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장면에 은밀한 사생활, 고객 영상 돌려본 테슬라”
테슬라 전기차는 ‘바퀴 달린 컴퓨터’로 불린다.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테슬라 차량을 통해 도로, 교통, 지리 정보를 모으고 축적하는 시스템의 경쟁력은 특히 압도적이다. 1시간에 최대 25GB(기가바이트)의 정보를 수집하는 카메라와 센서,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첨단 소프트웨어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테슬라는 무선으로 상시 업데이트되는 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체계인 ‘오토파일럿’을 완성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테슬라 모델X의 경우 모니터링을 위해 중앙과 뒤, 양옆에 모두 8대의 소형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주행정보 수집 외에 사고 시 증거자료 확보, 차량 절도 방지 등에 다목적으로 활용된다. 유용하지만 함정이 있다. 촬영된 영상의 유출이나 무단 공유, 이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다. 이 위험성이 현실화한 것으로 우려되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테슬라 직원들이 2019∼2022년 고객 차량의 카메라에 찍힌 영상들을 내부 메신저로 함께 돌려 봤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이 전한 전직 테슬라 직원 9명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이 채팅방에서 공유한 영상에는 알몸으로 차량에 접근하는 남성, 자전거를 타던 어린이가 테슬라 차량에 치여 튕겨져 나가는 영상 등이 포함돼 있다. 은밀한 사생활이나 자극적인 장면을 담은 영상들이다. 심지어 시동을 끈 상태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들도 있다고 한다. 이를 본 직원들끼리 “나라면 테슬라를 안 사겠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니 노출된 개인정보 수위가 상당히 높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언론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스파이 행위’라고 지적한다. 테슬라는 “고객의 동의를 받아 데이터를 공유받으며, 이 데이터들은 개인 계정이나 차량번호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영상을 보면 대략적인 위치나 장소를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적잖다. 테슬라의 영상 수집은 중국과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도 문제가 됐다. 지나가는 행인까지 상시 촬영하는 기능을 놓고 “사생활 침해”라며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냈다. 중국에서 논란이 됐을 때는 일론 머스크 CEO가 “테슬라가 스파이 활동에 이용된다면 우리는 문을 닫겠다”는 약속까지 내놔야 했다.
▷테크기업들의 영상과 이미지 공유, 활용 과정에서 제기되는 프라이버시 문제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뿐일까. 아마존의 AI 음성인식 서비스인 ‘알렉사’는 성능 향상을 위해 제품 주변의 소리를 녹음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상 곳곳에 포진한 카메라와 센서, 음향 장치들이 언제라도 감시 장비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해킹 위험도 상존한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장비들이 사생활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니…. 첨단 IT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정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