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시권 기자 barrett73@hanmail.net | ![]() |
얼마 전 탁월한 국내 앨범을 만났다. 신성우밴드, 김경호밴드,박완규밴드, 미르 등을 거쳐 현재 예레미의 세션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는 노호현의 솔로앨범 'Birdseye Beauty'가 그것이다. 이 앨범은 국내 최고의 솔로기타리스트 이현석, 조필성(예레미), 경호진(백두산), 김명기(활밴드), 이재욱(미르) 등 다양하고 화려한 아티스트들의 피처링으로 완성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조 새트리아니, 제프 벡을 연상시키는 인스트루멘틀과 보컬트랙의 적절한 안배로 음악성과 대중성을 조화시킨 앨범으로 음악팬들에게 일청을 강력히 권한다. 음반시장의 불황 속에서 침체되어 있는 음원시장 속에서 음악매니아로서 이런 앨범을 만난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에 가깝다. 이 앨범의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드러머인 노호현을 만나 장시간의 인터뷰를 가졌다.
음악과 악기 전문지 '뮤즈아이'가 오픈했습니다. 간단한 창간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어릴적 음악에 대한 갈망을 해소 할 길은 음반, 테입들, 라디오와 음악잡지 뿐이었습니다. 요즘처럼 넓고 얉은 지식들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하는 뮤지션에게도 저 처럼 계속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도 가슴에 남는 '뮤즈아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
||
드럼 레코딩 작업 광경 |
어머니가 프랑크 시나트라, 엘비스 프레슬리, 탐 존스 등을 좋아하셔서 어릴적부터 항상 라디오를 켜놓고 생활을 했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송에서 드럼연주 모습을 많이 접하다 보니 나도 연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드럼을 거의 독학으로 익히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드럼을 연마하셨나요
서점에서 드럼교재를 몇권 사서 기본적인 스틱컨트롤이나 기본리듬을 연습했고, 나중에 어렵게 구한 레슨비디오들을 보면서 테크닉이 이런식으로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알게 되면서 스스로 응용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연습하면서 약점들이 느껴지면 일부러 그 부분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해 왔고 트레이너 자격증도 있기 때문에 스티킹이나 키킹에 쓰이는 근육에 대해서 다른 드러머들보다 훨씬 자세히 아는 것도 '막드럼'을 벗어날 수 있는 요소였던거 같습니다.
마이크 테레나, 사이먼 필립스, 데이브 웨클, 테리 보지오, 스티브 스미스, 토마스 랭으로부터 영향을 받으셨는데요, 구체적으로 그들의 어떠한 점에 영향을 받으셨나요
일단 저는 장르를 떠나 기술적으로 뛰어난 두뇌플레이를 좋아하는데, 이 드러머들이 모두 그런 스타일들입니다. 테레나의 솔로앨범들은 제가 좋아하는 다른 드러머들의 요소들이 결합된 특히, 공격적인 필 인(Fill In)의 교과서라고 생각됩니다. 70, 80년대 드러머들이 스티브 갯의 영향을 모두 받았던것 처럼 90년대 이후의 퓨전 드러머들은 모두 원하든 원치 않든 어느정도는 웨클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스플래쉬 사용이나 파라디들 응용에 있어서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테리 보지오 같은 경우 차이나심벌, 스택스 사용에서 많은 참고를 했습니다. 사이먼 필립스는 퓨전적 테크닉을 락에서 가장 시원시원하게 응용하는 드러머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그에게서 폴리리듬을 아주 효과적으로 쓰는 점을 많이 배웠습니다. 스티브 스미스에게서도 폴리리듬이나 수열적 드럼 테크닉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토마스랭에게선 극단적 손발의 컨트롤과 4웨이를 영향받았고, 이번앨범에서 많이 사용한 브로큰 16비트 2베이스패턴들은 거의 그의 DVD를 보고 연습한 것들입니다.
|
||
뮤지션 노호현은 늘 새로운 음악세계를 꿈꾼다 |
드럼솔로아티스트의 앨범이기 때문에 제가 갖고 있는 드럼스킬들과 음악들이 최대한 조화를 이루게 하려고 했습니다. 조화를 생각하다보니 평소에 제가 연습했던 스킬들이 발휘되지 못한 부분도 조금 있습니다. 제가 기타연주에도 관심이 많아서 기타테크닉도 마음껏 발휘하도록 연주자들에게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밴드활동에 관계없이 계속 드럼솔로아티스트의 길을 걷기로 한만큼 왠만하면 힘들어도 제가 직접 작사작곡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에는 12곡들중 10곡을 제가 만들었지만, 다음부터는 전곡을 만들 생각입니다.
