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변의 여인> 고현정-The Lady Without 10 Years
2006-09-01
글 _ 신기주 기자 사진 _ 서대호
고현정은 민망하거나 지루한 게 싫다. 자신을 칭송하는 사람들 앞에선 민망하고 자신의 과거만 바라보는 사람들 앞에선 지루하다. 그녀는 10년 전 자신이 무엇을 버렸고 10년이 지나 다시 무엇을 얻었는지 처음엔 몰랐다. 오히려 두려웠다. 하지만 이젠 제대로 해보고 싶다. 자기 안의 진짜와 가짜를 가늠하고 싶다.
세 달 전인가 최민수 씨를 만난 적이 있어요.
정말요? 오빠 본 지가 6년이 넘었어요.
팔뚝에 커다란 문신을 했더군요.
세상에… 그런 모습은 가끔 TV에서 보긴 했어요.
저한텐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하시더군요.
오빠가… <모래시계> 찍을 땐 안 그랬거든요. <엄마의 바다>도 했잖아요. 그땐 제 얘기도 잘 들어주고 그랬는데.
그때도 형님은 지금 같았나요?
아니요. 지금 민수 오빠는 끼가 많은데 그걸 연기로 풀지를 못해서 그래요. 제 생각이지만요.
고현정 씨한테도 그런 끼가 있나요?
그런 끼는 없는 거 같아요. 연기를 못하면 아프다던가 몸이 근질근질하다던가 그러진 않아요.
그래서 그렇게 떠날 수 있었던 거군요?
글쎄요… 솔직히 좀 지겨워하고 있었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어른들을 만나면서 싫은 걸 너무 많이 봤어요. 연기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앞으로 계속 하려면 겪어내야 할 게 너무 많겠더군요. 그때 저한텐 모든 게 너무 많았죠.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건가요?
연애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던가. 아니 그 전부터였어요. 막연하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스트레스틀 받고 있었거든요. 그 나이 때는 다 그런 생각이 있잖아요?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다거나 여행을 좀 다녀오고 싶다거나. 정말 그럴 작정이었죠. 그런데 김종학 감독님하고 한 작품 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어요. 그게 <모래시계>였죠. 이 작품만 하고 그만하자. 그런데 그때 좋아하는 남자를 만났죠.
그래서요?
그 사람 만나서 연애라는 걸 하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싸 잘됐다. 너무 좋은 핑계잖아요. 결혼하고 은퇴하는 거죠.
그런 핑계를 애써 찾을 만큼 그 생활이 별로였나요?
너무 어렸던 탓도 있죠.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했던 때도 아니었어요. 팬들이 많다고 해도 정작 전 실감을 못했죠. 나중에 결혼을 하고 나니까 가끔 뵙는 분들이 아쉬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때 알았어요. 그랬구나. 내가 그랬구나.
무엇을 갖고 있는지 몰랐던 거죠. 그걸 놓아버린 다음에야 안 거고.
하지만 전 아쉬울 틈도 없었어요. 제가 새롭게 선택한 생활도 쉬운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돌아왔군요?
사실 좀 뻔뻔하고 염치없는 것도 사실이죠. 그렇게 나 몰라라 하고 싹 들어갔다가 나와서는 다시 해볼까 하고요 하는 게 좀 염치없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요?
그래도… 제가 뭐 마땅히 할 줄 아는 게 없잖아요. 또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해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살 순 없는 거잖아요. 이혼한 직후엔 뭐 그런 구체적인 방안이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거든요. 안 그랬겠어요?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모두가 난리가 난 거죠.
그래요. 저도… 신기해요.
<모래시계> 때문인 거죠.
제 주변 사람들 중에는 <모래시계>를 못 본 사람들도 많았어요. 저를 만나면 대충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제가 드라마를 안 봤습니다. 뭐, 이런 경우가 더 많았거든요.
그 사람들은 필리핀에서 온 사람들인가 보군요.
하여간… 그래서 전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10년 전 일이잖아요.
이상아 씨는 고현정 씨를 부러워하더군요. 고현정 씨는 자기와 달리 10년을 쉬었는데도 여전히 불러주는 곳이 많은 거 같다면서요.
그래요? 전 이상아 씨 본인이 마다하는 줄 알았어요. 저도 그랬어요. 찾아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거든요. 제 연락처가 많이 알려진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한 일년 가까이는 공연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다 여러 사람을 만났고, 다시 일해보자는 얘기를 들었고, 겨우 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고, 그래서 지금인 거죠.
그래서 지금은 달라졌나요?
