도시에서 오피스 시공 메이저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터키회사 굴레르막은 강력한 터널 실적으로 여러 인도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 몇 년간 경험을 쌓은 뒤 현재는 법인 설립 및 단독입찰 전략으로 현지화 단계로 도약 중에 있다.
단순 도급 사업이 아닌 부동산 투자, 개발 사업의 경우는 단독 진출 방식과 파트너십 방식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실물자산 인수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진 인도 시장은 미국 Blackstone의 경우 현지 시행사들을 통해 오피스 개발사업에 가장 큰 손이 되었다. 캐나다 Brookfield 역시 실물자산 인수팀과 개발사업팀으로 조직을 보강해 나가고 있다. 싱가폴의 캐피털랜드와 메이플트리는 상업용 자산 개발사업을 위한 인도 현지 단독 조직을 갖추고 물류창고, 데이터 센터, 오피스 개발에서 점차 두각을 내고 있다. 특히 메이플트리는 올해 총사업비 3천억원의 뭄바이 지역 최대 오피스 개발을 준비중이며 토지를 직매입하고 인허가, 설계를 진행중에 있다.
파트너십 방식에서 두각을 보이는 기업은 일본 수미토모와 중국 포순(푸싱) 그룹이다. 수미토모의경우 델리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개발중에 있는데, 이는 토지를 보유한 인도 파트너사와 기존에 오랜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회사는 중국 포순(Fosun) 그룹이다. 포순 회장이 직접 인도에 여러 번 방문하면서 인도 현지인을 Country Head로 채용해 2년간 각종 시행사들을 만나 최종적으로 뭄바이 한 시행사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로써 뭄바이에 6개 프로젝트를 확보했고 추가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피인수된 시행사의 오너와 파트너십을 가지고 경영을 그대로 맡기면서 신규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포순 인도 대표로부터 해당 파트너십 사례를 요청해 받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도 시장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현지 파트너십을 통한 바이아웃(buy-out) 모델’과 ‘강력한 현지사무소’의 조화다. 상하이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직원들의 관리감독은 해당 모델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포순 하이브와 현지 파트너사는 뭄바이 주택부문 개발업체 지분을 90:10의 비율로 인수했다. 그리고 판매, 인사, 건설, 재무, 사업개발, 법무 등의 관련부서장은 포순이 지명한 반면, 대외업무 총괄을 담당하는 CEO는 현지 파트너사가 맡았다. 포순의 고위급 간부는 사업개발, 자금조달업무 뿐 아니라 전체 운영을 감독하였다. 이렇게 하면, 강력한 현지 사무소와 함께 시장 내 기회의 타당성을 제대로 확인 및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해외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어 시장 지식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상당히 해소해준다. 이는 포순 하이브의 현지 사업 운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6개의 현지 프로젝트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포순의 사례는 현지인의 역할을 최대로 발휘시키고 본사 최고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매우 성공적인 사례이다. 포순 그룹은 부동산 사업 진출 외에도 인도 제약회사 인수를 통해 현재 IPO를 준비중에 있다.
사실 일본 수미토모 사례처럼 오너들간에 특수관계가 있지 않는 한 초기 진출한 기업들이 낯선 인도 땅에서 인도인들을 상대로 상호 호혜적(mutually beneficial)인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훌륭한 로펌을 고용하더라도 협상팀의 현지 경험과 현지 특수성에 대한 지식이 부재하다면 속이 텅 빈 껍데기 계약 체결이 될 수도 있다.
협상단계를 지나 오퍼레이션 단계에서도 현지화를 달성한 기업들의 인도인들은 초기 진출한 기업에 비해 직급이 높아지고 R&R과 Empowerment가 비교적 경영진 레벨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자본 집약적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제조업종이 아닌 서비스 업종에 있는 미래에셋의 성공사례는 그래서 항상 귀감이 된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인도 뮤추얼 펀드 시장에서 현지 자산운용사와 대등한 실력을 겨루고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현지인 CEO와 인도인 펀드매니저, 그리고 그러한 고급 인력들을 견제, 독려할 수 있는 한국 관리자의 균형감 있는 조직이 오랜 시간 형성되어 왔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내가 본 인도는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위해서 수없이 많은 대상을 찾음과 동시에 그 대상과 대등한 협상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현지인 채용, 즉 리쿠르팅(recruiting)의 성공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소위 글로벌 기업이라고 부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와 같은 기업들은 기술력 뿐만 아니라 HR팀의 능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훌륭한 현지인 인재를 채용하는 일 역시 매우 고된 노력과 오랜 시간이 요구될 수 있다. 그래서 ‘人事가 萬事다’라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