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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비염(墨子悲染)
묵자가 물들이는 것을 슬퍼한다는 뜻으로, 사람들은 평소의 습관에 따라 그 성품과 인생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墨 : 먹 묵(土/12)
子 : 존칭 자(子/0)
悲 : 슬플 비(心/8)
染 : 물들일 염(木/5)
[동의]
묵자읍사(墨子泣絲)
묵비사염(墨悲絲染)
묵자비사(墨子悲絲)
[유의]
근묵자흑(近墨者黑)
근주자적(近朱者赤)
속행로난(續行路難)
묵자(墨子)가 실을 보고 울었다는 뜻으로, 사람은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그 성품이 착해지기도 악해지기도 함을 이르는 말이다. 묵자(墨子) 소염편(所染篇)에 나오는 말이다.
그 자신이 목공(木工) 출신이어서 나무로 솔개를 만들어 날릴 수 있음 만큼의 손재주가 있었고, 잠깐 사이에 세 치의 나무를 깎아 수레바퀴 빗장을 만들 만큼의 솜씨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을 정도였던 묵자(墨子)이다.
이처럼 스스로의 손 재주와 솜씨로써 자급자족(自給自足)하던 묵자였으므로 자연 저잣거리에서 물감으로 실을 염색하는 기술자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염색하는 모습을 바라본 후 묵자는 탄식하며 슬퍼하였다. 스승의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제자 하나가 “어찌하여 실에 물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그처럼 슬퍼하십니까?”하고 물었다.
묵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파란 물감에 물들이면 파란색, 노란 물감에 물들이면 노란색이 되는구나. 이렇게 물감에 따라 실의 색깔도 변하여 매번 다른 색깔을 만드니 물들이는 일이란 참으로 조심해야 할 일이다. 사람이나 나라도 이와 같아 물들이는 방법에 따라 흥(興)하기도 하고 망(亡)하기도 하는 것이다.”하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옛날 순(舜)임금은 어진 신하 허유(許由)와 백양(伯陽)의 착함에 물들어 천하를 태평하게 다스렸고, 우(禹)임금은 고요(皐燿)와 백익(伯益)의 가르침을, 은(殷)나라의 탕왕(湯王)은 이윤(伊尹)과 중훼(仲虺)의 가르침을, 주(周)나라의 무왕(武王)은 태공망(太公望)과 주공단(周公旦)의 가르침에 물들어 천하의 제왕이 되었으며 그 공명(共鳴)이 천지를 뒤덮었다. 그리하여 후세 사람들이 천하에서 인의(仁義)를 행한 임금을 꼽으라면 반드시 이들을 들어 말한다.
그러나 하(夏)나라의 걸왕(傑王)은 간신 추치(推哆)의 사악함에 물들어 폭군이 되었고, 은(慇)나라의 주왕(紂王)은 숭후(崇侯), 오래(惡來)의 사악함, 주나라 여왕(勵王)은 괵공 장보(長父)와 영이종(榮夷終)의 사악함, 유왕(幽王)은 부공이(傅公夷)와 채공곡(蔡公穀)의 사악함에 물들어 음탕하고 잔학무도한 짓을 하다가 결국은 나라를 잃고 자기 목숨마저 끊는 치욕을 당하였다. 그리하여 천하에 불의(不義)를 행하여 가장 악명 높은 임금을 꼽으라면 반드시 이들을 들어 말한다.
이러한 예에서 묵자가 사람은 습관에 따라 그 성품이 결정되고, 평소에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작은 일까지라도 그것이 계속되면 습관화되어 생각과 태도가 길들여지는 것이니, 나쁜 습관이 들지 않도록 경계하라는 것이 묵자의 가르침이었다. 같은 뜻으로 묵자읍사(墨子泣絲), 묵비사염(墨悲絲染)이라고도 한다.
실은 흰색(白色) 그대로가 좋은데 거기에 유색(有色)이 되었으니 슬프다는 것이다. 슬퍼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통탄할 할 일도 아니다. 삶이란 어쩌면 실에 여러 가지 색상의 물감이 스며들듯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옷에도 채색(彩色)이 되어야 진정한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닫힌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를 가둬놓고 살고 있다. 내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면 세상도 나를 가두어 버린다. 그러나 내가 문을 열면 세상은 더 넓게 보인다. 더 아름답게 보인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아야 세상이 새롭게 보인다. 다른 사람과 만남을 통해서만 세상이 그렇게 보인다.
묵자(墨子) 소염편(所染篇)에는 폭군들의 행태를 예로 들은 대목이 나온다. 이 가운데 하(夏)나라 걸왕(桀王)은 사치음일(奢侈淫佚)을 일삼다 은(殷)나라의 탕왕(湯王)에게 주벌(誅伐)을 당하였다.