일을 시작할 땐 그랬어요. 예전에 겪었던 그저 그런 조금 유명한 사람의 생활이지 않겠나 싶었죠. 그런 생각이 변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자꾸만 좀더 잘해보고 싶어지는 거 있죠.
더 잘해보고 싶다?
아까 이상아 씨 말씀처럼 전 남들은 얻고 싶어도 못 얻는 기회를 누리고 있는 거죠. 그것도 10년 만에 다시 나와서 얻은 거죠. 어쩌면 남의 것을 빼앗은 걸지도 모르죠. 그래서 이렇게 무심하면 안 되는 게 아닌지 요즘 고민 중인걸요.
욕심이 생기는 거군요?
자꾸 사심이 생기는 거죠.
결국 다 사심 아닌가요? 미스코리아, 청춘스타, 배우, 돌아온 연기자….
왜 미스코리아들이 바보 같다고들 하잖아요. 전 그게 싫어서 더 열심히 했었어요. 제가 1989년 미스코리아인데요….
아니, 80년대 미스코리아였나요?
그렇다니까요. 그래도 그때 미스코리아 중에 인물이 많다고요.
사심이 없었다고 하지만 <봄날>에서의 연기는 전혀 녹슬지 않은 것이었죠. 다들 고현정은 10년 동안 집에서 거울 보고 연습했을 거라고 했으니까.
설마요. 다시 연기를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연기를 배운 적은 없지요?
연기를 어떻게 배우나요? 배우면 그건 기술 아닌가?
연기가 기술일 수도 있잖아요. 요즘 신인들을 보면 표정부터 손동작까지 다 배워와요. 심지어 인터뷰하는 법도 배우죠.
잘못된 거 아닐까요? 제가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기는 진짜여야죠. 감정도, 표정도 말이죠. 평소에 어떤 감정을 느끼고 그걸 가슴에 담아두었다가 연기할 때 그 진짜 감정을 뽑아 쓰는 거죠. 그런데 살면서 진짜 감정을 찾기란 쉽지 않아요. 자꾸 미디어에서 감정을 조작하거든요. 우리가 슬프다고 믿는 어떤 장면은 사실 그건 슬프다고 교육 받는 경우가 많아요. 진짜 슬픔이 뭔지 우린 모르죠. 그런 걸 살면서 가늠하는 게 배우의 몫인 거죠. 일단 기억이 오염되지 않아야 해요. 새로운 감정을 저 같은 나이가 돼서는 새롭게 만들긴 힘들어요. 대신 어느 순간을 잘 기억해야죠. 그래서 그걸 사람들이 각자 기억하고 있는 감정하고 잘 섞어서 연기할 때 보여줘야죠.
하지만 다들 고현정 씨는 너무 가리거나 너무 고른다고들 하죠. 무임승차를 했는데 너무 자기 위치를 지키려고 따지고 고르고 애쓴단 얘기죠. 옷 하나, 말 하나에도 너무 신경을 쓰고요. 한 스타일리스트는 고현정 씨가 너무 최고만 고집해서 일하기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고현정은 까탈스럽다. 그래서 겁이 난다. 이런 소문이 파다해요.
누가 그런 소리를 해요? 나 그런 적 없어요. 누가 그래요? 네?
안 그렇다고요?
이런 게 제일 짜증나. 그 사람들 뭐야? 그 사람들은 앞으로도 나하고 일 안 하면 되겠네. 좋아요. 그렇게 까탈스럽게 구는 일도 없었지만 설사 있었다 치더라도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까다롭다고 하는 애를 내가 한번 만족시켜 보겠다는 뭐 그런 생각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고현정이 겁이 나? 무서워? 그건 다 자기 합리화일 뿐이죠.
그래도 다들 무서워해요.
저 그렇게 어줍지않게 살지 않아요. 그렇게 가당치도 않은 행동을 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으면 모두 함께 이 바닥에서 매장시켜버리면 되는 거지.
고현정 씨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는 감독님들이 많았잖아요.
아니에요. 그런데 이렇게 영화가 안 들어와요?
고현정 씨가 고르는 거지 시나리오가 안 들어오는 건 아니지 않나요? 그래서 감독들이나 제작자들이 먼저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쩌면 참 감사한 표현이죠. 그런데 드라마하고는 다르게 영화 쪽은 저한테 시나리오를 보내실 때 좀더 연구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제가 작품을 많이 한 것도 아니죠. 10년을 쉬었고요. 그래서인지 저에 대해선 늘 상식적인 생각을 하시는 거 같아요. 청순 가련한 모습이랄까요. 새롭지 않죠. 전 민망하거나 지루한 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
한국에서 여배우한테 주어지는 기회란 건 그렇게 다양하지 않아요. 게다가 나이도… 유오성 씨 같은 남자 배우도 이제 자기한테 시간이 없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마흔한 살인데. 여배우한테는 더 빠르죠. 게다가 10년의 공백기가 있었으니까.