앨범 작업 과정은 어느 정도 걸렸나요
8개월정도 걸렸습니다.
앨범제작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제가 악기수집광이라 곡마다 다른 스네어를 사용했는데, 제 카페에서 앨범제작때 쓴 스네어의 음원을 들려주고 블라인드테스트를 했습니다만 맞춘 분이 딱 한명이었습니다. 어쿠스틱드럼의 톤은 믹싱후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앨범세션에 참여한 분들 중 미르의 기타리스트 이재욱, 여성 싱어 제니, 기타리스트 김택권, 싱어 연제준, 기타 이지윤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연주자들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께요
이재욱은 지금 미국 MI에 유학가 있는 속주기타리스트 임휘성씨의 제자이고, 조필성씨가 믹싱을 하면서 인정한 기타리스트입니다. 김택권은 저의 제자가 속해 있는 밴드의 기타리스트인데 아직 때를 못 만나 알려지지 않은 좋은 기타리스트입니다. 제니는 '활'의 김명기씨의 제자이고 락도 잘 부르지만 R&B도 아주 잘 부릅니다. 이지윤은 현재 김경호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제 앨범에서 유일하게 슬라이드바를 사용한 테크닉보다는 제프벡 풍의 연주를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입니다. 연제준은 현재 '지하드'의 멤버이고 사실 제 곡에선 발라드를 불렀지만, 폭발적인 락에선 최고의 가창력을 보여주는 락보컬리스트입니다.
박완규밴드, 김경호밴드, 예레미, 신성우밴드 등 다양한 세션을 거치셨는데요, 인상적인 레코딩 세션이 있었다면요
신성우와 함게 하던 '지니' 레코딩이 처음 세션 경험이라 아무래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사용한 스틱을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2007 동두천 락페스티발 때 미르의 세션으로 참여 했는데, 무대장치도 좋았고 반응도 좋아서 신나게 쳤던거 같습니다. 반대로 얼마전 클럽공연때는 탐탐이 갑자기 내려앉거나 돌아가서 매우 신경쓰였습니다. 최악의 연주상황으로 기억됩니다.
오래전부터 드럼레슨을 하고 계신데, 국내 드러머들 또는 국내 드럼레슨의 문제점이 있다면요
실용음악과가 인기있어지면서 음악도 실용음악과만을 위한 음악이 대세가 된거 같습니다. 그쪽 방향의 음악이 아니면 필요한 음악이 아닌 것처럼 인식이 되고 있는겁니다.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드럼의 테크닉적인 측면이나 독창적인 개성이 말살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실용음악과 재학생들도 더러 레슨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는데, 파라디들도 제대로 못하거나 자기 스네어 튜닝도 할줄 모르고, 비니 콜라이우타를 좋아한다면서 프랭크 자파는 누군지도 모르는, 그러면서 자기는 그루브한 펑키를 좋아한다는 궤변을 늘어 놓기도 합니다. 물론 국내 드럼연주의 수준이 예전보다 많이 높아진것은 사실이지만, 빛에 비해 그림자가 너무 많다고 생각됩니다.
드럼레슨시에 중점을 두는 부분은요
처음엔 교과서적으로 스틱컨트롤을 익히고, 정확한 리듬 연습위주로 가르치다가 수준이 올라가면 사지의 균형적인 컨트롤을 강조합니다. 왼손은 물론 왼발로도 오른발이 하는걸 비슷하게 해낼수 있게 되면 연주의 폭이 엄청나게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난이도 높은 4웨이 인디펜던스나 폴리리듬, 콤비네이션(combination) 등으로 서서히 몸을 단련시킵니다. 100킬로를 들수 있는 사람은 50킬로를 쉽게 들지만, 50킬로를 겨우 들 수 있는 사람은 죽을 힘을 다해야 50킬로를 듭니다. 마찬가지로 연주의 폭이 넓어지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이 넓어집니다.