그는 희대(稀代)의 요녀(妖女) 말희(末喜)에게 빠져 웅장한 궁전을 짓고 진귀한 보화와 미녀들을 모으고, 궁전 뒤뜰에 주지(酒池)를 만들어 호화선(豪華船)을 띄웠다.
주변에서 음란스러운 광란의 춤을 추던 무희들은 북소리 신호음에 맞춰 일제히 주지(酒池)의 미주(美酒)를 마시고 숲의 포육(脯肉)을 탐식하는 광경을 바라보며 마냥 즐거워했다.
은(殷)나라의 주왕(紂王) 역시 달기(妲己)라는 독부(毒婦)에 홀려 정사(政事)를 그르쳤다. 주왕은 달기의 끝없는 욕망 충족을 위해 가렴주구(苛斂誅求)를 마다하지 않았다. 국력을 기울여 호화 찬란한 궁정을 짓고 120일간이나 지속된 장야지음(長夜之飮)의 광연(狂宴)을 벌이기도 하였다.
보다 못한 충신들이 간언하자 불충으로 간주하고 포락지형(炮烙之刑: 기름칠한 구리기둥을 숯불 위에 걸쳐놓고 죄인을 그 위로 건너가게 하던 형벌)에 처하며, 산 채로 불에 타죽는 모습을 보고 박장대소, 즐거워했다고 한다.
주(周)나라의 여왕(勵王)도 매우 포악한 군주였다. 그는 폭리들을 임용하여 전리(專利: 산림천택을 강점하고 평민의 이용을 금지함)를 행하였다. 또한 일체의 비방행위를 금지하는 공포정치를 행하여, 백성들이 길에서 만나도 감히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눈으로 만 인사를 주고받는 지경에 이르도록 하였다.
이런 행위의 부당성을 충신들이 경계하였지만 듣지 않다가 결국 민중들의 폭동에 의해 쫓겨나고 말았다.
주(周)나라 유왕(幽王) 역시 민성(民聲)에 귀 기울지 않고 폭정을 일삼다가 권좌에서 축출된 비운의 제왕이다. 그는 즉위 2년만에 관중(關中) 지역의 대지진 참사를 겪지만 수수방관하면서, 오히려 아첨배 괵석보를 경(卿)으로 삼아 백성들의 원성을 샀다.
또 요부 포사(褒姒)를 왕후로 삼고 포사(褒姒)의 아들 백복(白襆)을 태자로 삼으려다 봉변하기도 하였다. 그는 포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거짓 봉화를 올리게 하여 제후들을 모이도록 하곤 하였다. 정작 견융(犬戎)이 침공하여 봉화를 올렸을 때는 제후들이 모이지 않았으며 결국 여산(驪山)기슭에서 살해되었다.
묵비사염(墨悲絲染)
흰 실이 검게 물 드는 것을 슬퍼함을 이르는 말이다. 천자문에 나오는 말로 춘추전국시대 묵자(墨子)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어느날 묵자가 실을 물들이는 작업을 보게 됐다. 묵자는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파란 물감에 물들이면 파래지고 노란 물감에 물들이며 노랗게 되니 넣는 물감에 따라 실의 색이 변한다. 그러니 물듦에는 삼가지 않을 수 없다.'
묵자는 실을 물들이는 것과 같이 나라를 이끄는 데도 물들이는 이치가 적용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네 가지 역사상 좋게 물듦의 사례를 꼽았다.
그 사례란 현신 허유와 백양에 물 들었던 순임금, 고요와 백익에 의해 물들었던 우임금, 이윤과 중훼에게 물들었던 탕임금, 강태공과 주공에 물들었던 무왕이다.
천자문을 지은 주흥사는 사람이 좋지 않게 변하는 세상을 슬퍼했다는 묵자의 일화에서 이 말을 만들었다.
묵자의 일화에는 사람과 만물을 두루 사랑하자고 주장한 겸애주의자(兼愛主義者)의 마음이 잘 녹아있다. 하얀 실이 검은 먹물에 들어가 까맣게 물들여지는 것을 보고 슬픔을 느낀 감수성은 묵자답다.