또 사심이 문제인 거죠. 사심이 없으면 저한테도 시간은 많죠. 그냥 하고 싶은 작품을 하면서 살면 되니까. 생활 연기자처럼 말이죠. 그런데 사심이 있으면 시간이 없죠. 나이도 많게 느껴지고요.
어떻게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을 가늠하나요?
사람들이 평소에 보여주는 정직한 행동을 보면 진짜와 가짜를 알 수 있어요. 극장 매표소에서 줄을 서 있을 때도 그런 걸 느낄 수 있어요. 우리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감정을 알고 있다고 믿잖아요. TV에서든 어디에서든 본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사람들을 보면 각양각색이죠. 줄 서서 기다리면 짜증낼 거 같지만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오히려 영화 볼 시간에 다른 걸 하게 됐다며 기뻐하죠. 하긴, 이것도 기술인 건가?
그것도 감정을 다루는 기술이면 배울 수 있겠죠.
그런데 감정을 어떻게 끌어내는지 배워버리면 그때부턴 진짜 연기를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흉내내 버릇하면 안 되는 거죠. 하긴… 요즘 배우들은 다른 거 같더군요. 얼마 전엔 드라마 촬영장에서 어떤 후배하고 연기를 했어요. 저한테는 까마득한 후배였는데 일단 태도가 다르더군요. 나이는 어렸지만 연기의 기본을 배워왔더군요. 어디 가서 망신 당하지 않을 정도로는 무장을 해온 거죠. 그러니까 누가 잔소리하면 오히려 당황하던 걸요.
그런 친구들은 배운 대로 연기하죠.
연기라는 건 즉흥적인 건데….
고현정 씨의 연기는 늘 현장에서 변화한다는 거군요?
뭐…. 타고났다고 봐야죠… 농담이에요.
어제 저녁에 <모래시계>를 봤어요. 4회쯤이더군요. 고현정 씨가 박상원 씨하고 최민수 씨가 같이 고기 구워 먹는 자취방에 쳐들어와서 고기 같이 먹자고 조르는 장면이었어요. 그때 그러죠. 야. 고기다. 고기. 너 오래간만이다. 그런데 그 순간 <봄날>이 떠오르더군요. <봄날>에서의 그 수더분한 연기가 사실 10년 전 <모래시계> 때 이미 봤던 거구나 싶었죠. 달라진 게 없는 그대로였구나. 놀라운 게 아니라 오랜만이었을 뿐이었죠.
어떻게 다르겠어요. 제 연기는 그냥 제 연기인 거죠.
그런데 왜들 난리인 거죠?
네?
말하자면 이런 거죠. 장진영 씨나 전도연 씨는 10년 동안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그렇게 해서 지금 자리에 있는 거죠. 그런데 고현정 씨는 순식간에 그 자리에 서 있어요. 집에서 하루에 한 시간씩 연기 연습을 한 것도 아니라면… 그렇다면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데 말이죠. 무임승차란 거죠.
연기를 다시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연습 같은 건 안 했죠. 전 이제 몇 라운드 안 뛰었어요. 아직 제대로 한 게 없죠. 그래서 스스로도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해주는 말들이나 행동들을 보면 민망해져요. 그보단 약이 되는 쓴소리를 듣고 싶어요.
본인이 톱이 되겠다, 최고가 되겠다는 사심을 갖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부추기지 않나요?
그건 그 사람들의 일인 거죠. 솔직히 말하죠. 나도 내심 다시 한번 예전의 전성기를 누리고 싶지만 그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다는 거죠. 이건 정말 사심 없이 하는 말이에요.
전성기라는 표현이 낯서네요.
연기자의 인생이란 게 다 그런 거 같아요. 아역 배우가 아니면 데뷔해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까지 몇 년 걸리겠죠. 그리곤 연기자 인생에서 젊음을 만끽하면서 관심을 받는 기간은 한 2, 3년 정도일까? 한두 작품 정도? 그때 그 여운을 즐기다 보면 시간이 가고 그러면 늙죠.
그 여운을 즐기다가 시간을 허비하죠. 다들. 한 작품이 성공한 건 자기 때문이라고 믿죠.