기획사 없이 솔로음반을 자체 제작했습니다. 연주자가 직접 제작까지 겸하는데에 따른 어려움은 없었나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기간이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자켓인데, 앨범작업이 마무리 될 즈음 피로가 최고점에 달한 상황였기 때문에 자켓에 큰 정성을 못 들인게 가장 아쉽습니다.
락, 팝이외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관심있는 음악장르는요
평소 아무 음반이나 듣는편입니다만, 오늘은 Level 42와 Terry Bozzio가 참여한 Jordan Rudes의 솔로앨범, Pattie Austin의 라이브앨범을 들었습니다. J pop도 요즘 많이 듣습니다.
2집의 음악적 방향은 정해졌나요
Jeff Beck, Los Lobotomy, Bozzio Levins & Stevens등 다소 실험적인 음악에서부터 Patricia Kaas, Sade 같은 개성있는 팝음악도 해보고 싶습니다. 노래 연습을 더해서 제가 몇곡 더 부르고 싶은 욕심도 있고, 새로 익힌 드럼스킬들을 선보일겁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뮤지션은요
제 앨범에 참여한 분들과 같이 일했던 뮤지션들과는 대부분 계속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라우드니스의 드러머 무네타카 히구치가 타계했습니다. 일본 락 드럼계의 큰별이 지셨는데요, 그의 드러밍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고등학교때 88체육관에서 내한공연을 보면서 엄청 감동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구요, 그는 트윈페달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 드러머로 유명한데, 오른발 키킹이 약한 드러머들에게 지금이라도 그의 연주카피를 권합니다.
국내에서 주목하고 있는 드러머는요
요즘 국내는 입시음악이 대세로 흘러서 퓨전 쪽엔 잘 치는 드러머들이 많은거 같습니다. 하지만 제 머리 속에 박혀 있는 분들인 김희현, 이건태, 배수연 선배님들은 레슨비디오와 교재도 제대로 없을 당시 지금기준에서 보더라도 아주 훌륭한 연주를 하신 분들입니다.
뮤지션은 앨범을 발표하고 그곡들을 라이브로 연주하는게 작은 꿈인데요, 이번 솔로앨범은 현실적으로 라이브가 힘들 것 같습니다. 솔로공연에 대한 미련은 없으세요
공연은 관중의 분위기, 음향상황, 멤버들과의 호흡등 공연의 질을 움직일 변수가 매우 많아서 아직 계획에는 없지만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
||
현재로선 클리닉준비를 따로 할 시간이나 정신적 여유가 없습니다만, 여건이 갖춰지면 할 생각입니다.
국내최초 페달 전문회사 Pedalcode 인도져인데요, 이 회사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2003년경에 생긴회사입니다만, 잠시 휴업 상태입니다. 하지만 악기를 아는분들은 지금도 중고로 매물을 찾을 정도로 제품의 질은 상당히 높았습니다. 간단한 캠의 조작을 통해 페달의 느낌을 바꿀수 있는게 특징이었습니다.
이현석씨의 클럽 ‘스카이하이’에서 80년대 헤비메틀을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해서 연주한다고 들었습니다. 라인업과 레퍼토리는 대충 어떻게 되나요
기타는 이현석씨, 보컬은 김명기씨, 서준희씨, 베이스 김세호 씨가 맡을 거 같습니다. 레인보우의 Since You've Been Gone은 거의 할듯 싶고 나머지곡들은 미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내년 초까지 예레미 활동을 할것이고, 솔로아티스트로 활동하기로 결정한 만큼 지금도 틈날때마다 곡 창작을 하고 있으므로 최소한 디지털싱글로라도 꾸준히 새로운곡을 발표할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하고 싶은 말
어렵게 구한 음반이나 드럼잡지를 몇 번씩 반복해서 듣고 읽던 때가 이제 아주 먼 과거처럼 된거 같습니다. 음원이나 자료의 포화상태로 인해 소중함의 가치를 서서히 잊어버리는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명반들을 찾아 한곡을 듣더라도 음미하면서 듣던 때가 다시 왔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