사람도 주위 환경에 의해 나쁜 물이 들면 하얀 실이 검게 물드는 것처럼 좋은 본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묵자는 비애에 그치지 않고 좋은 물듦을 착안하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사랑을 설파했다. 실이 좋은 방향으로 물드는 것과 같이 고매한 인물이나 뜻이 세상을 물들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1인당 소송 건수가 수위권이다. 알력과 다툼이 정도를 넘었다. 서로 좋은 방향으로 물들이면 세상은 한층 평화롭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 墨(먹 묵, 교활할 미)은 ❶회의문자로 土(토)와 黑(흑)의 합자(合字)이다. 黑(흑)은 아궁이에 생기는 그을음이 본뜻으로 그을음을 흙에 섞어 휘저어 만든 것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墨자는 '먹'이나 '그을음', '먹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墨자는 黑(검을 흑)자와 土(흙 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黑자는 아궁이를 그린 것으로 '검다'라는 뜻이 있다. 먹은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을 모아 아교풀에 개어 압착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아궁이를 그린 黑자에 土자를 결합한 墨자는 검게 태운 재를 흙처럼 딱딱하게 굳힌 것이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墨(묵, 미)은 (1)묵서가(墨西哥) (2)자자(刺字)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먹 ②형벌(刑罰)의 종류 ③그을음 ④먹줄(나무나 돌에 곧은 줄을 긋는데 쓰는 도구) ⑤다섯 자 ⑥점괘(占卦: 점을 쳐서 나오는 괘), 귀갑(龜甲)의 균열상 ⑦척도의 이름 ⑧묵자(墨子)의 학파(學派), 묵가(墨家)의 줄인 말 ⑨잠잠하다 ⑩가만히 있다 ⑪말이 없다 ⑫검다, 검어지다 ⑬사리에 어둡다 ⑭더러워지다, 불결하다 그리고 ⓐ교활하다(미)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죄인의 이마나 팔뚝에 먹줄로 죄명을 써 넣던 형벌을 묵형(墨刑), 먹물로 그린 그림을 묵화(墨畫),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묵객(墨客), 먹과 붓으로 먹을 칠해서 쓰는 붓을 묵필(墨筆), 먹을 공물로 바치는 계를 묵계(墨契), 먹물로 쓴 글씨나 먹물로 글씨를 씀을 묵서(墨書), 책 속에 글자가 빈 곳에 검게 인쇄된 것을 묵격(墨格), 백성의 재물을 탐내어 억지로 빼앗는 관리를 묵리(墨吏), 붓 자국 곧 필적을 묵흔(墨痕), 검게 칠한 수레를 묵거(墨車), 먹처럼 새까만 빛을 묵광(墨光), 먹줄을 치는 데 쓰이는 나무 그릇을 묵두(墨斗), 먹물로 살 속에 글씨나 그림을 새겨 넣음을 입묵(入墨), 칼로 이마에 입묵하던 형벌을 도묵(刀墨), 종이와 먹을 지묵(紙墨), 붓과 먹을 필묵(筆墨), 진하지 아니한 먹물 또는 먹빛을 담묵(淡墨), 살에다 먹물을 넣어 죄인임을 나타내는 형벌을 자묵(刺墨), 채색을 뭉친 조각으로 그림을 그릴 때에 먹처럼 갈아서 쓰는 채묵(彩墨), 짙은 먹물을 농묵(濃墨), 재목을 다듬을 때 먹으로 치수를 매기는 일을 결묵(結墨), 만든 지가 오래된 먹을 고묵(古墨), 묵적의 지킴이라는 뜻으로 성의 수비가 굳세고 튼튼함을 이르는 말을 묵적지수(墨翟之守), 묵자가 실을 보고 울었다는 뜻으로 사람은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그 성품이 착해지기도 악해지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묵자비염(墨子悲染), 흰 실에 검은 물이 들면 다시 희지 못함을 슬퍼함 즉 사람도 매사를 조심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묵비사염(墨悲絲染),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뜻으로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면 그 버릇에 물들기 쉽다는 말을 근묵자흑(近墨者黑) 등에 쓰인다.