그게 말이 되나요? 작품이 성공하는 게 어떻게 나 때문인가요? <모래시계>도 그래요. 24부작인데 거기서 스스로 다시 봐도 괜찮네 싶은 장면은 얼마 안 되거든요. 아니, 몇 장면도 아니고 몇몇 순간뿐이죠. 그런데 <모래시계>가 잘된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잘못이지.
하지만 다들 고현정 씨를 칭송하기에 바빴어요.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전 민망한 게 싫어요.
하지만 그래서 지금 고현정 씨가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순수한 감정처럼 여기는 것도 사실 미디어를 통해 배운 거라고 했잖아요. 고현정에 대한 대중의 기억도 결국 조작된 것일 수 있죠. 고현정이 우아하다. 그건 CF에서 배운 거죠. 고현정은 최고다. 그것도 미디어가 만든 거죠.
전 그… 럭셔리? 그런 표현 참 싫어요.
그러니까요. 사실 만나보면 정말 우아한 건 이영애 씨인데.
그렇군요. 이영애 씨가 더 우아하다 이거죠? 그래요. 좋아요. 이제 인터뷰 그만 하고 집에 갈까 봐요.
에이. 왜 그러세요. <해변의 여인> 얘기를 해야죠. 홍상수 감독님 팬이었다면서요?
그게… 감독님한텐 좀 미안한 얘기인데요. 처음 감독님 영화를 본 건 극장에 갔는데 감독님 영화만 표가 있어서였어요. 우울한 일이 있어 영화를 보러 갔거든요. 다른 건 다 매진인데 홍상수 감독님 영화만 자리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더군요. 남녀 연애 이야기를 하는데 재미있으면서도 생각도 하게 만들고. 그래서 매번 챙겨봤죠. 또 영화 만드시면, 어 이 사람 또 만들었네 그러면서 봤어요.
그냥 그렇게 출연을 결정하게 된 건가요?
제가 괜찮을까 걱정했죠. 감독님은 평범한 사람을 찍잖아요. 그런데 고현정은 너무 상업적으로 돼 있으니까 감독님 영화하고 어울릴지 걱정이었죠.
홍상수 감독님 영화들이 왜 좋았나요?
전 <생활의 발견>을 참 좋아해요. 극장에서 참 많이 깔깔거리면서 봤어요. 몰래 보는 거 같잖아요. 남자들 이야기인 듯하지만 결국 남자들을 노골적으로 루저로 그려놓지요. 세상 살면서 누구나 연애를 하잖아요. 그런데 남자들은 어떻게든 여자들하고 이어지려고 하는데 안 되는 거죠.
<해변의 여인>에서도 그런 장면도 있던데요? 고현정 씨가 김승우 씨하고 송선미 씨가 같이 자는 현장을 발견한 거죠. 질투에 눈이 멀어서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거죠. 문 열어. 문 열어. 이러면서. 그런데 홍상수 영화가 아니었다면 그런 장면은 뭐 혼자 눈물을 흘린다거나 하는 예쁜 장면으로 과대 포장됐겠죠. 그 장면에서 고현정 씨도 많이 망가졌겠던데요?
망가진 건 아니고… 재미있었어요. 제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마저도 내가 만든 게 아닌 거 같아요. 소설이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운 감정인 거죠. <네트웍>이라는 영화를 보니까 그런 장면이 나와요. 남자가 여자한테 자기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다그치죠. 그랬더니 여자가 고백해요. 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요. 그게 어떤 감정인지 배운 적이 없다고. 자기 안의 감정을 느끼는 법을 모르는 거죠.
우리 모두가 다 그렇게 사랑하고 있죠.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는 채로 감정을 허비하죠.
정말 그래요. 내가 이 사람을 만나서 기쁘다. 된 거 같아. 진짜 이 친구인 거 같아. 하지만 그런 감정이 진짜인지는 점점 확신이 없어지는 거죠.
연애가 그렇게 사는 데 중요한 걸까요?
아니 그럼 안 중요한가요? 사랑이? 연애가? 저한테는 정말 정말 중요해요.
술 좋아하세요?
좋아하는 데 많이는 못 마셔요. 얼마 전에 술을 마시고 체한 적이 있어서요.
홍상수 감독님하고 작업을 하려면 연기를 하다가 정말 술을 마셔야 하잖아요.
저도 처음에는 무조건 마셔야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홍상수 감독님이 배우들한테 술을 주시는 건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가 안 나오기 때문이죠. 무조건 술을 주시는 게 아니에요. 술을 마셔야 그렇게 연기가 나오니까 술을 마시라고 하는 거죠. 처음엔 저한테도 술 한잔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하셨어요. 모르고 받아 마셨죠. 그런데 가만 보니까 그게 연기가 안 나와서 그렇더라고요. 그 다음부턴 술 안 마시고도 자연스럽게 연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술 마시란 말씀을 많이 안 하시더군요.
