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가요라...우리들이 자라면서 즐겨 듣고 불렀던 가요들은 대개 한 많은 인생, 깨어진 사랑, 떠나온 고향, 그리운 부모형제에 대한 절절한 아픔을 노래한 것이었는데, 하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했던 삶을 지나온 우리들 세대에게 그런 노래를 듣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 짓는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하겠지.
우리나라 가요의 역사에서 건전가요가 가장 먼저 나온 건 일제시대였다고 한다. 군국주의의 총독부는 조선을 대동아전쟁의 전선보급기지인 총후(銃後)로 인식하고, 따라서 그들이 보는 건전가요란 대동아전쟁을 위해 물자, 노동을 제공하고 자발적인 전쟁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 일색이었다더구만.
해방이 되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반공(反共)·애국정신을 고취하는 내용의 가요가 활발하게 불려지다가, 독재정권이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화합의식을 심어 주고 정서를 순화(純化)시키겠다는 미명하에 건전가요가 널리 보급되었다. 말이 국민들의 정서를 순화시킨다지만 실상은 국민들이 독재정부에 항거하지 말고 얌전하게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하자면 동물을 길들인다는 의미의 순치(馴致)에 다름아니었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제3공화국 정권부터 그들이 말하는 건전가요 보급을 위해 이들 노래들을 끊임없이 전파를 타게 하고, 초·중등 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일정 비율의 건전가요를 싣게 만들었다. 급기야는 전두환 정권인 1979년부터 음반 제작시 반드시 건전가요 한 곡을 마지막 트랙에 삽입해야 했는데, 당시 우리가 음반을 사서 전축에 올리면 마지막 곡은 언제나 건전가요였다는 거다.
지금에 와서 독재정권 시절의 건전가요는 꽤나 부정적으로 재조명되고 있으나, 국민들의 정서 함양이나 애국심 고취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금의 좌파들은 건전가요가 한창 보급될 때 살았으면서도 온갖 부정과 비리를 아무런 죄 의식 없이 저지르는 걸 보면 건전가요를 제대로 체화(embodiment)시키지 못한 탓이 아닐까 하는데 긍정하거나 말거나... 영상에 삽입한 건전가요는 다음과 같다.
1. 창문을 열면- KBS합창단
2. 시장에 가면- 혜은이 & 홍삼트리오
3. 밝은 마음 고운 마음- 김상희
4. 서로 믿는 우리 마음- 남궁옥분
5. 즐거운 우리집- 쿨시스터즈
6. 산할아버지- 산울림
7. 아름다운 우리나라- 인순이
8. 터- 신형원
9. 파란 나라- 혜은이
10. 손에 손 잡고- 코리아나