▶️ 子(아들 자)는 ❶상형문자로 어린 아이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아들을 뜻한다. 지금의 子(자)라는 글자는 여러 가지 글자가 합쳐져 하나가 된 듯하다. 지지(地支)의 첫째인 子와 지지(地支)의 여섯째인 巳(사)와 자손의 뜻이나 사람의 신분이나 호칭 따위에 쓰인 子가 합침이다. 음(音)을 빌어 십이지(十二支)의 첫째 글자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子자는 ‘아들’이나 ‘자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子자는 포대기에 싸여있는 아이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양팔과 머리만이 그려져 있다. 고대에는 子자가 ‘아이’나 ‘자식’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중국이 부계사회로 전환된 이후부터는 ‘남자아이’를 뜻하게 되었고 후에 ‘자식’이나 ‘사람’, ‘당신’과 같은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子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아이’나 ‘사람’이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子(자)는 (1)아주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어 (2)신문(新聞), 잡지(雜誌) 따위 간행물(刊行物)의 어느 난을 맡은 기자(記者)가 자칭(自稱)할 때 쓰는 말 (3)십이지(十二支)의 첫째 쥐를 상징함 (4)자방(子方) (5)자시(子時) (6)글체에서, 그대의 뜻으로 쓰이는 구투(舊套) (7)글체에서, 아들의 뜻으로 쓰이는 말 (8)민법상에 있어서는 적출자(嫡出子), 서자(庶子), 사생자, 양자(養子)의 통틀어 일컬음 (9)공자(孔子)의 높임말 (10)성도(聖道)를 전하는 사람이나 또는 일가(一家)의 학설을 세운 사람의 높임말, 또는 그 사람들이 자기의 학설을 말한 책 (11)자작(子爵) 등의 뜻으로 ①아들 ②자식(子息) ③첫째 지지(地支) ④남자(男子) ⑤사람 ⑥당신(當身) ⑦경칭(敬稱) ⑧스승 ⑨열매 ⑩이자(利子) ⑪작위(爵位)의 이름 ⑫접미사(接尾辭) ⑬어조사(語助辭) ⑭번식하다 ⑮양자로 삼다 ⑯어리다 ⑰사랑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여자 녀/여(女), 어머니 모(母), 아버지 부(父)이다. 용례로는 아들과 딸의 높임말을 자녀(子女), 며느리 또는 아들의 아내를 자부(子婦), 아들과 사위를 자서(子壻), 아들과 손자 또는 후손을 자손(子孫), 아들과 딸의 총칭을 자식(子息), 남의 아들의 높임말을 자제(子弟), 십이시의 첫째 시를 자시(子時), 밤 12시를 자정(子正), 새끼 고양이를 자묘(子猫), 다른 나라의 법률을 이어받거나 본떠서 만든 법률을 자법(子法), 모선에 딸린 배를 자선(子船), 융통성이 없고 임기응변할 줄 모르는 사람을 자막집중(子莫執中), 자애로운 어머니의 마음을 자모지심(子母之心), 듣고 본 것이 아주 좁고 고루한 사람을 일컫는 자성제인(子誠齊人), 자식은 아비를 위해 아비의 나쁜 것을 숨긴다는 자위부은(子爲父隱) 등에 쓰인다.
▶️ 悲(슬플 비)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마음심(心=忄;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非(비)로 이루어지며, 마음(心)이 좋지 않아 슬프다를 뜻한다. 非(비)는 새의 날개, 여기에서는 어기는 일, 扉(비; 문짝)나 排(배; 밀치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억눌렸던 것이 배출구를 찾아 초조해지는 기분을 나타낸다. 마음대로 안되어 마음에 치밀어 오르는 괴로운 기분, 슬픔, 슬퍼하는 일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悲자는 ‘슬프다’나 ‘서럽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悲자는 心(마음 심)자와 非(아닐 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非자는 새의 양쪽 날개를 그린 것으로 ‘아니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悲자는 이렇게 ‘아니다’라는 뜻을 가진 非자에 心자를 결합한 것으로 ‘마음(心)이 영 아니다(非)’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마음이 영 아니라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悲자는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悲(비)는 ①슬프다, 서럽다 ②슬퍼하다, 마음을 아파하다 ③슬픔, 비애 ④동정(同情), 가엾이 여기는 마음, 가엾게 여겨 은혜(恩惠)를 베푸는 일 ⑤가엾게 여겨 은혜(恩惠)를 베푸는 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슬플 애(哀), 슬플 오(嗚), 슬퍼할 도(悼), 슬퍼할 처(悽), 슬퍼할 개(慨), 슬퍼할 측(惻), 슬플 창(愴), 슬플 강(慷),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기쁠 희(喜), 즐길 락(樂), 기쁠 환(歡), 달 감(甘)이다. 