일하는 게 재미있나 봐요? 자꾸 자기를 가다듬고, 진짜와 가짜 감정을 가늠하고, 사람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네요. 꼭 무언가 처음 배우는 사람 같네요.
안 쓰던 근육을 자꾸 쓰게 된 거죠. 그게 좋아요. 제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7~8편 정도 작품을 하다 보면 고현정이라는 배우가 어떤 배우구나 싶은 필모그래피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그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어지잖아요. 사는 게 아귀가 맞는 건 별로 없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없으니까 자꾸 재고 고민하게 되겠죠.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 테고.
왜 자꾸 부정적으로 말씀하세요? 전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일단 기분이 좋아요. 예전에는 몰랐던 기분이니까. 변신이라고 할까,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고.
배우가 슈퍼맨도 아니고 변신을 할 수 있나요. 변신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참 식상해요. 그냥 자기 안에서 진짜를 꺼내면 되는 거겠죠.
맞아요. 그렇게 진짜를 찾아가는 거죠.
10년 동안 고현정 씨를 기억할 수 있는 건 사진 한 장이었어요.
아침에 부스스한 얼굴로 집 대문 앞에 서 있었죠.
고현정에게 사생활이란 없는 거죠.
그걸 봤군요? 그래도 그거 하나였잖아요. 그건 티끌 같은 순간이죠. 그리고 저 사생활 있어요. 전 훨씬 더 자유로워요.
머리를, 잘랐군요? 그 긴 생머리가 곧 고현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도 있더군요. 절대로 변하지 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해변의 여인>에선 긴 생머리던데 새로 하는 드라마 때문인가요?
다른 모습인 거죠. 저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거니까. 말씀드렸잖아요. 전 민망하거나 지루한 게 싫어요. 지루해지면 안 되죠.
예전엔 지루했지만 지금은 지루하지 않다?
예전엔 힘들었어요. 너무 많이 힘들었죠. 지금은 저를 새롭게 해줄 어떤 순간을 늘 기다리죠. 그런 순간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하지만 행복하진 않아요. 전 아이를 두고 온 사람이죠. 어떤 순간을 만나도 아이를 생각하면 완전히 행복하진 못해요. 이젠 모든 게 달라진 거죠.
기자 뭐냐;;;;;;;;; 나같음 인터뷰안해-왜저래;;;
기자 별로 까칠한 거 같지 않은데...
기자가 까칠하긴 한데 전이런 인터뷰 좋아해요 ㅋㅋ 모랄까? 좀더 스타들의 맘을 솔직하게 알 것같은?? ㅋㅋ
진짜 고현정 말 잘하네요 .....갑자기 호감으로 바뀌려고 하네
우와 너무 잘 읽었어요~ 현정언니 멋지다
원래 프리미어 신기주 기자가 항상 까칠한 인터뷰하기로 유명하잖아요ㅋㅋ 전 오히려 이런 인터뷰가 더 솔직한거 같아서 좋던데~
진짜 마지막 말은 슬프네열...
얘는 진짜 사람 자체가 포스가 ㄷㄷ이넹....
얼마나 맘아플까....애기들 보고싶어서....전남편도 못됐닥우...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엄마랑 애들이랑 좀 만나게 해주지 ㅠㅠㅠㅠㅠㅠㅠ
인터뷰 정말 흥미롭네요... 고현정 말 참 정말 대박 잘한다규..♡
똑똑하고 주관 있는 인터뷰. 고현정 진솔하게 말 잘한다... 고현정 자신이 합의한 사항이긴 하겠지만 이건 뭐 조선시대도 아니고 이혼했다고 애들 못 만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는지... 이해 불가.
에고 같은 엄마로써 마지막말씀 참 마음이 안쓰럽네요.어찌 되었건 엄마인데 자식을 못만난다는건~
역시 고현정은 달변가. 생각도 자유로운거 같다.
고현정 다시봤네요..확실히 뭔가 다른거 같아요
만나면 우아한건 이영애래 푸악 너무하셨네 면전에 대고 아무리 기자시라지만 그런 말 막 앞에서 대놓고 하셔도 되는건가
기자 좀 사람화나게 만든다...소심한 나였다면 진짜 박차고일어났을듯..고현정좀슬프다 ㅠㅠ마지막줄
끌린다 끌려....멋진 언니. 쵝오
잘봤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