용례로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비참한 사건을 비극(悲劇), 갑작스러운 위험이나 두려움 때문에 지르는 외마디 소리를 비명(悲鳴), 인생을 슬프게 보거나 세상을 어둡고 쓸쓸하게 생각함을 비관(悲觀), 슬퍼하고 서러워함을 비애(悲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슬프고 끔찍함을 비참(悲慘), 슬픈 가락의 노래를 비가(悲歌), 슬퍼하며 탄식함을 비탄(悲歎), 슬프면서도 마음을 억눌러 씩씩함을 비장(悲壯), 비장한 결심으로 이루려는 소원을 비원(悲願), 슬픈 운수 또는 슬픈 운명을 비운(悲運), 마음이 슬프고 쓰라림을 비상(悲傷), 마음이 아프도록 몹시 슬퍼함을 비통(悲痛), 자비심이 많은 어머니를 비모(悲母), 슬픈 기별을 비보(悲報), 애절한 그리움을 비련(悲戀), 슬픈 느낌을 비감(悲感), 슬픈 곡조를 비곡(悲曲), 슬픈 근심을 비수(悲愁), 슬프게 읊음을 비음(悲吟), 슬픈 이야기를 비화(悲話), 사랑하고 불쌍히 여김을 자비(慈悲), 기쁨과 슬픔을 희비(喜悲), 괴로움과 슬픔을 고비(苦悲), 통탄하고 슬퍼함을 상비(傷悲), 슬프면서도 마음을 억눌러 씩씩함을 장비(壯悲), 근심과 슬픔을 우비(憂悲), 근심스럽고 슬픔을 척비(慽悲), 슬픈 일과 기쁜 일이 엇갈린다는 뜻으로 슬픔과 기쁨을 번갈아 맛봄을 이르는 말을 비희교지(悲喜交至), 슬프고 분한 느낌이 마음속에 가득 차 있음을 비분강개(悲憤慷慨), 슬픈 바람과 처참한 비라는 뜻으로 비참한 처지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비풍참우(悲風慘雨), 슬픔과 기쁨을 우울함과 즐거움을 비희우락(悲喜憂樂), 즐거운 일이 지나가면 슬픈 일이 닥쳐온다는 뜻으로 세상일이 순환됨을 가리키는 말을 흥진비래(興盡悲來) 등에 쓰인다.
▶️ 染(물들일 염)은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木(목; 나무)과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九(구; 수가 많음)의 합자(合字)이다. 옷감을 물들이기 위해 나무즙에 몇 번씩이나 되풀이 넣음을 나타낸다. 또는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朵(타, 염)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染자는 '물들다'나 '염색하다', '적시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染자는 염색과정을 담아 만든 글자이다. 옷감에 색을 내는 염료는 보통 나무나 풀에서 추출했다. 그래서 染자에 쓰인 木(나무 목)자는 염료를 채취하던 나무나 풀을 의미한다. 염색 후에는 물에 헹궈야 하는데 水(물 수)자는 헹구는 물을 뜻한다. 九(아홉 구)자는 사람의 팔뚝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염색하는 과정에 필요한 노동력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染(염)은 ①물들다, 염색하다 ②적시다, 담그다 ③옮다, 전염되다 ④감화를 받다, 영향을 입다 ⑤더러워지다 ⑥더럽히다 ⑦연루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물들임을 염색(染色), 염색에 쓰이는 물감을 염료(染料), 더럽게 물듦 또는 마음이 시달려서 괴로움을 염오(染汚), 피륙 따위에 물을 들이는 기술을 염법(染法), 장티푸스의 속된 말을 염병(染病), 여러 번 되풀이함으로써 저절로 익고 굳어진 행동을 염습(染習), 그림을 그림을 염화(染畫), 물을 들이는 일과 피륙을 짜는 일을 염직(染織), 직물에 물을 들이는 것으로 업을 삼는 집을 염가(染家), 더러운 것이 가득 차 있다는 사바세계를 염계(染界), 물들이는 일에 종사하는 직공을 염공(染工), 머리털을 물들임을 염모(染毛), 세상 풍속에 물듦을 염속(染俗), 번뇌로 인하여 더럽혀진 마음을 염심(染心), 손가락을 솥 속에 넣어 국물의 맛을 본다는 뜻으로 남의 물건을 옳지 못하게 몰래 가짐을 염지(染指), 더럽게 물듦 또는 생태계에서 환경을 훼손하는 일을 오염(汚染), 다른 풍습이 옮아서 물이 듦 또는 병원체가 몸 안에 들어오는 일을 감염(感染), 옮아 물듦으로 나쁜 풍속이 전하여 물이 듦 또는 병이 남에게 옮음을 전염(傳染), 염색하는 것을 가염(加染), 피륙 따위에 물이 두루 들거나 물을 두루 들임을 균염(均染), 티끌 같은 이 세상의 너저분한 일을 세염(世染), 생베를 삶아 여러 번 빨아 말려 물들임을 연염(練染), 집게 손가락에 붙은 것이라는 뜻으로 분에 넘치게 가지는 남의 물건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염지지물(染指之物), 묵자가 실을 보고 울었다는 뜻으로 사람은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그 성품이 착해지기도 악해지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묵자비염(墨子悲染), 오래 전부터 배어 든 나쁜 풍속을 일컫는 말을 구염오속(舊染汚俗)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